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유의 서사법이야말로 ‘기믹’이다. ‘기믹’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특이한 전략, 또는 그 전략에 이용되는 독특한 특징을 일컫는 것으로, 참가자들 혹은 참가자와 심사위원 사이의 관계에 어떤 드라마적 연출을 가하여 대중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알맞은 단어이니까.
그 중에서도 열 번째 시즌에 이르러 더욱 농익은 기교를 선보이고 있는 ‘쇼 미 더 머니10’의 서사법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완전한 허구는 아니다. 사실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향한 흥미를 돋우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위적인 작업을 더한 것일 뿐이다. 예전에는 이 완전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약간의 거짓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해당 프로그램을 애청한 이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기는 무엇이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변했다. 여러 방송채널과 다양한 영상매체가 등장하기도 했고 워낙 가지각색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많이 접해본 까닭인지, 대중은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사각형의 틀 안에 들어오는 것은 일부에 불과함을 꽤나 잘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의 대중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줄 수 있다면야, 몰입한 시간을 아깝지 않게 만들어 준다면야, 까짓 것 적극적으로 속아 넘어가주고 동의해줄 태세를 취하고 있다 할까.
‘쇼 미 더 머니10’에서 꾸려 낸 서사 중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자면 우선 네 번째 시즌의 우승자인 ‘베이식’이 다시 등장했고 그의 1차 예선 심사자가 본인으로 인해 준우승을 차지해야 했던 ‘마이노’였다는 것. 뿐만 아니라 무려 두 시즌에 걸쳐 프로듀서로 함께 한 ‘산이’가 참가자로 참여했는데 그의 1차 예선을 심사본 인물 또한, 과거 디스전으로 얽힌 바 있는 ‘그레이’였으니 도저히 우연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베이식은 이러한 상황을 랩 속에 위트 있게 녹여내며 1차 예선을 통과했다.
드라마적 구성도 빼놓을 수 없겠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던 프로듀서 ‘염따’가 20년 지기 친한 형 ‘쿤타’ 앞에서는 유독 굳은 표정을 취하며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20년 전과 지금,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자신과 쿤타의 위치도 그렇고 무엇보다 쿤타가 얼마나 실력이 좋은지 너무도 잘 알아서, 자꾸 실없는 소리로 제 성취를 갉아먹는 모습이 못내 속이 상해 쓴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고서 결국 눈물을 글썽거리고 만다.
‘쇼 미 더 머니10’이 이를 놓칠 리 없고 보는 이들 중 누구도 그냥 지나쳐가지 못하도록 그들이 지닌 편집 기술을 최대치로 활용한다. 그리하여 시청자들은 그들의 드라마에 마음껏 몰입하며, 직접 듣기에도 쿤타의 랩 실력이 상당하다 생각하며 과연 그가 어느 단계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한 회, 한 회 시청하게 되는데, 여기서 이들이 관계 설정에 어느 정도의 허구가 섞였는지는 중요치 않다. 염따와 쿤타가 실제로 친한 관계이고, 쿤타의 랩 실력이 좋다는 기본적 사실만 있으면 된다.
왜냐면, 어찌 되었든 재미있으니까, 감동적이니까. 그래서 SBS 16기 공채 개그맨 출신 유튜버 ‘임플란티드 키드’의 참가와 그가 얻은 기대 이상의 성과가 더없이 인상적이다. 자신을 래퍼로 연출한 기믹인지, 정말 래퍼로서 참여한 것인지 헛갈리게 만들며 이 자체로 흥미를 돋우는 지점들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쇼 미 더 머니’가 열번째 시즌까지 구사하고 또 갈고 닦아온 전략을 단번에 보여주는 캐릭터인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기믹은 매력과 실력을 갖춘 진짜 래퍼들과 그들의 음악 즉, ’쇼 미 더 머니’의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형식에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아도 ‘쇼 미 더 머니’로 하여금 시즌10까지 건재하게 한 근본적인 원동력은, 프로그램을 통해 적지 않은 수의 재야의 래퍼들이 자신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리고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에서 비롯되는 까닭이다. 이것을 잃는 순간 ‘쇼 미 더 머니’는 기믹 그 자체가 되어버리고 폐지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게 될 테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net '쇼 미 더 머니10' 공식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