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대탈출' '지니어스 게임' '여고추리반' 등을 연출한 정종연 PD가 tvN 퇴사를 고민 중에 있다. 18년 만에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유는 그의 과거 인터뷰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정종연 PD가 tvN 측에 최근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전해졌다. tvN 측은 "사생활이라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향후 거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인 것은 분명 사실이다. 방송계에 따르면 정 PD는 최근 MBC를 퇴사하고 후배 PD들과 제작사를 설립한 김태호 PD와 앞날을 논의 중이다.

정종연 PD는 tvN의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을 제작한 스타 PD로 2004년 엠넷에 입사, 2011년 tvN '코리아 갓 탤런트'부터 메인 연출가로 활약했다. 이후 그는 '더 지니어스' 시리즈와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시리즈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대중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추리 예능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펼치며 이른바 '정종연 유니버스'로 불리는 'DTCU(대탈출 유니버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지금의 티빙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티빙이 CJ EN에서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후 처음으로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가 바로 정종연 PD의 '여고추리반'이었던 것. 프로그램의 예상 밖 인기에 힘입어 티빙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독립법인 출범 후 약 8개월 만에 역대 최고 MAU(월간순이용자수) 수치인 334만 명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출범 전과 비교하면 약 100만 명 이상 상승했다.


그렇다면 '신서유기' 시리즈의 나영석 PD,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신원호 PD와 함께 tvN을 대표하는 PD로 꼽히는 정종연 PD가 이직을 고려 중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그의 과거 인터뷰에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정종연 PD는 지난 3월 '여고추리반2' 종영 인터뷰에서 "'대탈출'과 '여고추리반'을 하는 2년 동안 거의 못 쉬었다. 1년에 한 프로그램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처럼 느껴졌는데 최근엔 두 개씩 했다. 때문에 번아웃 같은 게 없다. 지칠 때로 지친 상태인 것 같다. 아이디어적인 차원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쉬고 싶은 생각이 있다"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지쳐있는 상태임을 피력했다.

다만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것. 정종연 PD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올해는 방송계 전체가 물밑에서 많은 지각 변동과 변화가 예고되는 해라고 생각한다. 저도 여러 가지 생각할 것도 많아 그런 한 해가 될 것 같다. 새로운 도전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지금은 여러 K-콘텐츠로 세계를 향한 기회의 문틈이 살짝 열려 바깥을 볼 수 있는 시기이지 않냐. 때문에 지금을 놓치면 안 되지 않을까,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하며 정형화된 플랫폼에서 벗어나 색다른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MBC를 퇴사하던 김태호 PD가 남긴 말과 상당히 흡사하다. 김태호 PD는 지난 1월, 21년 만에 MBC를 떠나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 20년을 MBC 예능본부 PD로 살아오면서 입으로는 늘 새로움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나는 무슨 변화를 꾀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점점 머릿속을 채워갔다. 그래서 비록 무모한 불나방으로 끝날지언정, 다양해지는 플랫폼과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을 보면서 이 흐름에 몸을 던져보기로 마음먹었다"고 적은 바 있다. 그리고 현재 김태호 PD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듯 티빙,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과 협업하며 색다른 도전에 임하고 있다.

늘 기존 예능판에 없던 것, 새로운 것을 추구했던 정종연 PD가 tvN을 떠나려는 이유가 이 때문이지 않을까, 또 미래를 논의 중인 대상이 김태호 PD인 이유가 이것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이번 정종연 PD의 고민이 어떻게 끝맺음 날지, 또 인터뷰 말미 했던 "'대탈출'과 '여고추리반'은 분명 돌아올 것"이라는 약속은 어떤 식으로 지켜낼지, 그의 앞으로가 더 궁금해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