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재미를 주고자 만든, 인위적인 에피소드가 시청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며 출연진들 모두를 곤란하게 만든 까닭이다. 하필이면 요근래 꽤 예민한 사안이 되고 있는, 두 사람 이상이 집단을 이루어 특정인을 소외시키는 행위인 따돌림, 일명 ‘왕따’를 연상시켜 더욱 소동이 크다.

MBC ‘나 혼자 산다’의 이야기다. 요지는 이러하다. ‘기안84’가 연재하던 웹툰을 마친 기념 겸, 새로 들어온 ‘나 혼자 산다’ 멤버들 환영식 겸 준비한 단합대회에 ‘전현무’만 참석하면서, 프로그램 내에서 기안84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단 의혹이 불거졌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모일 수 없었다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만 혹자들에겐 그 타당성마저 변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양새다.

혹자들의 입장은, 정말 그러했다면 스튜디오 안에 밀집한 상태로 모여 방송을 진행하는 것부터 불가능한 일 아니나며, 그간 꾸준히 흘러나왔던 멤버들 간의 불화설을 해명하고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것이다. 이렇게 왕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기안84와의 단합대회에 참석하지 못한 출연자들은 갖은 비난세례 속에 놓였고 ‘나 혼자 산다’ 제작진 또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실 진위여부를 가리긴 어렵다. 수많은 설정들이 난무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표면적인 장면들만 보고 그 속내를, 즉 누군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지 혹은 특정 멤버들 간의 불화가 있는지 짐작하는 것만큼 섣부르고 위험성이 다분한 일이 또 없다. 보는 이들이 아무리 일리 있는 정황을 늘어놓아도 카메라의 렌즈 너머에 있는 제3자의 시선인지라 어떤 것도 들어맞는 답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즉, 기안84가 왕따가 맞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저 재미있는 몰래카메라 정도로만 생각하고 해당 에피소드를 기획함으로써 왕따 논란이 뿜어져 나올 버튼을 마련한 제작진의 너무도 무지하고 안일했던 태도에 있다. 이는 다른 멤버들은 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보인 기안84의 다소 허망한 표정과 그의 반응을 대하는 스튜디오 내의 모습을 조심성 없게 꾸려 내보낸 데에서 알 수 있다.

그로 인해 다른 출연진은 때아닌 인신공격까지 당하게 되었으니, 영향력 있는 방송프로그램이 보유한 힘만큼의 책임에 무감각했을 때 이토록 험악한 파급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나 혼자 산다’는 연예대상을 배출할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흠뻑 받았고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말인즉슨 그들에게 주어진 사회의 분위기와 흐름에 섬세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소리다.

이 지점에서 소홀했기 때문에 문제적 상황이 될 것을 감히 예상하지 못했고 애꿎은 피해자들만 양산하고 말았다. 물론 문제를 제기한 혹자들이 한낱 예능프로그램에 과다하게 몰입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피해갈 수 있는 논란이었다는 것, 결국 ‘나 혼자 산다’의 사회적 감수성이 현저히 부족했음을 부인하기 힘들 테다. ‘나 혼자 산다’의 진정성 어린 사과가 놓여야 할 곳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나 혼자 산다' 공식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