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도시여자들’이 별 것인 세상사 별 것 아니게 만드는 법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1. 11.26(금)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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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세상이 건네는 시련과 그로부터 비롯된 삶의 고통에 이토록 쿨하고 유쾌하게 맞서는 이들이 또 있을까. 타이틀부터 예사롭지 않은 TVING ‘술꾼도시여자들’(연출 김정식, 극본 위소영)에 보내는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세 친구가 열 부럽지 않은 우정을 기반으로 하여, 있는 모습 그대로 세상과 치열하게 한판 붙는 이야기가 꼭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단단한 위로 같다 할까.

단순히 술을 좋아하는, 도시에 사는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쩌면 ‘술꾼’과 ‘여자들’의 조합에서 이미 어떤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늘의 별 것인 시름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술을 마시는 시간을 통해 별 것 아닌 것으로 치환하며 살아가는, 누구보다 진솔하고 성실한 오늘의 ‘술꾼도시여자들’의 이야기다.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세 인물, 안소희(이선빈)와 한지연(한선화), 강지구(정은지)는 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공통점으로 친구가 되었다. 무슨 일이 있든 없든 단골 술집에 모여 ‘적시자’를 외치며 하루의 고단함을 나누는 이들은, 서로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제일 빨리 달려와 안아주고 함께 울고 웃고 술을 마셔주는 가족보다 더 짙고 끈끈한 관계다.

그래서일까. 소희와 지구, 지연이 이전 직장을 그만두게 된 각각의 사연 또한 흥미롭게도, 하나의 인물, 즉 ‘박회장’이란 빌런으로 통합된다. 출판사에 다니던 소희는 그의 자서전을 담당하면서, 교사이던 지구는 자신이 맡은 반 학생의 아버지라서, 지연은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다 그의 능글맞은 눈빛에 들게 되면서 시련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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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술꾼도시여자들’에게 시련은 그저 시련일 뿐으로 맛있는 안주와 함께 술 몇 병 거나하게 기울여 용감히 헤쳐나가면 될 일이었다. 지연은 자신을 호텔로 불러들인 박회장의 흑심을 수영장에 빠트리는 장난질로 되받아쳤다는 이유로 개 농장으로 좌천되나 그녀다운 특유의 발랄한 ‘돈 워리, 돈 워리’를 잃지 않고 일에 열중한다.

하지만 소중히 돌보던 강아지들이 실은 식용을 목적으로 길러졌다는 것을 깨달은 후 그녀의 표정은 백팔십 도로 바뀌며 망치로 사육장의 자물쇠를 부수고 자신도 박회장의 회사에서 완전히 빠져나온다. 소희 또한 자서전에 넣겠다며 늘어놓는 말도 안 되는 일화들도 꼴불견이었는데 무려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친구 지연에게 나쁜 짓을 하려 한 박회장을 도통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월급만큼 혹은 월급보다 비싼 산삼주에 한껏 취해 맛깔난 전라도식 욕설을 한바탕 퍼붓고 다니던 출판사에서 시원하게 짤리고 만다. 지연과 소희의 어느 정도 유쾌하다 볼 만한 결말을 맞이한 시련과 달리, 지구의 것은 다소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반 학생이자 박회자의 딸은 자신의 성적 지향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의 폭력에 의해 결국 자살을 선택한 까닭이다.

담임이면서, 알면서 지켜주지 못했단 죄책감이 지구를 무너뜨리고, 그때야 비로소 지구는 알게 된다. 자신 또한 엄마가 강요하는 삶의 기준에에 맞춰 살아왔음을. 그래서 가족과 두 친구에게까지 모습을 감추고 사라지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한다. 지구를 사랑하는 두 친구가 가만 둘 리 없으니까. 알고 보면 천재일 지 모르는 지연이 너무 간단하게 지구의 바뀐 연락처를 알아내면서 이들의 술자리는 다시 시작되었고 덕분에 지구는 시련을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진짜 별거였던 일은 순식간에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이게 바로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다”
술을 찬양하는 게 아니다. 술은 삶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줄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문제를 일으켰으면 일으켰지. ‘술꾼도시여자들’은 그저, ‘술꾼’이라 불릴 만큼 술을 사랑하는 세 여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매개로 어떻게 주어진 삶의 시련과 맞붙고 서로의 삶을 지켜내는지 이야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우리는 술이 아닌, 이들의 용기백배한 우정과 사랑에 자진하여 취하고 있을 뿐이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ING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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