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런닝맨'에서의 활약으로 대중의 사랑을 얻었지만, 큰 숙제도 떠안았다. 예능 이미지와 본업인 배우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것. 11년 전 보다 더 성장한 배우 이광수는 이제 그 괴리를 어떻게 메울지 조금은 아는 것 같았다. 이제 온 열정을 배우 커리어에만 쏟아낼 순간이다. '런닝맨'을 떠난 그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영화 '싱크홀'(감독 김지훈·제작 더타워픽쳐스)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버스터. '싱크홀'은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차지하는 등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런 인기에 대해 "일단 너무 감사하다. 좋게 봐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것 같아 개인적으로 뿌듯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한 이광수는 "사실 '싱크홀'은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던 작품이었다. 그때 상황이 안 좋아서 올해 개봉을 하게 됐는데, 개인적으론 이런 시국에 개봉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다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극장으로 찾아와 달라는 말을 드리기가 조심스럽다. 어떻게 홍보를 하고 말을 해야 할지도 어렵다. 그럼에도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싱크홀'이 참 요즘 시기에 보면 좋을 것 같은 영화라는 점이다. 재난을 극복해나가는 사람들의 희망적인 모습들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시면서 잠시나마 희망적이고 건강한 기운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광수의 말처럼 '싱크홀'은 재난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유쾌하게 담아낸 게 특징인 영화다. 그리고 이는 이광수가 '싱크홀' 출연을 결정지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일단 싱크홀이라는 소재가 참 신선했고 이걸 어떻게 표현해내실까 궁금했다. 시나리오도 너무 재밌었다. 김대리가 놓인 싱크홀이라는 상황이 어쨌든 비극이지만 그 안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풍부하게 펼쳐지더라. 내가 이 캐릭터는 꼭 하고 싶어 도전하게 됐다. 지금 아니면 해볼 수 없는 역할이기에 더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용기 있게 도전한 작품이지만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일단 이광수는 김대리와 달리 회사를 다녀 본 경험이 없었다. 그때 이광수에게 도움을 준 건 바로 그의 아버지와 지인들이었다. 평소 봐왔던 그들의 모습을 김대리에 그대로 투영시켰다고.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회사 생활을 하는 걸 보기도 했고 주변에 회사 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자연스레 보고 느낀 걸 표현했다"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잡아갔다"고 전했다.

재난 영화 경험이 없다는 점도 이광수의 발목을 잡았다. 더불어 싱크홀이라는 소재 특성상 꼭 필요했던 흔들리는 세트와 수중 신에서 어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이광수는 "영화를 촬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멀미였다"라며 "다른 분들은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멀미가 심해 고생했다. 또 현장에 진흙이 있다 보니 먼지도 많았다. 가글도 많이 했고 생전 처음 보는 기구들을 눈과 코에 착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겨울에 여름을 배경으로 촬영하다 보니 춥기도 했다"는 이광수는 "계속 물속에서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물 비린내도 많이 났다. 표현할 수 없는 지독한 냄새가 통 안에서 계속 났었다"면서도 "다만 제작진분들이 너무 섬세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개인 욕조도 배치해 계속 따뜻한 물을 담아주셨고, 텐트 안에 난방 시설도 구비돼 있었다. 그런 배려 덕분에 마음 따뜻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배우들 간의 남다른 '케미' 역시 힘듦을 이길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였다. 함께한 배우들 덕분에 어려운 장면들도 잘 넘어갈 수 있었단다. 이 가운데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한 건 바로 차승원. 이광수는 "차승원 선배님께 가장 감사드리고 싶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되게 편하게 만들어주셨다. 또 먼저 다가와 주셔서 모든 스태프분들이나 연기자분들이 편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어려움과 고민들을 이겨내고 완성한 작품이기에 '싱크홀'은 이광수에게 "만족도가 높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었다. "도전했었다는 것 자체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고. 심지어 '싱크홀'은 이광수가 '런닝맨'에서 11년 만에 하차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기에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터.

이에 대해 이광수는 "많은 분들이 '본업으로의 복귀'라고들 많이 말씀해 주시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전이랑 똑같은 것 같고 부담감도 없다"면서 "'런닝맨'을 할 때와 지금이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없다. 그전에 했었던 것처럼 매 작품, 매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런 점들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더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걱정이 전혀 없을 순 없었다. '런닝맨'을 통해 고착화된 예능 이미지는 앞으로 그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 중 하나였다. "아쉬울 때가 없다고 하면 사실 거짓말"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광수는 "어떤 작품을 했을 땐 웃음이 나오면 안 되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관객분들께 웃음을 줄 때가 있다. 개인적으론 나의 이미지가 이 작품에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라는 고민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런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엔 실제 저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하시는 분들 때문에 고민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이젠 과거보단 나이도 좀 먹었고 시간이 지났기에 조금은 편해진 상태다. 덕분에 말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사람을 대할 때도 그전엔 과하게 예의 있어 보이려 하고 조심하려 했다면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앞으로 더 편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배우 이광수로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도전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것에 도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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