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가 스스로 퇴색시킨 그녀들의 진심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1. 12.27(월)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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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사람들은 왜 스포츠를 좋아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다만, 사람의 노력이 사람이 어찌하지 못할 운과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운이 좋아 노력을 한만큼이던 혹은 그 이상의 것이던, 운이 좋지 않아 노력한 것보다 못한 성적이 나오던 상관없이, 경기 내내 선수들이 보여준 진심어린 분투가 그저 감동스러운 거다. 벅차 오르면 오른 대로, 안타까움에 목이 메면 메는 대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와 감정이 일치되는 환희를 누리게 되니, 무료한 일상까지 덩달아 열정에 휩싸이는 느낌까지 받는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어쩌면 예기치 못한 흥행은 프로그램 소개에 적힌 그대로, 축구란 스포츠에 임하는 출연자들이 보여주고 증명한, 단순한 예능 이상의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런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2일 방영된 ‘골 때리는 그녀들’이 보여준 FC원더우먼과 FC구척장신의 경기가 편집 과정에서 인위적인 작업이 가미된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결국 제작진의 사과문까지 이끌어낸 이들은 다름 아닌, 오랜시간 ‘골 때리는 그녀들’을 좋아하고 응원해온 애청차들이었다.

당시 방송에 실린 경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FC구척장신이 세 골을 넣고 이어 FC원더우먼이 두 골을 넣으며 따라붙다 치열한 접전 끝에 FC구척장신이 6대3으로 승리한다. 그러나 실제 경기의 모양새는 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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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후에 야릇한 무언가를 느낀 이들이 점수판, 전술판, 중계진의 멘트 등 구석구석을 분석하여 알아낸 결과대로, FC구척장신이 먼저 전반전에 5골을 넣고 후반전에 들어 FC원더우먼이 약진하며 6대3으로 마무리된 것이었다.

즉 방송에 긴박감을 더하겠다고, 그러니까 오로지 재미를 위해 제작진이 경기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꾸어놓았다는 전말이다. 어떻게 이같은,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출연하는 이들의 진정성까지 훼손시키는 일을 과감하고 자신감 넘치게, 그것도 제 손으로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저 편집 순서만 달리했을 ‘뿐’이고 경기의 결과를 조작한 건 아니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시청자가 알아챌 리 없다 생각했겠다. 설사 알아챈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거라고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안일함으로 임한 거라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얕봐도 너무 얕봤다. 가만히 우롱당하고 있기에는 그동안 시청자들이 ‘골 때리는 그녀들’에 보낸 애정이 너무 깊었다. 제멋대로의 실력을 가진 오합지졸이 축구를 향한, 프로선수 못지 않은 열정 하나로 고된 노력과 분투 끝에 얻은 승리 혹은 패배의 값진 기억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이상, 경기의 어느 장면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고 이러한 시선에 그들의 꼼수가 걸리지 않을 재간이 있을 리 없다.

그리고 무지해도 너무 무지했다. ‘골 때리는 그녀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은 동력은 바로 그들이 보여준 진심 어린 분투였는데 여기서 진심을 퇴색시켜버렸다. 이처럼 어리석은 행동이 또 없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힐 때 더 아픈 법이다. 시청자들의 공분이 제작진을 넘어 출연진 전체에 향하는 현 상황이 당연한 이유다. 자멸의 기운이 더욱 짙어져 마침표를 찍기 전에 스스로 제거해 버린 진정성을 되돌려 놓을 수를 마련하길 바라 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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