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대상만 15관왕. 왕관의 무게가 익숙할 법도 한데 MC 유재석은 늘 고개를 수그린다. 수상 소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고 동시에 자격과 품격이 보인다. 연말마다 반복된 풍경임에도 유재석의 수상은 승자의 뻔한 독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인물, MBC 김태호 PD가 있다. 단언컨대 유재석에게 수많은 트로피를 안겨주고, 그를 국민MC 반열에 오르게 한 자는 김태호 PD다. 예능으로 인연을 맺은 지 15년째, 한국 예능사에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사람의 시너지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2005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무리한 도전’에서 한국 버라이어티 예능의 모든 것이라 볼 수 있는 ‘무한도전’까지 모두가 열광하는 MBC 예능의 신화엔 두 사람이 있었다. 15관왕이라는 유재석의 의미있는 성과는 이들의 15년 희노애락을 떠올리게 해 의미심장하다.
유재석은 지난 29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2020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함께 후보에 오른 박나래, 김성주, 김구라, 이영자, 전현무를 제치고 대상을 수상했다. 예견된 수상이었다. 올해 가장 MBC를 빛낸 프로그램이 '놀면 뭐하니?'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터. 이 중심에는 유재석의 끝없는, 무리하고도 무모한 도전이 있었다. 늘 정상의 자리에 있었고, 그를 상징하는 대표 예능은 타사에도 있지만, '놀면 뭐하니?'는 보다 다른 의미를 지닌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유재석의 노력은 눈물 겨울 정도다. 그가 보여준 부캐릭터(부캐)만 10여 명. 유고스타부터 유산슬, 유라섹, 유르페우스, 유DJ뽕디스파뤼, 유샘, 닭터유, 유두래곤, 지미유까지 매 회 새로운 캐릭터로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쳤다.
부캐의 스팩트럼은 한 사람이 소화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넓고 다양했다. 한 번도 드럼을 배운 적 없다는 유재석은 비틀즈의 드러머 링고 스타의 이름을 딴 유고스타를 통해 8비트 드러머로 변신, 남다른 리듬 감각을 뽐내 시청자를 놀래켰다.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유산슬은 어떠한가. 단 한 번의 예고도 없이 아침 프로그램에 깜짝 등장해 노래를 부르고, 곡의 모티브가 된 합정역 5번 출구를 직접 찾아간 그의 모습은 허를 찌르는 웃음을 선사했다.
비 이효리와 함께 싹쓰리의 멤버 유두래곤으로 활동하며 올 여름 음원 차트를 석권하기도 했고,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로 구성된 환불원정대의 제작자 지미유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 두 프로젝트는 MBC 예능국에 200억 매출이라는 큰 성과를 가져다 줬다. 유재석의 일당백 변신과 김태호 PD의 신박한 기획력이 ‘무한도전’에 이어 또 한번 통한 것이다.
두 사람이 ‘무한도전’을 보내며 헤어지고 ‘놀면 뭐하니?’로 재회했을 때 수많은 시선이 쏠렸다. 누군가는 제2의 ‘무한도전’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견했고, 누군가는 또 다른 예능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어느 시선이었건 두 사람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예능 초반, 기대와 달리 이슈성과 시청률에서 다소 부진했던 ‘놀면 뭐하니?’는 성장통을 겪는 듯 하더니 이내 ‘무한도전’ 시절 보여줬던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사실 부캐릭터, 그 부캐릭터의 미션 도전, 싹쓰리 환불원정대와 같은 프로젝트 그룹 결성과 음원 발표 등의 포맷은 이미 두 사람이 ‘무한도전’에서 여러 번 보여준 것이다. ‘무한도전’의 늘 앞서간 아이템이 현 시점에서도 맞아 떨어지면서 또 한번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누구보다 유재석, 김태호 PD가 가장 잘 알 것이고 때문에 여전히 고민이 클 것이다.
하지만 의심치 않는다. ‘무한도전’ 시절, 매 주가 백지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막막하게 느껴졌다는 김태호 PD의 말처럼 두 사람은 이 부담이 주는 긴장감을 동력으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을 것이다.
"김태호 PD 너무 고맙다. 이렇게 태호와 다시 상을 받을 줄은 몰랐을 것 같다“, "어떤 프로그램을 할 때 '자신있다', '해낼 수 있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늘상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고 책임을 지겠다'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큰 상을 받았다. 저희가 힘들 때, 지금도 응원해주는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
"태초에 '놀면 뭐하니?'라고 말씀해 주셨던 유느님 첫 페이지이자 끝 페이지며 프롤로그이자 에필로그인 유재석 씨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리겠다."
두 사람의 수상소감에서 ‘놀면 뭐하니?’의 탄생을 둘러싼 기대와 부담, 책임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커다란 긴장을 숨기고 새로운 웃음을 위해 달려온 이들. 모든 무게를 견딘 유재석과 김태호 PD, 진정 왕관을 쓸 자격이 있다. 박수를 보낸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