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알쓸범잡'이 형제복지원 생존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4일 밤 방송하는 tvN 새 예능프로그램 '알쓸범잡'에서는 부산에서 벌어진 형제복지원 사권을 조명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산의 형제복지원에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일어난 인권 유린 사건이다. 당시 부랑인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불법 감금하고, 이를 시작으로 강제노역, 구타, 암매장 등 불법 행위를 자행한 사건이다.

'알쓸범잡'은 형제복지원 생존자 대표 한종선 씨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형제복지원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책 '살아남은 아이' 작가이기도 하다.

한종선 씨는 "그 곳은 한 마디로는 지옥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누나와 아버지는 아직도 정신병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헌법 상, 부랑인이라고 해도 잡아가서는 안된다. 죄를 짓지 않은 이상 그럴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군가 잡혀갈 때 '저렇게 못살고 힘든 사람들 국가에서 지원해준다니 얼마나 좋아. 밥이라도 실컷 먹고'라는 말을 했다. 선의의 박수를 쳤지만 이게 다 폭력행위였다. 결과적으로는 이웃들이 잡혀가고 자신이 잡혀갔다"고 설명했다.

한종선 씨는 많은 이들이 형제복지원에서 나온 이후 힘든 삶을 살았다고 했다. "사회로의 복귀가 불가능하다. 길게는 12년 갇혀있던 사람들이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집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돈 한 푼 없이 길거리에 나가니 갈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는 이 사건을 해결해주겠지 믿었다. 하지만 2007년이 되도록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인지하거나 재수사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공부를 했다"며 "당시에는 아직 박원장이 살아있을 때니까 사건을 공론화하면 다시 잡혀가서 죽을까봐 걱정됐다. 확실한 자료를 모아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1인 시위를 시작으로 전국에 흩어진 피해 생존자들을 모아 증언, 증거를 수집했다.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2018년에 사건 검토를 위해 형성된 과거사위원회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 책임이라고 했다"며 "당시 판단이 법령을 위반했다,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한거다. 그래서 법무부가 비상상고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비상상고는 통상적이지 않은 것이며, 오로지 검찰총장만 할 수 있다. 대법원에서만 재조사할 수 있다"며 "개인의 권리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법령에 위반된 일을 놔두면 법 시스템이 혼탁해지기에 그걸 고치려고 하는 것이 비상상고"라고도 설명했다.

당시 검찰총장이 2018년 11월 27일 비상상고를 신청했고, 지난 3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비상상고를 기각했다. 정재민은 "법무부는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으니 비상상고를 한거고, 대법원은 기존 비상상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 비상상고는 굉장히 이례적으로만 인정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의 중차대함 때문에 인정 범위를 확 넓혀야 하는 거다. 이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C 윤종신은 "그럼 국가배상 소송으로 가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정재민은 "대법원은 비상상고 기각과 동시에 국가의 위법 행위를 인정하는 입장문을 냈다. 국가기관이 주도적으로 방관하고 묵인해 인간의 존엄을 해쳤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한종선 씨는 "어떤 사람은 대법원이 면피하기 위해 입장문을 냈다고 했지만, 선례라는 게 있지 않느냐. 그 판결 이유서 덕분에 우리는 드디어 사람 취급을 받았다. 인간 존엄성을 확인 받은 거다. 의미 부여를 해준 건 고맙다"며 "이제 우리 싸움은 과거사위원회가 철저히 조사해주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알쓸범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