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훅’의 ‘아이키’가 보유한 개인적인 혹은 리더로서 발휘되는 매력은 막강하다. 어느 때는 심지어 두려울 정도다. 그녀에게 한번 마음이 포섭되면 편이나 친구가 되었으면 되었지, 적(敵)이 되는 건 도통 불가능할 테니까. 댄스 경연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하여 대중 뿐만 아니라 함께 참가한 다른 댄서들마저 아이키앓이를 겪게 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붉은 빛깔의 헤어스타일이 아이키에게 다소 강렬한 첫 인상을 심어 주긴 했다만 워낙 자기 표현과 주장이 뚜렷한 여성 댄서들 사이에 있다 보니, 그녀에게 부여된 강함은 좀 다른 종류였다. 작은 키의 귀여운 외모로 중성적인 스타일의 춤을 추고 어디에 누구와 있든 그곳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상대로 하여금 견제나 긴장을 풀게 하는 강인함이라 할까.

게다가 그녀가 리더로서 이끄는 댄스팀 훅 또한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어린 축에 속해서, 여타의 노련한 경력을 가진 댄서가 보았을 때는 한없이 귀엽기만 하여 견제할 마음이 생길 리 없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게 댄스 경연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다. 서로 약자를 지목해 배틀을 치러야 하는 미션에서 훅은 ‘아이키와 아이들’이라는 별칭 그대로 아이키 외에 그다지 많은 지목을 받지 못한다.

한 마디로 어느 정도 어우러져야 배틀도 하는데 그만큼 약체로 여겼단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에 응한 아이키의 자세가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다른 댄서들이 훅을 견제 대상으로도 삼지 않는 이유를 역으로 이용하여 무대를 꾸린다. 모두 동일하게 붉은 색 가발을 쓰게 하여 누가 아이키인지 분간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리더 아이키가 지닌 특유의 강점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지점으로, 해당 무대가 엄청난 호평을 받은 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자신을 약체로 여긴 이들의 허를 보란듯이 찌른 훅은, 가장 견제해야 할 대상의 위치로 단숨에 뛰어오르며 상승세를 탔고 그 여세로 준우승까지 거머쥐는 영예를 얻었다. 리더 아이키의 영민한 전술에 팀원들의 탄탄한 춤 실력이 뒷받침되어 이루어낸 성과로, 아이키와 훅이 취하고 있는 친근하고 귀여운 모습에 하하호호 웃으며 방심하고 있던 이들로서는 아이키를, 아니 훅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중국 고대의 천재 병법가이자 전략가인 손무(孫武)가 지은 ‘손자병법’에 소개되는 전술 중 ‘허실(虛實)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대체로 기이한 병법은 처음에는 처녀처럼 약하게 보여 적군이 얕잡아 보고 문을 열어두게 하지만 나중에는 그물을 벗어난 토끼처럼 날래져서 적이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다.” 즉, 적군으로 하여금 긴장을 늦추게 함으로써 그 때 생기는 허(虛)를 찔러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아이키가 가진 장기가 허실이지 않을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언제든 적이 될 가능성을 보유한 상대에겐 경계를 보이며 곁을 내주지 않는다. 반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이 선다거나, 심지어 서로 가진 욕망도 겹치지 않아 갈등이 생길 염려가 없는 것으로 생각될 때엔 긴장을 늦추며 쉽게 곁을 내준다. 그래서 정말 무서운 상대는 후자의 경우에 많이 존재하는데 어느새 잠식당하고 마는 까닭이다.

아이키와 그녀의 진두지휘 아래 움직이는 훅의 접근법 혹은 전술이 이러하다. 어느새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의 마음에 깊숙이 침투하여, 순식간에 허를 찔러 매료시키고 장악해 버린다. 아이키앓이, 훅앓이로 만들어 버린다. 심지어 앓아서 괴로운 게 아니라 앓을 수 있어 행복한 앓이라고들 하니, 헤어나오기 쉽지 않겠다. 그러니 이 영민하고 막강한 상대에게 무작정 빠져들고 싶지 않으면 최대한 멀리해야 한다. 이 또한 쉽지 않겠다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아이키’ 개인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