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의 안일함이 불러온 '설강화' 사태 [TV공감]
2021. 12.29(수) 11:48
설강화
설강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설강화'가 민주화운동 폄훼, 안기부 미화 등으로 연일 뜨거운 감자다. '설강화' 측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연신 억울함을 피력하고 있다. 설령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창작 과정에 있어 제작진의 안일함 때문에 비화된 일이기 때문에 비난을 피해 갈 수 없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 : snowdrop'(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 이하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지수)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방송 전부터 민주화운동 폄훼, 간첩 미화, 안기부 미화 등 각종 역사왜곡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설강화'는 방송 이후에도 비난 여론에 부딪혔다. 급기야 방송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재되고, 협찬사들에 시청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여론의 분노는 상상 이상으로 거셌다.

이에 JTBC는 회차가 진행될 수로 항간의 오해들이 풀릴 거라면서 특별 편성을 하면서까지 논란 불식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안기부 미화 논란이 더 거세지면서 이제는 시청률 0%대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철저히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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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입장대로 지금의 논란들이 모두 오해라고 밝혀지면 비난 여론이 잠재워질까.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미 전개 과정에서 너무 많은 역사가 오염됐기 때문이다. 간첩인 남자 주인공은 민주화 운동가로 오해받아 목숨을 구했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피해자들이 고통을 토로할 정도로 무지막지했던 안기부는 신사적으로 수사하고 간첩을 쫓는 신념 가득한 캐릭터로 미화됐다. 또한 간첩인 남자 주인공과 평범한 여대생인 여자 주인공의 로맨스는 간첩 미화로 비칠 우려가 다분하다.

아무리 나중에 '사실은 안기부도, 간첩도 모두 나쁘답니다'라는 이야기가 전개되더라도 초반 설정에서 쌓인 오해들이 역사 왜곡 논란으로 이어졌다. 민주화 운동가들과 간첩이 연관돼 있었다게 사실이었다면서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폄훼하고, 안기부 미화로 가해자의 실체를 흐릿하게 만드는 의견들이 '설강화'를 비호하기 위한 논리로 쓰이고 있다. 급기야 '설강화'에 우려를 표한 故 박종철, 이한열 열사 측에 항의 전화를 하는 등 고문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

물론 '설강화' 제작진은 이러한 논란들을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랑의 불시착'의 성공으로 해금(解禁) 된 남북한 남여의 사랑과 1987년 대선 정국, 안기부, 간첩 등 설정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를 창작했을 터다. 그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논란에 대한 의도는 없었을지 몰라도, 안일해도 너무 안일했다. 여러 설정들이 1987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놓인 이상 민주화 운동의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었음에도 그저 '창작의 자유'를 내세워 자신들의 창작물들을 기조 대로 제작했다.

더군다나 방송 전부터 수차례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한 수정은 하지 않았다. 민주화 운동가 천영초를 연상케 하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영로로 바꾼 것 외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설정들을 모두 담았다. 회차가 진행되면 자연스레 오해가 풀릴 거라는 제작진의 오만이 불러온 결과다.

JTBC와 '설강화' 제작진은 아직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들이 만든 창작물이 민주화 운동 역사에 대한 오명을 불러일으켰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억울하다고, 오해였다고 강조만 할 뿐이다. 창작의 자유, 제작의 독립보다 더 중요한 창작의 책임을 저버린 제작진이 '설강화'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f/사진=JTBC '설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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