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제작 환경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각종 이슈로 몸살을 앓았지만, 동시에 K-드라마가 전 세계로 퍼진 OTT를 타고 약진하며 문화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1년 한 해를 정리하며 다사다난했던 드라마 시장의 이모저모를 정리하고, 드라마 시장이 풀어야 할 문제점도 짚어봤다.
◆ 배우 교체·역사 왜곡·조기 폐지, 상반기는 '암흑기'
상반기 드라마 시장은 암울했다. 2월 연예계 전반으로 불거진 학교 폭력(학폭) 논란이 드라마에도 영향을 끼쳤다. 배우 박혜수가 학창 시절 학폭 가해자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그거 주연을 맡은 KBS2 '디어엠'은 사전 제작으로 촬영을 모두 마쳤음에도 편성이 불발됐다. 이미 방영 중이던 KBS2 '달이 뜨는 강' 역시 주연 배우 지수가 학폭 가해자라는 폭로가 제기됐고, 배우 본인이 이를 일부 인정하며 작품에서 하차한 탓에 방영 6회 만에 새로운 배우를 찾아야 했다. 다행히 나인우가 대타로 나서 재촬영이 이뤄졌고, 큰 방송 사고 없이 종영을 맞을 수 있었다. 그룹 에이프릴 이나은 역시 당시 방영 예정이었던 SBS '모범택시'에서 하차했고, 표예진이 대신 캐스팅돼 일부 재촬영을 진행했다.
역사 왜곡도 큰 화두였다. 조선 초기를 시대 배경으로 한 SBS '조선구마사'는 3월 첫 방송과 동시에 논란에 휩싸였다. 태종은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는 인물로 묘사됐고, 조선 기생집에 중국 음식들이 등장하며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시청자들의 항의에 광고주들 또한 광고를 철회했고, 결국 '조선구마사'는 방송 2회를 마치고 나흘 만에 폐지됐다. 또한 이 작품을 집필한 박계옥 작가의 전작들도 문제가 되면서 지난 2월 방영을 마쳤던 tvN '철인왕후' 또한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번 달 초, 주요 포털사이트와 티빙 등 OTT에서 '철인왕후' 영상을 다시 제공해 논란이 진행 중이다. 18일 첫 방송한 JTBC '설강화'는 1987년 민주 항쟁 시점을 배경으로 해 역사 왜곡 의혹이 불거졌다. 간첩 미화, 안기부 미화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방영 중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 하반기, OTT 타고 전 세계에 상륙한 K-드라마
이처럼 사건, 사고가 이어지던 드라마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은 것은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다. 170여 개 국가에 서비스 되는 넷플릭스를 타고, 또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간 '오징어 게임'은 공개 17일 만에 전 세계 1억1100만 가구가 시청하고, 역대 모든 넷플릭스 콘텐츠의 기록을 갈아 치우는 등 신드롬 급 인기를 누렸다. 주연 배우 이정재 박해수 위하준 정호연 등은 미국 현지 프로모션에 나서 현지 토크쇼에 출연했고, 작품은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3개 부문, 골든글로브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기생충', '미나리' 등 한국 콘텐츠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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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지옥, 마이 네임, 갯마을 차차차, 연모 이미지 |
또 다른 작품들 역시 'K-콘텐츠 열풍'에 힘을 보냈다. 우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지난해 12월 말 공개된 '스위트홈'을 시작으로 D.P' '마이 네임' '지옥' 등이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지옥'은 '오징어 게임' 신드롬 직후 공개돼 열흘 간 세계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해외 판권을 확보한 국내 드라마도 활약했다. 5월 방영한 tvN '빈센조'는 넷플릭스 월드 랭킹 차트에서 최고 순위 4위를 기록했고 KBS2 '연모'는 7위, tvN '갯마을 차차차'는 8위를 기록했다.
다만 OTT의 강세에 밀려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은 급감했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을 합쳐 시청률 20%를 넘은 미니시리즈는 한 편도 없었다. 10%를 넘은 드라마는 총 14편으로, 지상파는 KBS '달이 뜨는 강'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 '연모', SBS '펜트하우스' '모범택시' '원 더 우먼' '홍천기', MBC '옷소매 붉은 끝동' 등 총 8편이었다. 종합편성채널은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2' 단 한 편에 그쳤고, 케이블은 tvN이 '빈센조' '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2' '갯마을 차차차' '지리산' 등 총 5편을 배출하며 화제성을 독식했다.
◆ 열풍 뒤 남은 숙제
'신드롬'으로 불리는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인기는 되려 한국 드라마 시장이 풀어야 할 문제를 명백하게 드러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에 약 250억원 가량의 제작비를 들였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이 벌어 들일 수익은 약 1조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 저작권은 넷플릭스에 귀속되는 상황, 논란이 일자 넷플릭스 측은 제작사와 추가적인 보상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태는 K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들이 글로벌 OTT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힘을 싣는 사례가 됐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대작 드라마들은 방송사를 막론하고 OTT와 협업 중이다. 지상파들은 대부분 토종 OTT인 웨이브로 향했고, tvN과 JTBC 등은 또 다른 국내 OTT인 티빙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넷플릭스와 3년 간 제휴를 맺었다. 시청률이 급감하고 광고가 떨어져 나가는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댈 수 있는 제작 비용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담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OTT와의 협업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K콘텐츠를 향한 인기와 관심이 절정에 달한 지금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라며 "러닝 개런티·로열티 등 제작자를 위한 보상이 담보되는 법 체계를 구축하고, 더욱 높은 제작비를 요구해 촬영 환경을 개선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시장 전반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의 K-드라마 열풍 또한 전 세계와 네트워크된 글로벌 OTT 없이는 일어날 수 없었던 사건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OTT와 공생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곧 2022년 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숙제가 된 셈이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넷플릭스, tvN,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