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지리산의 영험한 기운을 탄 것일까. CG에 대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지리산’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회를 거듭할수록 고조되고 있다. 레인저, 산악구조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듯 하더니 생사를 가르는 순간을 보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으로, 그리고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의 맥락으로 넘어가는 매혹적인 전개에 누군들 안 넘어가고 배길까.
“부푼 희망과 혹독한 좌절의 경계, 새로운 시작과 처절한 피비린내가 공존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
tvN ‘지리산’(극본 김은희 연출 이응복)은 두 인물, 서이강(전지현)과 강현조(주지훈)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지리산을 지키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의 조난과 관련된 미스터리한 이야기다. 이강과 현조는 소중한 사람들을 산에서 잃었다는 동일한 상처를 지니고 있으며, 특히 현조는 그 경험으로 인해서인지 누군가의 삶이 막다른 길에 다다른 순간을 보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겪는 중이다.
덕분에 그는 첫 에피소드부터 더 오래된 경력을 지닌 레인저도 찾지 못했던 조난당한 아이를 찾아내 구하고 어느 남자의 한 맺힌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데 일조하는 활약을 펼친다. 물론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앞서는 바람에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어리석다 해도 그럴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능력이 주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고, 그것 때문에 지리산국립공원 해동분소로 자원하여 왔기 때문이다.
“우린 그저 산을 지키려고 했었어요, 그게 우리 일이었으니까요”
이강은 지리산이 건네는 좌절과 죽음이 희망이나 삶보다 얼마나 더 힘이 센지, 그 혹독하고 처절하고 피비린내 나는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잃은 소중한 존재는 부모였으니까. 결국 부검으로 발견되는 소중한 이를 바라보는 참혹한 마음을 제대로 맞닥뜨린 바 있어, 곳곳에 죽음에 사로잡힌 사연들이 가득 들어서 있는 지리산을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거리며 조난당한 사람들이 반드시 살아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실재적 능력을 가진 레인저 이강과 미스터리한 힘을 가진 현조가 지리산 안의 판타지적 공간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조금은 무게감 있지만 유쾌한 히어로물 같다. 하지만 김은희 작가가 담아내는 ‘지리산’의 세계는 이러한 예상보다 더욱 깊고 무거우며 예측 불가능했다. 고작 첫 회가 지났을 뿐인데 지리산 속을 날라다녀야 할 두 인물이, 한 쪽은 휠체어를 타고 한쪽은 혼수상태가 되어 나타났으니까.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이 산에 오르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현조는 주어지는 환영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지리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난 혹은 죽음의 이면에 의문을 품게 된다. 지리산이 아닌 누군가에 의한 인위적인 죽음일 가능성이 곳곳에서 의문의 표식들로 발견된 까닭이다. 이 때부터 ‘지리산’에서 지리산이 보이는 엄혹함은, 혹독한 좌절과 처절한 피비린내, 한 맺힌 죽음은 단순히 자연의 경이로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사람들의 욕망 어린 희망이 휩쓸고 지나간 결과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휠체어를 탄 이강을 다시 불러들인, 이강과 현조만이 알 수 있고 그들만이 남길 수 있는 ‘시그널’들.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때마다 적절하게 남겨진 단서들을 따라 펼쳐지는, 이 탁월한 완급 조절마저 갖춘 서스펜스에, 우리는 휠체어를 타고 혼수상태에 빠진 두 주인공의 발걸음일지라도 속절없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목덜미를 낚아채는데 승기를 거둔 ‘지리산’이 또 하나의 ‘김은희표 장르물’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라 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지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