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고작 연예인 한 명을 막기 위한 난리법석이 아니다. 이제 유승준의 병역 기피 논란은 해당 법안이 이름을 언급할 정도로 하나의 상징이 되는 사건이다. 즉, 과거 그가 스타로서 가졌던 거대한 영향력에 힘입어, 국민의 의무 중 하나인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국적을 상실하거나 이탈하는 행위의 전형적 사례의 위치에 올랐다 할까.
일명 ‘유승준 병역 방지법’의 시작은 이러하다. 지난 2002년 1월, 입대를 앞둔 시점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유승준은 ‘스티브 유’라 불리며 고의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비판과 함께 한국으로의 입국을 금지당한다.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예민하게 다루어지는 문제이기도 하고, 당시 그가 쌓아놓은 신뢰도 자체가 워낙 높았던 데다가 스스로도 몇몇 매체를 통해 몇번이고 국방의 의무를 다짐한 바 있어 사람들이 받은 충격과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 잊은듯 지내다가 2015년, 유승준은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대중과 팬들을 기만했던 과거를 사죄하며 한국 땅을 밟고 싶다는 염원을 내비친 후, 이를 기점으로 삼고 본격적으로 입국을 위한 기나긴 애씀의 시간을 시작한다. 여전히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에 몇번의 좌절 끝에 드디어 2019년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취지의 판결을 얻어내 한국으로의 문이 열리는 듯 싶었으나, ‘유승준 병역 방지법’,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이들의 국적 회복은 물론이고 입국 등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는 법안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유승준으로서는, 그의 말마따나 흉악범이나 성범죄자, 정치범 등도 아닌데 자신의 이름까지 붙여가며 법을 만드는 게 지나친 처사 아닌가, 자신이 뭘 그렇게 대대적인 범법을 저질렀다고 국가에 위해를 가할 인물인 마냥 대하며 대중에게 제대로 사과할 기회조차 주지 않느냐, 생각이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포함하여 그가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토로한 반박의 내용들은 대부분 핵심에서 벗어나 있거나 잘못 짚어내고 있어, 도리어 그의 시선 자체에 오류가 있었고 여전히 그러함을 증명할 따름이다.
우선 '유승준 병역 방지법’은 별칭이 그러한 것이지 유승준이란 특정 인물만을 저격하지 않는다. ‘유승준'으로 상징되는 이슈에 해당하는 모든 몰지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맥락인데, 그가 병역을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일은, 설사 순간의 판단 오류로 벌어진 상황이었을지라도, 주어진 국민의 의무를 져버린 무게감 있는 범법 행위다. 그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지, 애꿎게 현 정권의 성향을 트집잡거나, 대중과의 신뢰 문제를 이야기할 게 아니라는 소리다.
유승준의 입국을 막기 위해 온 나라가 난리법석을 떠는 것도 그가 어떤 대단한 위인이라서가 아니다. 그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지점으로, 국민의 사랑으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스타의 자리에 올랐으나 정작 함께 져야 할 의무는 외면함으로써 나라의 이익과 공공의 안전, 사회 질서 혹은 선량한 풍속에 위해를 가한 바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의 입국 자체가 그러한 위해를 용인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의미를 띠는 까닭에 국민으로서 나라 전체로서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소녀들의 이야기와 세월호 참사, 촛불 시위 등에 이르기까지 절대 함부로 언급하지 않아야 할 이야기를 가지고 무례한 발언들을 서슴지 않았으니, 역으로 자신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인지시킨 셈이다. 어쩌면 본인 스스로 자신에게 내려진 입국 금지 처사를 정당하게 만든 것이나 다름없어, 한때 가요계를 풍미했던, 수많은 이들의 추억이 되어주었던 이름은 현재 수치와 불명예로 남을 운명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의 음악을 즐긴 대중의 하나로서 착잡하기 그지 없는 결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유승준 인스타그램,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