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 금자씨의 아주 탁월한 선택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1. 11.04(목) 08:30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JTBC ‘구경이’(연출 이정흠, 극본 성초이)를 두고 가장 먼저 이야기된 건 배우 이영애의 복귀작이란 꼬리표다. 그녀의 영향력이 작품의 인기에 견인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 하지만 정작 맞닥뜨리고 나니, 그냥 이 드라마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배우 이영애의 복귀라는 화제를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특히 각각의 인물에게 부여된 독특한 설정과 그를 오롯이 구현해낸 연출력이 주목할 만다. 우선 전에 없던 인물 유형의 등장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으레 조연의 자리에 놓여 있기 마련이던 게임 중독자가 이야기의 중심부로 나왔다는 것, 그를 돕기 위해 붙여진 조력자는 또, 변조된 목소리로만 대화가 가능한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의 관계는 게임에서 맺어졌으니, 게임 내에서 여러 중요한 전투를 함께 치렀다는 이유로, 직접 맞닥뜨린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끈끈한 동료 의식을 보이며 최상의 조합을 이루어 활약을 펼치는데 신기할 따름이다. 중심 인물 ‘구경이’(이영애)와 ‘산타’(백성철)의 이야기다.

또 다른 조력자 용국장이라 불리는 용숙(김해숙)도 빼놓을 수 없다. 봉사 기부재단의 이사장이며 평범한 아들바라기 엄마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어쩐지 시커먼 속내를 가지고 있을 게 분명해 보이는, 선악을 구분하기 힘든 존재다. 얼마간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구경이와 돕고 돕는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구경이’의 절대악 ‘이경이’ 혹은 ‘케이’(김혜준), 이러한 장르에서 많이 보여준 사이코패스의 전형이나 어떤 특정한 결핍에 의하지 않고 그저 본연의 것이 발현된 결과적 모양새라는 점에서 색다르다. 설사 결핍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또한 본연의 것에서 비롯되었을 뿐이다. 멈출 수 없는 살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그래도 될 만한 대상을 찾아 한 치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마냥 즐거이 죽이는 기이한 악인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제 해당 인물들의 모습을 제대로 담고 있는 좋은 장면을 이야기해볼 차례다. 2화에서 구경이는 자신이 쫓고 있는 범인이 살인들을 저지른 경로와 방법을 추리하기 위해 머릿속에서 당시의 사건을 재연해 보는데, ‘구경이’는 이것을 흡사 연극무대처럼 연출한다. 덕분에 보는 이들은 무대만이 선사할 수 있는 극대화된 몰입감을 느끼는 동시에 구경이란 인물에 좀 더 바짝 따라붙게 된다.

케이가 클럽에서 홀로 춤을 추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자발적으로 홀로 추게 되었다기보다 사람들이 그녀를 피해 있다고 하는게 맞겠다. 이는 앞서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현재 속한 연극단 속에서 있는 힘껏 섞이려 하나 묘하게 섞이지 못하던 모습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행위를 즐기면서도 사람들의 애정을 갈구하는, 양가적인 면을 가진 사이코패스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용숙이 구경이와 첫 대면을 하는 장소가 목욕탕이란 점도 신선하다. 옛날 목욕탕에 꽃잎을 잔뜩 띄어 놓고 목욕을 하는 장면이 주는 아이러니함이,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앞으로 나타날 용숙이란 인물이 가진 양면적인 모습을 대변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효과적이면서 세련된 연출이라 할까.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력, 참신한 플롯, 배경음악의 적합성 등, ‘구경이’는 매혹적이지 않은 구석을 찾기가 힘들 작품이다. 우선 고작 도입부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상당하다는 것부터가 ‘구경이’가 보유한, 더없이 흥미로울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증명이니까. 이제부터 ‘구경이’가 거둘 성과는 돌아온 금자씨 때문이 아닌 오롯한 ‘구경이’의 것으로, 금자씨가 아주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JTBC ‘구경이’]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