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서예지 도전은 어쩌다 조롱거리가 됐나 [김지현의 게슈탈트]
2022. 06.04(토) 08:00
티브이데일리 포토
편집자주: *게슈탈트*는 전체가 부분들의 합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는 뜻으로 전체적인 맥락과 구조를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합니다. 나무와 숲, 현상과 본질을 알아차릴 수 있는 혜안을 갖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인의 치정 복수극. 이 간단한 명제 하나가 tvN 신작드라마 ‘이브’의 모든 걸 말해준다. '치정'과 '복수'라는 키워드를 조합한 드라마가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울 때 그 서사란 대게 뻔한 것이다.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진 복수를 꿈꾸는 한 여인이 있고, 여인은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이야기는 여인이 복수에 성공하기 위해 재력, 명예, 권력 등 모든 것을 쥔 한 남자를 어떻게 정복하냐에 집중한다.

그러나 당신이 이 복수극에서 '어떻게'에 집중했다면 관전포인트가 틀렸다. 어떻게는 무슨, 여주인공의 아름다운 외모가 포인트다. 이 뻔한 서사를 쓰는 자들은 여성이 권력을 무너뜨리는 다른 방식의 전술을 상상하지 못한다. 오직 여주인공의 아름다운 외모만이 노하우의 전부다. 드라마 '이브'도 마찬가지다. 첫방송부터 서예지의 아름다운 등장에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쏟으며 주인공의 매력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주려 애쓴다.

문제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여주인공 이라엘(서예지 역)이 복수를 위해 반드시 정복해야 할 대상인 남자주인공 강윤겸(박병은)은 라엘을 보자마자 한 눈에 흔들리는데 그 정도가 지나쳐 난데없다. 복수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주인공이 복수에 성공하기 위해 얼마나 철저한 준비를 거쳤는지, 권력의 중심에 있는 복수의 대상에게 근접하기 위해 어떤 사투를 벌였는지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브'는 모든 것이 생략돼 있다. 등장하는 모든 상황이 '여인이 유혹하고, 남자는 흔들리는' 단순한 구도에 머문다. 예로 라엘이 윤겸에게 의도적으로 부부관계를 하는 모습을 들키는 장면이 그렇다. 라엘은 윤겸 앞에서 일부러 팔찌를 흘린다. 윤겸은 팔찌를 가져다주다 라엘과 남편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목격하고, 이를 몰래 지켜본다. 드라마는 설명하지 않는다. 라엘이 어떻게 윤겸이 팔찌를 직접 가져다 줄 것을 예상했는지, 부부관계를 하는 모습을 몰래 지켜볼지를 말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브가' 1,2화 연속 정사신을 넣은 이유는 서사의 상투성을 극복하고 몰입감을 높이기 위함일테다. 그러나 '이브'의 베드신은 인물들의 밀도 높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극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상파 플랫폼이 안방에서 선보일 수 있는 정도의 수위일 뿐 '19금'이라는 딱지를 붙이기엔 다소 약하다.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노출, 베드신에 공을 들였지만 표현 수위에 한계가 있다. 자꾸 자극을 주는데, 그 자극에 설득력이 없고 수위 또한 OTT 내 19금 콘텐츠에 비해 약하니 흥미롭게 느껴지질 않는다.

드라마는 대사마저 뻔하게 반복한다. 첫 화에서 라엘은 딸의 학예회 축제에서 탱고 춤을 추는데 남편 장진욱(이하율 역) "무대를 보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자 농염한 표정으로 "대신 당신은 남들이 절대 보지 못하는 것을 보잖아"라고 답한다. 이 대사를 입 밖으로 꺼내는 서예지의 모습은 치명적이기는 커녕 코믹하게 느껴질 정도로 겉돈다.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치명이라는 프레임 안에 꾸역꾸역 넣으려다 보니 현실감이 증발되고, 그들만의 이야기로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서예지의 연기 또한 어쩐지 자연스럽지 않다. 관념적인 대사를 읊조리는 서예지의 말투가 일상의 언어가 아닌 내레이션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 드라마의 작위성에서 기인한다. 여전히 '딱딱'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한 서예지의 이미지 또한 드라마의 작위성과 맞물려 부정적 시너지를 발휘한다. 설득력 없는 베드신은 서예지의 도전 역시 무의미하게 만들고, 전 남자친구에게 어떠한 애정신도 허락치 않은 그녀의 스캔들만 떠오르게 만드는 역효과를 낸다.

아이러니한 것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명적이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은 라엘이라는 비현실적 캐릭터가 서예지에 대한 대중의 세속적인 호기심만 더욱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이브'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들은 혼이 없다. 13년 동안 복수만 준비한 라엘과 함께 사는 남편 진욱은 수 년간 아내와 동고동락했지만 그 무엇도 눈치채지 못하는 허수아비고, 윤겸은 라엘이 계획한대로 움직이는 쉬운 남자일 뿐이다. 라엘의 모든 과거를 아는 서은평(이상엽) 역시 라엘을 사랑하게 되는 남자 중 한 명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설정은 애꿎게도 서예지를 둘러싼 선입견을 부추긴다. 승승장구하던 시절, 불미스러운 이슈로 발복히 잡힌 서예지는 그 여파를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대중의 냉담한 여론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서예지는 왜 하필 '이브'의 대본에 끌린 것일까. 라엘은 주변의 모든 남자를 매력으로 굴복시키고,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다. 드라마는 이 황당한 설정에 초반부터 혹평이 쏟아졌다. 데뷔 후 첫 노출에 도전한 서예지의 도전은 조롱거리로 언급되는 중이다.

논란 후 차기작을 신중히 검토하던 서예지다. 혹여 '이브'의 대본을 받고 '치명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면 괜찮을거야'라고 계산했다면 안타깝게도 착오다. 3%대 시청률이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tvN]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김지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