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소재는 신선하지만, 그 안을 이루는 대사는 다분히 시대역행적이다. '미투(me too)' 운동을 단순히 한 남성의 커리어에 흠집 내는 협박 도구로 사용한 것부터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지프스' 이야기다.
JTBC 새 수목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극본 이제인·연출 진혁, 이하 '시지프스')는 우리의 세상에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존재를 밝혀내려는 천재공학자 한태술(조승우)과 그를 위해 멀고도 위험한 길을 거슬러 온 구원자 강서해(박신혜)의 여정을 그린 판타지 미스터리 드라마다.
JTBC 개국 10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된 '시지프스'는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로, 배우 조승우 박신혜 등 화려한 배우 라인업과 판타지 미스터리 장르 소재로 방송 전부터 드라마 팬들의 기대작으로 손꼽혀 왔다.
이 가운데 지난 17일 처음 베일을 벗은 '시지프스'는 난해하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5.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첫 발을 뗐다.
그러나 2회에 등장한 한 대사가 '시지프스'의 항해에 제동을 걸었다. 2회에서 한태술은 죽은 형인 한태산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추격하던 중 출입국 외국인청 제7과장인 황현승(최정우)에게 잡혀와 심문을 받는다. 황현승은 한태술에게 슈트케이스의 행방을 묻지만, 한태술은 이에 대한 답을 거부한다. 그러자 황현승은 한태술에게 "여성편력이 꽤 있다. 요즘 같은 세월이 하 수상할 때는 몸조심하는 게 최선일 텐데. 내일 '미투' 기사 나갈 것이다. 회사 주식 10%는 빠질 것"이라고 협박한다.
이 장면에서 '미투' 관련된 대사가 방송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는 용기나 다름없는 '미투' 운동을 단순히 남성의 명예를 무너뜨리기 위한 협박 도구로 사용한 '시지프스'에 시청자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7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미투' 운동은 성추행, 성폭력 등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현상을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조계를 시작으로 공연계와 연예계로 번지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여성에 대한 경험이 많다는 뜻의 여성편력과 '미투'를 연결시킨 건 피해자들을 소위 '꽃뱀' 취급하며 본질을 흐리려 했던 이들의 논리와 비슷한 방식이다. 극에서 가볍게 스쳐 지나간 짧은 대사지만, 파급력이 큰 매체에서 다룰 때에는 그만큼 신중했어야 했다는 평이다.
또한 '시지프스'는 본 방송 직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된다. 문제가 된 대사는 현재 필터링 없이 'Me Too' 영어로 번역돼 자막 서비스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미국에서 이 대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하면 암담하다.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대사를 두고 만드는 사람 그 누구도 문제임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JTBC '시지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