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대학 선배인 한석규를 보며 막연히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독학으로 배운 연기로 무작정 시작한 배우 생활이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인생 캐릭터를 얻었고, 기적 같은 사랑을 받는 지금의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겁다는 배우 김영재를 만났다.

김영재는 최근 tvN 드라마 '비밀의 숲2'에서 김영재 역으로 활약을 펼쳤다. 과거 박현석 PD와 드라마 스페셜 작업을 함께 한 인연이 '비밀의 숲2'에 닿았다.

김영재는 "단순 미팅인 줄 알고 PD님과의 약속 장소에 나갔다. 시즌1의 대단한 팬이었기 때문에 '꼭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설레며 갔는데, 이미 내 배역이 확정이라고 하셨다. 작가님도 예전 내 출연작을 보고 같이 작품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 감사할 따름이었다"며 당시의 기쁨을 다시 떠올렸다.

김영재는 "시즌1과 2는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작가님도 말했듯 시즌1이 판타지고, 전형적인 스릴러 장르에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를 가미한 드라마라면 2는 적나라한 현실들을 교차해 교집합을 만들고 이를 뭉뚱그려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사들을 잘 들여다보면 인과관계가 정교하게 잘 맞물려 있다. 판타지나 사이다 전개를 보고 싶어 하던 시청자분들은 오히려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마니아의 입장에서 특히 만족스러웠던 지점은 주인공 황시목(조승우), 한여진(배두나)의 성장이었다고. 김영재는 "두 캐릭터가 성장한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시즌1보다 훨씬 자라서 사회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니 신선하고 재밌더라"며 "개인적으로는 한여진이 '검사 선배지, 내 선배야?'라고 말한 대사가 정말 시원하게 다가왔다. 사실 그건 판타지지만, 정말 한여진 다운 대사였다"고 말했다.

김영재는 "김사헌 캐릭터의 9할은 대본"이라고 말했다. "대본이 정말 디테일해서 거의 다 대본대로 연기했고, 행동 하나하나도 세세하게 적힌 지문을 바탕으로 표현했다. 애드리브는 두어 개 밖에 없었다"며 "그 안에서 표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캐릭터가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강조하신 '유연함'을 잊지 않으려 했다. 서동재와는 다른, 상황 대처 능력이 좋은 인물을 원하셨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노력도 김사현 캐릭터를 빚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년 전인 지난 2017년, 변호사 캐릭터를 준비하며 실제로 법원에 자주 가 공판 과정을 지켜봤다는 김영재다. 그는 "역할을 허투루 준비할 수는 없고, 주변에 취재를 할 만한 분도 마땅치 않아서 법원으로 갔었다. 민간인인 내가 그분들을 가장 가까이서 잘 볼 수 있는 곳이 재판장이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 관찰했던 검사에 대한 기억은 김사현을 일궈내는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여기에 '양복 단벌 신사'인 자신을 위해 안경테까지 일일이 선택해 준 의상팀의 도움이 더해져 외적으로도 완벽한 이미지를 구현해낼 수 있었다고.

김영재는 "2007년 '마왕' 때 처음으로 드라마 팬덤의 힘을 느꼈는데, 올해 '하이에나'에 이어 '비밀의 숲2'까지 또 한 번 팬덤의 사랑을 느끼게 됐다"며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죽하면 생애 처음으로 SNS도 만들었는데, 어린 친구들이 '귀엽다'는 댓글을 적어주더라. 살면서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인데,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비밀의 숲2'가 연기자 생활 20년 속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으로 살아야 하다 보니 가리지 않고 다작을 했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다. 그게 바로 이 작품 같다"며 "장르물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 있어서 감사하고, 예전과는 다른 이미지의 작품 섭외도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기뻐했다. "활동적인 역할도 많이 하고 싶고, 더 나이가 먹기 전에 스릴러 장르를 하고 싶은데 '비밀의 숲2'가 발판이 될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며 "더욱 신중히 필모그래피를 쌓을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말해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도 더했다.

"46년 인생에서 정말 잊히지 않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김사현이다!'라고 알아봐 주시면 너무나 감사하죠. 제 이름은 배우로 사는데 그리 중요하지 않거든요. 캐릭터가 사는 것이 곧 배우로서 제가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이 역사적인 사랑을 잊지 않고 배우로서 더 열심히 살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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