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버티고 변화하며 [인터뷰]
2021. 05.15(토) 08:00
이지훈 인터뷰
이지훈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이 드라마가 없어지는 거라고? 그러면 안되는데?' 정말 그 생각밖에 나지 않았죠."

지난달 종영한 KBS2 드라마 '달이 뜨는 강'(극본 박지훈·연출 윤상호)은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주연 온달 역을 맡았던 배우 지수가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논란이 불거지며 작품에서 중도 하차했다. 20회 대부분의 분량을 사전 제작해 뒀던 드라마는 6회 방송을 끝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배우 이지훈은 "18부까지 다 찍어 놨는데"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며 아찔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달이 뜨는 강'은 고구려가 삶의 전부였던 공주 평강(김소현)과 사랑을 역사로 만든 장군 온달(나인우)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 퓨전 사극이다. 이지훈은 평강공주를 지키려는 계루부 장군 고건 캐릭터를 연기했다.

드라마는 초 단위로 시간에 쫓기는 긴 재촬영을 마무리하고 무사히 종영을 맞았다. 최고 8.3%라는 높은 시청률도 기록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말문을 연 이지훈은 "참 다행인 건 누구 하나 엇나가는 일 없이, 모두가 이 작품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자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거다. 오히려 서로 간의 대화도 더 많아졌고, 모두가 힘듦을 이겨내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사라진다는 건 곧 제 캐릭터 고건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잖아요. 작품 시작 전부터 공을 많이 들였고, 이미 촬영이 거의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아찔했죠. 마침 제 몫의 촬영이 없는 날짜에 논란이 터졌고, 불안함 속에 이틀을 쉬다가 촬영 현장에 복귀했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일이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열정 넘치는 감독님이 늘 하시던 대로 소리를 지르고 계셔서 오히려 안심을 했어요."

웃으며 농담을 한 이지훈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혈기 넘치시는 감독님이 촬영 막바지에는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처음 하시더라. 그때 정말 재촬영이라는 게 너무 힘든 일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특히 주연인 김소현을 언급하며 "소현이는 가장 어린데도 힘든 상황 속에서 티 한 번 내지 않고 웃으며 연기했다. 그렇게 씩씩하던 소현이도 갈수록 얼굴이 야위어 가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극한 상황이 이어질수록 더욱 내 생각만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내 캐릭터 고건이 흔들리면 나랑 함께 연기하는 평강, 온달, 해모용, 아버지까지 모두 다 흔들리니까.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이기적으로 내 생각만 하고 버텼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역시 한 달 만에 5kg 이상 체중이 빠질 정도로 극한의 스케줄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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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는 강'은 삼국사기 속 평강과 온달의 사랑 이야기를 옮긴 작품. 두 사람이 쌓아 올린 서사 속에서 고구려의 엘리트였던 고건 장군은 이들을 지지하고 지키며 활약했다.

이지훈은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고건이 매력적이었다"며 "평강이라는 여자를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품었는데 아버지가 평강의 어머니를 죽였고, 성장한 이후에는 최고 권력자인 아버지와 맞서며 평강을 지켜내려는 인물이라니, 내가 여태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멋있는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간 결핍이 많은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던 터라 고건의 멋진 모습이 더욱 크게 보였다는 그다.

고건이 평강에게 품었던 지고지순한 애정은 대본 초반과는 다소 다르게 진행됐지만, 이지훈은 그가 끝까지 평강을 사랑했다고 해석했다고. 그는 "가는 방향만 달랐을 뿐 종착역은 똑같았다. 고건의 마음속 사랑은 결국 평강이었고 늘 똑같았다"고 말했다. 고건이 사망하기 직전, 마지막 장면에서 해모용에게 '사랑했었다'라고 말하는 대사를 두고 오랜 고민을 하고, 감독과 해모용 역의 최유화 배우와도 토론을 펼치며 한마디 말을 할지 말지 고뇌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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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사 한 마디 허술하게 넘기는 법 없이 집중한 덕일까, '달이 뜨는 강'은 국내외 드라마 팬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지훈 역시 인기를 실감했다고. 국경을 넘은 커피차 선물이 촬영 현장을 찾았고, 매회 바뀌는 복식을 알아채고 정성스러운 그림을 보내주는 팬도 있었다. SNS는 팔로워는 7만명이 늘어나 45만명을 돌파했고, 때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세계 각지의 언어로 정성스러운 메시지가 도착하기도 한다고. 이지훈은 "인도 분들이 어떻게 우리나라의 비타민 젤리를 알고 찾아서 선물로 보내주시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이지훈. 그는 지난 10년 간 14편의 드라마, 4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단단히 구축했다. 긴 세월을 꾸준히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연기가 좋아서요"라는 망설임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유를 부리기에는 아직 쌓아둔 것이 많지 않고 경험도 부족하다. 새로운 것들을 쉬지 않고 쌓아가야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또 한 번 쉼 없는 달리기를 예고했다.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날이 머지않다는 기분 좋은 설렘이 들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H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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