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조승우가 무대 위로 돌아왔다. 수많은 배역 중 유독 그에게 맞춤 옷인 듯한, 미친 노인의 갑옷을 입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연출 데이빗 스완)은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라만차에 살고 있는 괴짜 노인 알론조 키하나와 그의 시종 산초의 모험을 다룬 고전 명작이다. 한국 뮤지컬 계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임파서블 드림(Impossible Dream)'이 이 극의 주제가다.
이야기는 신성 모독죄로 지하 감옥에 갇힌 극작가이자 배우 세르반테스(조승우)가 자신의 재판 순서를 기다리면서 펼치는 즉흥극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기사 돈키호테라고 믿는 노망난 노인 알론조로 변신한 그는 시종 산초(정원영)와 함께 험한 여정을 떠난다. 풍차를 거대한 괴물로 착각하고 허름한 여인숙을 성으로, 여인숙 주인을 영주로 떠받들며 자신에게 기사 작위를 내려달라 부탁하는 그의 모습은 마을 사람 모두에게 웃음거리가 된다.
알론조의 순수한 광기는 여인숙의 하녀 알돈자(김지현)을 발견하고 극대화 된다. 그는 알돈자를 자신의 레이디인 '둘시네아'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고귀한 귀족 숙녀처럼 대우한다. 알돈자는 자신에게 헌신적으로 마음을 바치는 알론조로 인해 서서히 마음을 연다. 하지만 알돈자의 꿈은 노새끌이 꾼들에게 유린당하며 철저히 짓밟히고, 알론조는 조카의 예비 남편, 닥터 까라스코(박인배)에 의해 거울에 비친 늙은 자신을 발견하고 쓰러진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떠난 알론조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세르반테스 역시 용기를 내 재판을 받기 위해 지상으로 향한다.
이 늙은 노인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올곧은 '믿음'을 이야기한다. 정의를 위해 싸운다면 끝내 이기리라는 숭고한 믿음을 가진 알론조, 그런 알론조를 전적으로 따르는 친구 산초의 믿음, 알론조의 굳은 믿음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깨닫는 알돈자의 모습까지, 믿음이 우리의 인생의 삶에 어떠한 방식으로 희망이라는 꽃을 피워주는 지를 이야기한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저 별을 향해 가는 이들의 여정은 단순하지만 명료한 인생의 진리를 이야기한다. 특히 국내에서 10년 이상 무대에 오른 '맨 오브 라만차'지만 코로나19 시국과 맞닿으니 의미가 더욱 깊어졌다. 무력감과 좌절감이 팽배한 이 시대,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극의 메시지는 곧 이 사회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조승우의 완숙한 연기는 지극히 연극적인 이 작품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귀족적인 인물 세르반테스에서 미친 노인 알론조로 변화하는 짧은 찰나, 호흡과 발성, 자세 등을 통해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는 연기력은 극을 공고하게 지탱하는 기둥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양쪽 캐릭터가 더욱 견고해질수록, 외형이나 분장과는 상관 없이 세르반테스와 알론조가 극명하게 나뉘어 보이는 경험은 극강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임종을 맞이하는 노인 알론조의 모습까지 더하면 마치 3가지 인격을 연기하듯 자유자재로 캐릭터를 넘나드는 조승우다.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는 덤이다.
'맨 오브 라만차'는 3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이후 3월 24일부터 5월 16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연장 공연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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