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저처럼 스캔들 없고 깨끗한 연예인 본 적 있으세요?", "평생 너가 약속한 거 다 지키고 사냐?"
믿기지 않겠지만 유승준(44·스티브 유)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제 가슴에 또렷하게 주홍글씨가 새겨진 배경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다. 그 주홍글씨에 왜 공소시효가 없는지도.
유승준이 이른바 ‘유승준 방지5법’ 발의 소식에 울분을 토했다. 이 법은 국정법, 출입국관리법, 재외동포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을 총칭하는 법안으로, 병역기피의 상징으로 통용되는 유승준의 이름을 빌렸을 뿐 특정인을 겨냥한 법안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기피'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그간 유승준은 수차례 자신의 개인 채널을 통해 억울함을 표해왔다. 무릎을 꿇고 눈물로 읍소하는 것이 통하지 않자 이젠 분노를 표출하는 분위기다. 유승준은 지난 2013년 “입대를 하고 싶지만 불가능 하다”는 말과 함께 병역 기피 파문 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대중에게 사과했다. 입장 발표 시기가 재입대를 원해도 불가능한 시기였다는 점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너무 늦은 사과의 타이밍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며 대중의 분노를 부채질 하는 결과를 낳았다.
유승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병역 기피의 시점이 무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그와 동시간대 활동한 많은 스타들이 관련된 스캔들에 휘말렸음에도 유독 유승준만 이 주홍글씨를 떼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대중은 공공연히 입대를 약속한 그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과정을 지켜봤고, 이 과정에서 국방부가 그를 믿고 해외 출국을 허가했지만 귀국하지 않아 안절부절하는 해프닝까지 목격했다. 한국 국민이 유독 유승준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병역 기피’ 자체에도 있지만 ‘괘씸죄’, 정서적인 분노가 더 크다. 또 무려 13년 이나 늦은 사과의 과정에서 이 ‘괘씸죄’엔 알파가 더해졌다. 이 사실을 오직 유승준만 모르고 있다.
유승준은 유리한 대법원의 판결에도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 할 수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몸부림처럼 보일 정도로 유승준의 입국 의지는 혼자만의 싸움으로 보인다. 대중도 그런 유승준의 호소에 무관심했던 요즘이다. 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유승준은 최근 변화를 꾀했다.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
유승준은 해당 영상에서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이슈들을 언급하며 한국의 청년들을 허탈하게 하는 건 자신이 아닌 이들이라고 일격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통곡을 했으며, 현 정부가 반미 감정을 부추긴다는 의사도 더했다. 촛불시위는 혁명이 아니라 쿠테타라고도 말했다.
지난 20년 간 한국 사회와 어떤 인연도 없던 그가 돌연 정치색을 드러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승준은 한창 활동하던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단 한 번도 정치 신념을 드러낸 적이 없다. 이후 이어진 입국 의사 표명에서도 정치 이슈에 관련해 언급한 적이 없다. 따라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말 자체가 아니라 왜 이 시기에, 갑작스럽게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인지 그 의도를 간파하는 일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정치 이념 갈등이 그 어느 보다 치열하게 각을 세우며 대립하고 있다. 정확히 이 시점에서 유승준은 가장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던졌다. 사과도 눈물도 분노도 통하지 않자 한국 사회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정치 이슈를 던지며 물타기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에 공감하는 이들의 호감을 얻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유승준이 한 말이 옳은지 그른지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건 별개의 문제다. 중요한 건 한국 내 정치 상황에 갑작스럽게 한 표를 행사를 하는 유승준에게 자격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국적의 그가 왜 미국이 아닌 한국 정치를 언급하냐며 황당해 하는 반응도 보인다.
의도적인 이슈 물타기에 한국 사회가 대립각을 세워 논쟁을 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유승준을 둘러싼 논의는 오직 '병역 기피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대책 마련에 머물러야 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