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9', 릴보이의 이유 있는 우승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0. 12.21(월)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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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아홉 번째 시즌에 이른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이하 ‘쇼미더머니’)의 인기는 여전했다. 특히 이번에 주목할만 했던 것은 그간 래퍼들이 자신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많이 활용했던 디스전(래퍼들끼리 노래를 만들어 서로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며 비난하는 것)이 이전만큼 치열하지 혹은 악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막판에 이르러서는, 과도한 디스전으로 서로 등을 졌던 이들이 다시 한 무대에 서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주었으다.

시국도 시국인지라 비난보다 따뜻함이 만들어내는 화제성이 더 필요했을까. 제작진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Mnet ‘쇼미더머니9’의 이러한 맥락은 래퍼 ‘릴보이’가 우승을 거둠으로써 완벽히 실현되었다. 릴보이는 과거 자신이 발표한 곡 ‘Officially Missing You’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은 후 일부 동료 래퍼들에게 디스 곡으로 대대적인 저격을 받은 바 있다. 싱잉 랩(노래하듯이 하는 랩)에 사랑 이야기를 담은 그의 노래가 힙합 같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릴보이는 마음의 병을 얻어 5년 동안 제대로 된 음원조차 발표하지 못했고, ‘쇼미더머니9’의 출연도 받은 상처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즉 래퍼로서의 자신을 증명하고 다시 음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매 경연마다 릴보이가 보여준 무대는 굉장했다. 그의 깊숙한 곳에 담겨 있던 이야기를 여전히 매혹적인 릴보이 특유의 랩 실력으로 풀어내며 보고 듣는 이들의 마음을 한번에 장악했으니 그의 우승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을 정도다.

“난 모두가 잘 되길 빌어 이 말이 거짓말 같다 해도 확실한 건 더 이상 상처를 주기 싫어”
“눈을 감고 노랠 부르면 몰랐던 답들이 내게 다가와 손을 건네고 보지 못했던 감동을 너는 보게 될 거야”

스스로를 재증명하기에 충분한 무대들로, 자신을 끈덕지게 괴롭혔던 조롱과 비난에 대해 멋지게 설욕한 것이나 마찬가지. 여기서 흥미로운 맥락은 릴보이의 방식이 여태 ‘쇼미더머니’가 보여준 것과 사뭇 달랐다는 점이다. 상대를 무조건적으로 깎아내리거나 깔아뭉개는 방식이 아닌, 그저 자신의 음악 세계를 진정성 있게, 충실하게 보여줌으로써 모든 오명과 오해와 논란에 정면으로 승부를 걸었고, 도리어 자신이 더욱 빛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최종 승리를 거두는 데 이르렀으니까.

무려 ‘스윙스’에게서도 동일한 양상이 목격되었으니 역대 ‘쇼미더머니’ 중에서 가장 상냥한 시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비록 그의 첫 시작은 자신을 퇴물 래퍼로 취급하는 악플러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는 이유 답게 거칠 것 없긴 했으나 그렇기 때문에 스윙스가 만들어낸 각각의 무대는 더욱 스스로를 증명하는 데에만 집중된 것이었다. 그 결과, 래퍼로서의 14년 경력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대중의 큰 지지를 얻어냈다.

'디스'는 자신이 만든 창작물을 가지고 공격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실력을 증명하고 증명받는다는 점에서 음악인들이나 팬들에게 있어 분명, 재기가 넘치는 하나의 문화다. 성격상 힙합 장르에서 더욱 두드러져 ‘쇼미더머니’에서도 가장 많은 시선을 끄는 지점이나, 그만큼 화제성이 강하여 자칫 본질을 잃고 자극적인 흐름만 보이는 문제적인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릴보이와 스윙스를 비롯하여 ‘쇼미더머니9’가 거둔 성과가, 이것이 설사 퍼포먼스에 불과할 지라도, 더없이 중요한 이유다. ‘쇼미더머니’의 존재 목적, 자극적인 장면들로 화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더 질 좋은 힙합이 탄생되는 바탕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어쩌면 가장 본연의 모습에 가까운 디스의 방식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코드 쿤스트'가 마지막 곡을 준비하는 래퍼 ‘래원’에게 건넨, ‘쇼미더머니9’가 끝나고 난 후의 스텝을 위한 곡을 만들라는 조언처럼, ’쇼미더머니’는 래퍼들이 자신을 증명하고 새로운 도약의 지점을 마련하는 장으로서 존재해야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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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net '쇼미더머니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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