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느려도 너무 느리다. 극 전개가 절반을 넘어섰는데도 무엇 하나 시원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그리드'의 거북이 전개에 시청자들의 흥미도 식고 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그리드'(극본 이수연·연출 리건)는 태양풍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방어막 '그리드'를 탄생시킨 채 사라진 미지의 존재 '유령'(이시영)이 24년 만에 살인마의 공범으로 다시 나타난 후,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그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비밀의 숲' 시리즈의 이수연 작가가 집필을 맡은 '그리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SF 소재에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를 가미한 장르물로 공개 전부터 마니아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온 작품이다. 여기에 '콘텐츠 공룡' 디즈니+의 첫 UHD 오리지널 시리즈 점이 기대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총 10회 중 절반인 5회가 공개된 현재, '그리드'를 둘러싼 시청자들의 양상이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거북이 기어가듯 느릿한 전개 방식으로 인해 '하차각'을 재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드'의 가장 큰 이야기 줄기는 방어막 '그리드'를 창시한 유령과 그를 추격하는 사람들이다. 유령이 어떻게 그리드를 창시했고, 24년 만에 나타나 왜 살인마 김마녹(김성균)을 도와주고 있는지, 관리국은 왜 유령을 쫓고 있는지 등 유령을 중심으로 여러 미스터들을 흩뿌려놓으며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초반 독특한 세계관과 장르적인 요소로 흥미를 끌었던 것도 잠시, '그리드'는 5회까지 속 시원히 풀어지는 것 하나 없이 비밀들만 풀어놓으며 답답한 전개를 이어나가고 있다. '비밀의 숲' 시리즈를 통해 이수연 작가가 극 초중반까지 단서들을 풀어놓고 후반부에 이를 모두 회수하며 전개가 휘몰아치는 스타일의 전개 방식을 구사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리드'는 전개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
유령에 대한 단서가 매회마다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 유령의 초월적인 행동들이 이해되지 않아 몰입도가 떨어진다. 또 관리국은 왜 유령에 집착하는지 짐작은 되지만 현재까지 전개로는 명확하게 파악이 안 돼 답답할 뿐이다.
특히 미스리의 큰 축인 유령을 연기한 이시영의 존재감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캐릭터 자체가 의문투성이인 데다가 전개 속도마저 느리다 보니 캐릭터 행동에 당위성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이시영의 존재감도 힘을 잃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디즈니+의 회차 공개 방식이 이 같은 답답함을 배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 1회 공개되는 탓에 극의 긴장감과 속도감이 뚝뚝 끊겨 몰입도를 방해하는 상황이다.
이수연 작가 작품 특성상 후반부에서 모든 미스터리가 풀리면서 빠른 속도로 전개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되지만, 그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려줄 시청자들은 이제 몇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극 초중반의 지루함을 견디고 끝까지 완주를 하기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인내심이 없다. 아무리 후반부에 전개가 몰아친다 한들, 이를 봐줄 시청자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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