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까지 울릴 목소리'…차수연, 싱어송라이터의 꿈 [인터뷰]
2022. 05.07(토) 11:23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제 목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 게 꿈이에요.”

밴드 포세컨즈(4SECONDS)의 보컬 차수연이 서글서글한 눈빛으로 말한다.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다. 아니, 짧은 가죽 팬츠에 망사스타킹을 신고 “우린 나락으로 떨어지겠지”라며 아우라를 발산하던 그 프론트맨이 맞는 걸까. 빗나간 예상은 기분 좋은 반전이었다. 차수연의 첫인상은 싱그러웠다. 무대 아래에서 본 그는 사람 향기 나는 솔직함과 벽을 세우지도, 선을 넘지도 않는 적당한 친근함을 지닌 매력의 소유자다.

아직 대중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인디 밴드에 조예가 깊은 리스너라면 차수연의 존재를 눈여겨 봤을 터다. 알고보면 13년 째 인디신에 몸 담고 있는 음악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여년 전 막연히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긴 소녀는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오디션을 봤고, 매력적인 목소리 덕에 여러 팀을 거쳐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 그렇게 정착하게 된 밴드가 포세컨즈다.

최근에는 인디 뮤지션들의 꿈, 홍대 롤링홀에서 공연을 가졌다. 150여 명의 팬들이 모인 현장의 열기를 차수연은 잊을 수 없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단독 공연을 한 건 처음이라 전 날 잠을 제대로 못 잤거든요. 아닌 척 했지만 사실 덜덜 떨면서 무대에 올랐어요. 긴장한 채 눈을 딱 뜨는데 정말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복받치더군요. '최선을 다하자. 절대 실수하지 말자. 다 보여주자' 하는 마음이었죠. 1,2부로 나누어 공연을 했는데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던데요. 감사한 분이 계시는데 부활의 김동명 선배가 든든하게 지원사격해줬어요. 와, 팬들 분이 어마어마했어요. 소속사 대표님 러브콜을 단숨에 수락해주셨죠. 큰 도움을 주셨어요.”

긴장이라는 단어는 겸손이다. '덜덜'이라는 펴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수연은 무대에서 단숨에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순백의 실크 한복을 입은 차수연의 모습이 마치 교주 같았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그렇게 무대에 오른 차수연은 실제와 전혀 다른 자신이 된다. 의상 역시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 중 하나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포토

“약간 소복같은 느낌이죠.(웃음) 촬영 때 입은 한복이 마음에 들어서 개인적으로 구매까지 했어요.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하면서 나온 아이디어가 한복인데 ‘꽃’과 참 잘어울리지 않나요? ‘꽃’은 제가 작사를 한 곡이라 뮤직비디오 팀과 회의할 때 장소나 이미지, 스토리텔링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반영도 됐고요. 제주도에서 촬영했는데 반응이 참 좋아서 기뻤죠.”

차수연의 최근 관심 분야는 ‘작곡’과 ‘판소리’다. 계획 중인 솔로 앨범에 자작곡을 싣는 것이 목표 중 하나인 그는 최근 더더밴드의 김영준 프로듀서에게 작곡을 배우고 있다. 판소리는 뒤늦게 매력에 빠졌다. 한국의 정통 소리가 밴드 음악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도 점목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한 가지의 목소리 보다는 스펙트럼을 지닌 목소리를 가진 뮤지션이 되어 그 매력을 널리널리 알리고 싶다는 야무진 포부를 지닌 그다. 13년째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목소리는 끊임없이 단련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지런한 뮤지션이다.

그러나 현 소속사를 만나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물론 그 모든 경험들이 지금의 차수연을 만들었고, 그 경험을 음악에 녹여내곤 한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아무래도 밴드 생활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어요. 19살 때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서 26살까지 일했죠. 생각 보다 정말 일이 많은 직업군이에요. 낮에는 병원에서 일하고 밤에는 밴드 활동을 하니 몸이 녹초가 되더군요. 이후에는 사무직 생활을 했어요. A사의 콜센터 검수 직원으로 일했는데 콜센터 직원들과 고객들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 검수하는 부서에요. 그때 알았어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요. 정말 말도 안되는 고객을 만난 직원은 찾아가 위로도 하고 그랬어요.”

차수연의 직업 변천사는 다채롭다. 어떤 일을 하든 오래, 최선을 다해 일했다. 미술관에서 중국 관광객을 맞이하는 일부터 영어 스터디 그룹을 전문으로 조직하는 영업직까지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했다. 놀랍게도 영업직은 적성에 맞아 팀장으로 승진까지 했다고. 영업을 뛰는 인디밴드 뮤즈라니 이 역시 매력으로 느껴지는 반전이다.

“제가 생각보다 영업을 잘하더라고요.(웃음) 말이 그렇지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해서 살이 많이 찐 시기이기도 해요. 4년 정도 일했는데 아무래도 음악이랑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아서 그만두게 됐죠. 이제는 온전히 음악에 집중하고 있어요. 좋은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요.”

음악 한 곳에만 집중하기 까지 13년.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배웠을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죠.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 여러 경험들이 많았던 건 감사하게 생각해요. 잃은 것은 음...그 만큼 잃은 사람들도 있다는 거에요. 아무래도 그렇게 되는 일들이 있더군요.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는 과정에서 잘 싸우는 방법도 터득했어요. 하하.

이제 차수연은 날개를 달 준비 중이다. 밴드의 보컬 차수연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차수연을 드러낼 수 있는 솔로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솔로 앨범’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에서 설렘이 느껴진다. 아직 백지 상태지만 그 만큼 담고 싶은 게 많다.

“이전에는 밴드로서의 차수연을 보여드렸고, 이젠 날 것의 저를 보여드려야죠. 전 작사를 할 때 개인의 경험도 녹이지만 상상력도 녹여내거든요. 한 캐릭터를 만들어 소설을 쓰는 걸 좋아해요. 어떤 것에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싶어요. 지금 당장 정형화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제가 가진 평소의 감수성, 생각들을 담은 앨범이 될 것 같아요. 우울하면서도 멜랑꼴리한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까지도요.”

'독립'이라는 새 길에 들어 선 차수연의 눈이 설렘과 희망, 포부로 채워져 빛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먼 곳까지 울릴' 뮤즈의 목소리가 기다려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스타더스트이앤엠]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김지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