[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연예계나 체육계나 학교 폭력 이슈는, 해당 인물에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대재앙일지 모른다. 그 혹은 그녀의 창창했던 지난날에, 여전히 창창할지 모를 앞날에 난데없이 엄혹한 제동이 걸리는 일일 테니까. 게다가 언제 가동될지, 가동할 수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고통을 호소하기에 앞서 기억하고, 생생하게 떠올려야 한다. 그들이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시련은 과거의 어느 날, 그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투척한 재앙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심심풀이나 재미 혹은 치기 어린 마음으로, 자신보다 좀 더 유약한 위치에 있는 상대를 향해 폭력을 행하여 그 혹은 그녀의 어린 세계를 망가뜨리지 않았는가.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외력에 의해 형태가 찌그러지거나 망가져 버린 세계는 어른이 된 후에도 완전히 복구되기 어렵다. 정체성이 채 만들어지기도 전에 압사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가정이나 학교, 그 외의 상황에서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은 아무리 치열하게 노력하여 그 기억을 벗어난다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또다시 당시의 참혹함 앞에 멈춰서 눈물을 흘리고 만다.
지난 25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한 여행 관련 온라인콘텐츠창작자 ‘곽튜브’(곽준빈)는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다른 이보다 체구가 작다는 이유로, 동급생에게 끊임없는 괴롭힘을 당했다.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일부러 초등학교, 중학교와 거리가 먼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이전의 자신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었다. 서서히 평범한 행복을 되찾는 듯싶은 순간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의 모습을 알게 된 아이들이 생겨났고, 곽튜브는 또다시 반복될 폭력에 대한 견딜 수 없는 두려움에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물론 현재의 그는, 고통의 시간을 훌륭히 딛고 일어나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에게 연락받을 만큼 유튜브에서 유명 인사가 되어 있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삶을 사는, 심지어 ‘유퀴즈’에도 출연한 ‘성공’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기억 앞에 선 그는, 아이처럼 엉엉,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여전히 마음 구석구석 폭력의 잔해가 남아있는 까닭이리라.
폭력은 이토록 잔인하다. 한 인간의 자아를, 정체성을 온전한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뜨려 버린다. 넷플릭스 웹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 동은(송혜교)은 반 친구들에게 갖가지 잔혹한 방법으로 학교 폭력을 당하나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모든 상처를 끌어안고 학교를 떠난다. 그리고 자신에게 허락된 삶의 모든 시간을 오롯이, 자신의 어린 세계를 철저하게 짓밟은 이들에게 복수를 하는 데 쏟아붓는다.
무슨 이야기냐면 폭력의 피해자는, 당시의 끔찍한 현장에서 발을 떼어내질 못한다. 발의 먼지를 털고 등을 돌려 떠나야 하는데 두 다리가 고통에 굳어 움직이질 않는 것이다. 그런데 가해자는 너무도 쉽게 그 현장을 벗어난다. 자신이 괴롭힌 일은 기억도 못 한 채 ‘곽튜브’에게 연락을 취한 친구가 그러하고 ‘더 글로리’의 모티브가 된 ‘청주 중학교 고데기 학교 폭력 사건’의, 가벼운 처벌만 받고 끝난 가해자들이 그러하다.
그러니 야구선수 ‘추신수’가 학교 폭력 이력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후배 ‘안우진’을 두고, 어릴 때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를 다 치렀음에도 대회를 나가지 못하는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 있다고 언급한 일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는 게다. 백번 양보하여 후배를 아끼는 선배의 지극한 마음이라 생각해 보아도, 자꾸 이러한 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 치렀다는 대가의 정도는 도대체 누가 정하고, 누가 판단할 수 있는가. 적어도 가해자 쪽은 아니지 않을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곽튜브’ 개인SNS, tvN ‘유퀴즈’ 공식SNS, 넷플릭스 ‘더 글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