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전세계가 오징어게임 열풍이라면 한국은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열풍이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각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댄서들을 섭외하려 혈안이 되어 있는 게 도쿄 올림픽 영웅들에 대한 대우 못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의 ‘니즈’에 발빠른 방송가가 이 정도로 움직인다는 것이 여성 댄서들이 일으킨 파동의 크기를 실감하게 한다.

여느 경연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을 수 있던 ‘스우파’의 무엇이 사람들을 이토록 매료시켰을까. 여러 요인중 하나로 개인 플레이가 아닌 팀 플레이를 펼쳤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특정한 개인의 우승이 아니라 공동체가 우승한다는 것, 이는 기존의 치열한 경쟁이 안기는 짜릿한 재미에 ‘내 사람들’이라 불리는 이들 안에서 이루어지는 끈끈한 연대감에서 비롯된 감동적 서사를 더하며, 단순한 경연 프로그램에 불과할 것을 하나의 완벽한 드라마로 만들어냈다.

그래서 특정한 개인을 응원하는 게 아니라 그녀가 속한 공동체를 응원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응원하는 공동체와 경쟁 관계에 놓인 또 다른 개인과 공동체까지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결국 모두 하나의 세계 안에서 그저 춤을 좋아한다는 공통의 동기로 서 있는, 넓게 보면 모두 좋아하는 것을 열정을 다해 지켜나가고 있는 동료이니까. ‘스우파’만의 특별한 대목으로, 유독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이 우승을 누가, 어떤 팀이 할 지에 관해 크게 상관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대중이 공동체의 미학을 추구하는 대상은 드라마나 영화, 이야기 장르에 국한될 거라 여겼다. 쉬운 예로, 마블의 어벤져스가 일으킨 대대적인 흥행은 가지각색의 특징과 성향을 가진 히어로들이 우여곡절 끝에 하나의 팀으로 뭉쳐 끈끈한 우정을 쌓으며 우주의 평화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리더급의 위치에 있는 존재들이 짊어지고 있었던 책임감과 희생정신이다.

생각해보면 오디션이나 경연 프로그램도 보통의 이야기 장르만큼 서사를 중요시 여긴다. 대중이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특정 참가자에게 몰입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몰입에 있어 가장 필요한 재료가 사연, 즉 이야기인 까닭이다. 그런데 ‘스우파’는 개인이 아닌 팀 플레이로 진행하면서 사연과 사연이 서로 얽히며 하나의 커다란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이르렀고, 그 과정에서 각 크루의 리더들이 보여준 특유의 리더십까지, 이건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꽤나 힘들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오랜 팬데믹으로 활동에 제한을 둔 채 지내 와야 했던 대중에게, 정해진 소수의 인원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교류하며 친목도 다지고 갈등도 일으키고 새로운 관계 또한 형성해가는 모습은, 잃어야 해서 잊고 있었던 어떤 갈망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몸을 움직이는 것도, 자기 주장과 표현도 자유롭기 그지 없는 댄서들이어서, 도저히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더라.

‘스우파’가 현재 얻고 있는 여느 경연 프로그램과 확연히 다른 궤적은, 요행이었는지는 모르겠다만, 현 시점을 살아내는 대중이 은연 중에 무엇을 바라고 또 원하고 있는지 정확히 꿰뚫은 결과였다. 그간 여러 이슈로 신뢰를 잃은 Mnet의 경연 프로그램이어서 여전히 기존의 틀을 버리지 못한 진행 방식에 볼멘 시선과 목소리로 대하긴 했다만, 실은 기특해마지 않게 여겨야 할 대목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JTBC ‘아는 형님’, MBC ‘전지적 참견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