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펜트하우스’에서 소품 하나가 잘못 준비되는 바람에, 드라마 전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 작품의 인기를 반영하듯 소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결국 제작진이 나서서 단순한 실수였다고 밝히면서 비로소 소동은 잦아들었다.
SBS ‘펜트하우스’(연출 주동민, 극본 김순옥)는 주상복합 아파트 헤라팰리스의 꼭대기 층, 펜트하우스라 불리는 욕망이 듬뿍 담긴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어느날 이들에 의해 한 소녀가 죽음을 맞이하고 소녀의 엄마가 사건의 내막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본격적인 전개가 이루어진다.
여기서 문제가 된 소품은 죽은 소녀의 엄마가 진범인 오윤희(유진)란 여성에게 들이민, 유력 용의자의 DNA와 윤희의 것이 일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유전자 검사 결과지다. 놀랍게도 그 안에 표기된 윤희의 염색체가 남성을 의미하는 XY였던 지라, 이를 발견한 시청자들 사이에서 오윤희가 실은 남자인 것 아니냐는, 성전환자라는 설정을 가진 게 아니냐는 추측성 발언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름 설득력 있는 주장인 게, ‘펜트하우스’ 포스터 속에서 여성 주인공들 중 유일하게 남자 주인공들과 나란히 서 있는 인물도 오윤희이고, 그녀가 극 중에서 부른 성악곡 ‘울게 하소서’도 영화 ‘파리넬리’에서 천상의 목소리를 위해 거세를 당한 성악가가 부르는 노래다. 무엇보다 ‘펜트하우스’의 작가가 ‘아내의 유혹’에서부터 ‘왔다! 장보리’, ’황후의 품격’ 등을 집필한 막장드라마의 대가, 김순옥이다.
그녀라면 성별이 바뀌는 전개가 나온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의미다. 이미 앞선 작품들에서 얼굴에 점을 찍거나 성형수술, 다이어트 등으로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와 복수를 하는 설정을 여럿 보여준 바 있으니까. 어쩌면 작가가 김순옥이라는 점이 오윤희가 남자이거나 성전환자일 수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실은 가장 강력한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파만파 커지고 뻗어나가던 오윤희 남자설은 곧이은 제작진의 해명으로 진정되었다. 소품 상의 실수, 사건의 진실은 가설과 달리 상당히 지루한 것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설이 가설일 뿐이고 추측은 추측에 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다는 점이다. 과한 설정과 작위적인 개연성, 자극적인 소재와 전개로 가득한 막장드라마에 더없이 안성맞춤인 또 하나의 극적인 설정일 수 있는 까닭이다.
결론은 ‘펜트하우스’가 막장드라마라서 가능한 소동이었다는 것. 여느 드라마였다면 당연히 제작 중에 일어난 오류라 여기고 넘겼을 텐데 온갖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일들이 다 일어나는 ‘펜트하우스’였기에 복선의 일종으로까지 의심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막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입증이기도 하다만, 상당히 흥미로운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되었든 ‘펜트하우스’는 김순옥표 막장드라마의 또 다른 계보를 쌓고 있는 중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SBS '펜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