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2’, 캐릭터마다 다른 가지각색 의술의 풍경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1. 08.30(월)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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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이 시즌2에 이르러 더욱 확고해진 것이 있다면 각각의 캐릭터가 보이는 의사로서의 모습이다.

배우들의 한층 농익은 연기력 때문인지 맡은 분야에 따라, 포지션에 따라 그리고 인물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의술의 모양새가 더욱 선명해지면서, 시즌1에선 세상 어딘가에 있으면 좋겠지만 없을 것 같은 의사들 같았다면 시즌2에서는 그들을 통해 현실 속 의사들을 보게 되었다 할까.

신경외과 부교수 채송화(전미도)는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하고 삶이 제 활동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고통을 다루는 의사다. 매 수술이 정신도 육체도 고되고 힘들 수밖에 없는데 환자의 머리를 앞에 두고 꼿꼿이 앉아 있는 그녀를 보게 되면, 경과가 어떤진 몰라도 결국 괜찮아질 거라는 안심이 든다.

이는 송화의 평소 성격과 성품이 수술 장면에도 온전히 반영되어, 목디스크가 올 정도로 장시간의 수술일지라도 송화답게, 조금의 스트러짐도 없이 특유의 강단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해낼 거라는 신뢰감이 형성된 결과다. 설사 상황이 어렵게 되더라도 불운 혹은 환자 개인의 운명에 의한 것이지 송화가 의사로서 쏟아 부은 애씀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심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믿음인 것이다.

소아외과 부교수 안정원(유연석)도 밀리지 않는다. 저러면 피곤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타인을 배려하고 이쯤 되면 이름 앞에 ‘성(saint)’을 붙여줘야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선한 인간의 표본인 정원은, 수술에 들어가서도 치료해야 할 해당 부위를 넘어 누워 있는 아이의 삶 전체를 신경 쓴다. 아이가 모든 치료의 과정을 마쳤을 때 남들과 다르지 않은, 건강한 보통의 삶을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수술에 임하는 정원의 모습에는 평소엔 볼 수 없던 날카로움과 단호함이 실려 있기도 하다. 아이의 조그만 몸은 아주 작은 실수에도 커다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은 더더욱 아주 작은 흠결조차 없어야 된다는 생각에서다. 어쩌면 평소의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이 달리 발현된 것이라 하겠다. 수술 중에 보이는 예민한 모습으로 치자면 흉부외과 부교수 김준완(정경호)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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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준완은 정원과 달리 본래의 까칠한 성격이 수술하는 모습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그가 환자의 몸을 대하는 장면을 맞닥뜨리면 정원과 동일하게 의사로서의 사명감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다소 예민한 모양새로 드러난 것일 뿐임을 알게 된다. 아무리 중요한 약속도 수술대 위에서 생사를 가르는 과정에 놓인 환자 앞에서는 새까맣게 잊고선, 환부에 시선을 고정한 채 환자가 보유한 생의 기운을 크게 할 궁리에만 골몰하는 인물이니 오죽할까.

게다가 겉으로는 타인의 사정에 무심하고 관심 없는 듯 행동하면서 실은 누구보다 깊고 예리한 시선으로 따뜻하게 돌본다. 사지가 마비되어 종일 누워 있으나 면회 올 사람이 없어 홀로 지내는 어느 환자를 위해 하지도 않던 SNS를 시작하여 조용히 도움의 손길들을 끌어온 일이 대표적 예다. 산부인과 조교수 양석형(김대명)은 또 어떠한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라면서 자신을 찾아온 산모의 마음은 또 그렇게 깊이 헤아릴 수가 없다.

낳아도 살지 못할 거라는 무뇌아를 그래도 출산하겠다는 엄마의 용기가 혹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태어난 아이의 입을 막아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게 만들었던 에피소드는 그러한 석형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 준다. 왜냐면 가장 중요한, 아이의 입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아서 괜한 오해를 살 뻔했기 때문이다. 주변의 시선을 굳이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는, 그러면서 또 산모의 마음엔 모든 신경을 기울이는 석형을 단번에 표현해주는 장면이다.

마지막으로 간담췌외과 부교수 이익준(조정석), 병원에서 모르는 사람 없을 정도로 외향적이고 얼굴 한가득 장난기를 품고 다니지만 수술대 앞에선 한없이 진지하다. 그럼에도 익준만의 여유와 자신감은 여전한데, 이는 환자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절박함의 또 다른 표현이다. 매 수술이 다른 양상의 어려움을 선사하나 그간 쌓아온 수많은 ‘살린 기록’들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삶의 시간을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안그래도 매력적인 허구의 캐릭터가 직업적 전문성까지 견고히 갖추니 허구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이제 사람들은 병원에서 각각의 분야에 서 있는 현실의 의사들을 보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캐릭터들을 떠올릴 테고, 적지 않은 아이들이 의사를 꿈꿔볼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실제 의사로서의 삶은 좀 더 힘들고 혹독하겠지만 익준, 석형, 준완, 정원, 송화의 현실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목격되길 기대해 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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