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코미디언들이 필사의 각오로 임한 '개승자'가 첫 선을 보였다.

13일 밤 KBS2 예능프로그램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가 첫 방송했다. '개승자'는 대한민국 대표 희극인들의 코미디 서바이벌 대전쟁이다. KBS 출신 코미디언들이 주축이 돼 13개의 팀이 출연, 매 라운드 경합을 펼쳐 최종 우승자에게 1억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형식의 경쟁 프로그램이다.

KBS는 지난해 6월, 21년 간 장수했고 지상파 코미디의 명맥을 유일하게 이어오던 '개그콘서트'의 막을 내렸다. 코미디언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을 해야 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에서 공개 코미디를 펼치기 어려운 나날이 이어졌고, 일부는 현재 유일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tvN '코미디 빅리그'로 적을 옮겼으며, 유튜브를 통해 생존을 알렸다. 혹자는 무대 위 설 자리를 잃고 개그를 포기하기도 했다.

자칫하면 대한민국의 공개 코미디 역사가 끊길 수도 있는 위기 상황, 이들이 염원하던 KBS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1년 5개월 만에 신설됐다. 쇼 위주였던 '개그콘서트'와는 달리 팀별 경쟁이라는 요소를 도입해 몰입감을 높였고, 매번 무대가 끝날 때마다 현장 99명의 참가자들의 투표로 승자를 결정해 흥미를 더했다. 매 회차마다 1개의 팀이 탈락하는 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경쟁을 위해 '개그콘서트'의 살아있는 역사들이 뭉쳤다. 김준호 김대희 박준형 이수근 김원효 박성광 유민상 김민경 변기수 윤형빈 오나미 이승윤 등 12명의 노련한 코미디언과 '개그콘서트' 폐지로 인해 꿈을 접어야 했던 막내 기수들이 뭉친 신인팀까지 총 13팀이 경쟁에 돌입했다. 이들은 경연에 앞서 모인 팀장들의 대화에서 KBS, 나아가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의 명맥이 끊김으로써 느껴야 했던 부채감, 경연에 임하는 필사의 각오를 털어놨다. 코미디언들이 한 자리에 뭉친 만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화와 걸출한 입담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후 1번 박성광, 2번 이수근 팀이 팀원 사전 미팅을 통해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이 공개됐고, 두 팀의 실제 무대도 곧바로 공개됐다. 박성광 팀은 '개승자 청문회' 코너를 준비해 새로운 유행어, 풍부한 애드리브를 바탕으로 웃음을 끌어냈다. 이수근은 장기인 음악 소재 개그를 들고 나왔다. '아닌 것 같은데'라는 노래에 맞춰 장안의 화제 '오징어 게임'을 차용한 콩트로 웃음을 자아냈다. 결과는 이수근 팀의 승리였다. 패배한 박성광 팀은 판정 존에 남아 다음 팀과 또 맞붙어 당락을 결정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KBS2 개승자

이처럼 '개승자' 첫 방송은 코미디언들의 간절한 마음과 무대를 향한 진정성, 실제 무대를 통해 소소한 웃음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비대면 형식이 아닌 99명의 관객과 함께 해 담을 수 있었던 현장감 또한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오랜만에 보는 코미디언들의 '본업하는 모습' 또한 반가움을 자아냈다.

다만 초반부 팀원 소개와 팀장 사전 모임 내용이 방송 분량의 대부분을 채운 탓에 다소 지루함을 자아냈다. 공개 코미디의 부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홍보한 만큼 '개승자'를 통해 다시 만날 코미디 무대를 기다리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는 전개였다. 코미디언들이 매너리즘을 벗고 절실하게 무대에 임한다는 사실은 1화를 통해 충분히 확인했고, 시청률 또한 5.0%(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으니, 이제 실제 무대만 재밌으면 된다. '개승자'가 지상파 코미디의 명맥을 지켜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