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무명조’로 확인한 ‘싱어게인’의 정체성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0. 11.24(화)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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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JTBC ‘싱어게인’의 ‘찐’ 재미가 ‘찐 무명조’에서 폭발했다. 이들의 등장으로 ‘싱어게인’은 어느 심사위원의 말마따나 유사 예능을 떠오르게 하는 별다르지 않은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비로소 그들이 세운 기치대로,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한 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오디션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유명세를 탔던 노래를 하나 이상 지니고 있다는 것은 듣는 이들이 무대에 관해 어느 정도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단 의미다. 그래서 무명가수의 무대가 주는 온전한 희열을 만끽하기에 어려운 감이 있다. 즉, 처음 맞닥뜨리는 사람의 매력을 탐색하듯 보고 듣기보다 노래의 진짜 주인을 찾았다는 놀라움 혹은 노래에 의해 소환된 추억이 건네는 아련함 등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찐 무명조’는 ‘싱어게인’의 부제인 ‘무명가수전’이 추구해야 할 목적이자 존재가치를 제대로 충족한다. 이미 만들어진 통로를 통해 대중이 쉽게 접해온 노래와 무대가 아닌, 어디서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었던, 해당 가수만의 독자적인 음악 세계가 만들어낸 노래와 무대로,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심사위원들마저 그들만의 낯설어서 매력적인 첫인상에 홀딱 빠져들게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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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없다며, 떨어질 것 같다며 올라온 63호 가수는, 말과 다르게 특출 난 기타 실력과 고유의 흥으로 한영애의 ‘누구 없소?’를 맛깔나게 열창하여 지켜본 이들을 모두 충격에 빠뜨렸고, 질투가 특기라던 30호 가수는 박진영의 ‘허니(Honey)’를 끼가 충만한 음색과 퍼포먼스로 선보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휘어잡아 또 다른 누군가의 질투를 유발하는 당사자가 되었다.

뿐인가. ‘김창완과 꾸러기들’ 출신의 최고령 참가자인 45호 가수는 농익은 기타 연주와 웅숭 깊은 노래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며, 한 심사위원으로부터 이렇게 안정감 있는 무대는 10년 만이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지켜본 다수의 시청자들이 동의하는 부분으로, 대세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만을 접한 우리에게, 오랜 시간 삶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이의 것이 전하는, 그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무언의 안정감이라 하겠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아무래도 편집의 과정을 거치는 방송이다 보니 종종 심사위원들의 반응이나 평이 시청자들의 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때가 있다. 하지만 ‘싱어게인’의 ‘찐 무명조’만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것과 상관없는, 자체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한다. 오히려 심사위원들에게 동조와 공감을 구하는 느낌으로, 시청자들 또한 낯선 얼굴과 노래,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오롯이 표현한 퍼포먼스에 완전히 몰입한 결과다.

조심스럽게 예상해 보건대, 앞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찐 무명조’ 때문에 ‘싱어게인’을 시청하리라. 언급한 바처럼 프로그램 내에서 가장 흥미를 돋우고 있는 구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싱어게인’을 여타의 오디션프로그램과 구분 짓는, 본연의 정체성이 가장 잘 집약되어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유행에 따른 몇 줄기 장르만이 음원사이트를 장악하고 있는 오늘, 자신만의 고유한, 그래서 더욱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노래와 가수를 매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음악을 즐기는 대중의 한 사람으로써 벌써부터 설레는 중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JTBC '싱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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