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엔 공통점이 있다. 세대를 뛰어넘는 묵직한 메시지를 관객들에 선물한다는 것. '루카' 역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우정을 중심으로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17일 개봉한 영화 '루카'(감독 엔리코 카사로사·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바다 밖 세상이 궁금하지만 두렵기도 한 호기심 가득한 소년 루카(제이콥 트렘블레이 목소리)가 인간세상 전문가 알베르토(잭 딜런 그레이저 목소리)와 새로운 친구 줄리아(엠마 버만 목소리)와 만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표면적인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바다괴물 루카와 알베르토가 오토바이를 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간들의 자전거 대회 포르토로소 컵에 출전하는 것. 정체를 들키지 않는 것이 관건이지만, 물에 닿기만 하면 변하는 피부 탓에 쉽지가 않다.

간단한 스토리에 비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자체는 심오하다. '루카'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졌던 선입견과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루카는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인간은 위험한 생명체라 교육받는다. 그렇기에 루카는 실제로 마주한 적도 없는 인간을 두려워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들은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이유를 소문으로만 들은 바다괴물 탓으로 돌리며 이들을 사냥하려 한다.

직접 눈으로 본 건 아니지만 생김새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렇게 교육받았다는 이유로 서로를 증오하고 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인간들과 마주한 루카는 자신이 갖고 있던 선입견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된다. 바다괴물 루카와 인간 줄리아가 가까워짐에 따라 두 종족의 경계도 점차 희미해진다.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던 인간과 바다괴물이지만, 친구가 된 순간 아무런 편견 없이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마치 현실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는 인종차별을 보는 듯하다. 아무리 세계화로 인해 다민족화가 이뤄졌다고 한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피부를 가진,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을 낯설게 생각한다. 소통의 부재는 오해를 만들고 이런 오해는 현대의 많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루카'는 이런 편견에 대해 꼬집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가치관을 되새기게 한다. 스스로에게 편견을 가져본 적은 없었나 질문하며 고민하게 한다. 인종차별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누구나 경험할 법한, 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지를 수 있는 행위이기에 세대를 뛰어넘어 짙은 여운을 남긴다.

디즈니·픽사는 1995년 '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26년여간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시대를 불문한 메시지를 전해왔다. 어린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애니메이션을 통해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최근 개봉한 '소울'에서도 조 가드너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꿈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며 많은 '어른이'들을 감동케 한 바 있다.

이번엔 이해와 공감,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다룬 디즈니·픽사의 2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루카'다. 과연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이 다시 한번 스크린을 넘어 관객들에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