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여자친구라는 그룹명은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어떤 남성 팬의 두근거리는 이성이거나 뮤즈이기도 했고, 보다 넓게는 모두에게 익숙한 우정과 성장의 상징이었다. 마음 한켠 1020대, 넓게는 3040대의 친숙한 K-아이돌이었던 걸 그룹 여자친구가 데뷔 6년 만에 해체를 알리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난 2015년 1월 가요계에 데뷔곡 ‘유리구슬’로 등장한 여자친구(소원 예린 은하 유주 신비 엄지)는 당시 6인 체제로서 다이아몬드 같은 안정감과 투명한 이미지를 과시했다. 체육복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유리구슬을 손짓으로 표현하던 6명은 섹스어필로 승부하던 기존 걸 그룹의 행보와는 별개로, 학교에 막 입학한 신입생들의 성장세를 기대하게끔 했다. 실제로 데뷔 초 학교 3부작 시리즈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는 이들의 이른 바 ‘파워 청순’, 달리는 듯한 성장 에너지를 증명한 정체성이었다. 여자친구 특유의 힘찬 달리기 안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과 비견되며 현재 국내 3040대 마니아 팬층을 아우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여자친구는 나비 콘셉트의 ‘너 그리고 나’, ‘격정아련’ 콘셉트의 ‘밤’, 성숙의 변곡점이었던 ‘핑거팁’, ‘청량마녀’ 콘셉트의 ‘Apple(애플)’ 등 약 6년 시간의 흐름에 걸맞은 점층 변화를 드러냈다. 여자친구의 입학(성장)과 성숙(졸업)은 동시에 K-POP(케이팝)을 사랑하는 세계 팬들과 한 선상에서 일어난 현재 사건이었던 셈이다.
2021년 5월, 모두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지난 18일 소속사 쏘스뮤직은 여자친구 전원과의 전속계약 종료 사실을 공표했다. 멤버들은 팬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자필편지로 그간 함께해 온 팬들에게 복합적인 심경을 전했다. 개중 리더 소원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 생각한다. 공식적 여자친구는 마무리되지만 우리는 끝이 아니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 달라”는 상징적 이별의 언어로 앞날을 다시금 기약한 상태다. 이는 각 멤버들의 활발한 향후를 암시하는 발언이지만, 완전체 활약은 현 시점으로 종료됐기에 걸 그룹 마의 7년을 넘기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업계 관계자들의 당혹감도 짙다.
팬클럽, 나아가 K-POP(케이팝)을 십 수 년 간 향유해 온 전 국민의 아쉬움 역시 비할 데 없다. 여자친구의 완성도 높은 노래와 무대 수준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는 안타까움이 첫 번째 이유다. 실제로 여자친구는 보컬, 군무 면에서 모자람이 없는 K-걸그룹이라는 호평을 받아왔다. 시작점부터 현재까지 흔들림 없는 무대 구성, 팀워크를 과시하며 숱한 커버 무대와 거대 팬덤을 양산한 것이 증거다. 콘서트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스토리텔링, 각 멤버들의 매력을 드러내는 캐릭터 무대, 높은 완성도의 합동 무대로 사실상 티켓 보증 수표임을 증명해냈다.
소속사 쏘스뮤직이 지난 2019년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와 합병된 이후에도 여자친구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빅히트 사단'의 지원사격에 더불어 음악적 세계관이 넓어졌고 이는 여자친구의 무한한 잠재력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 11월 3집 정규 앨범 '회: 발푸르기스의 밤(回:Walpurgis Night)'을 마지막으로 결국 그룹은 한류 속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기를 택했다.
마지막 앨범을 발매하기 한 달 전, 멤버들은 이미 해체를 예감했던 것일까. 10월 여자친구 멤버들은 첫 번째 온라인 콘서트 '지콘(GFRIEND C:ON, G C:ON)에서 팬들의 응원에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그간의 쉼 없는 달리기에 다소 지쳤을 수도, 어느 새 높은 곳에 올라버린 자신들의 무게를 오롯이 받아내고 있었을 테다. 누구도 여자친구의 해체 이유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6여 년은 6명이 우리 모두의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여자친구’였다는 사실을 증명한 시간이었다. 잊지 못할 것이다. 함께 성장했고 함께 기뻤고 함께 아팠다고. 너희들은 영원히 내 여자친구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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