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반성은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보는 행위로,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한 이들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살아가며 누구나 실수 혹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며 그리하여 더 중요한 건 그것을 바로잡는 일임을 아는 까닭이다.
스타와 대중이 서로 맞물려 형성된 연예계란 사회는 신뢰 문제에 유독 민감하다. 연예계를 떠받치고 있는 ‘사랑’이란 무형의 가치에서 필요조건으로 삼는 게 신뢰여서, 이것이 깨지면 땀과 눈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쌓았던 곧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맥락은 이 신뢰라는 게 단순히 상대의 어떤 잘못된 행동이 발각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회복 불가능할 정도까지 깨질 순 없다는 점이다.
스타도 우리와 동일한,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진정성 어린 반성과 자숙의 기간이 뒤따르면, 도덕적 규범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용서와 이해의 과정을 밟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혹투성이인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보다 그저 하릴없는 논란으로 치부하여, 자신의 억울함만 토로하고 덮어버리는 데 급급하면, 당시에는 운 좋게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나 언제고 문제 상황으로 전환될 테다.
가수 홍진영이 지난 2009년 제출한 석사 논문 ‘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 동향에 관한 연구’가 표절 의혹을 받았다. 논문 표절을 검증하는 사이트인 ‘카피킬러’에서 표절률이 74%를 기록했고 인용 표기도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홍진영 측은 일체 부인하며 인용 내용과 참고 문헌 등 주석을 많이 다는 것이 당시의 추세였다고 시기적 오류가 있는 검증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사과문과 함께 해당 논문을 제출하여 받은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반납해야 했다.
“당시 문제없이 통과되었던 부분들이 지금에 와서 단지 몇%라는 수치로 판가름되니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변명으로 보일 수 밖에 없어 답답하고 속상할 뿐입니다. 이 또한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하니 제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습니다. 과한 욕심을 부린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녀가 게시한 사과문 어디에도 표절이 아니라는 명확한 증명도, 그렇다고 표절을 인정하는 부분도 없었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게 슬프고 속상하나 이러한 구설수, 즉 논란에 휘말린 것도 자신의 욕심이 과했기 때문이니 그 대가로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주로 감상에 기반한 반성이 대부분인, 그러나 어떤 부분을 반성한다는 건지 애매모호한 사과였다. 다시 말해 진실의 여부와 상관없이 논란을 일단락 지으려는 목적만 뚜렷해 보였다 할까.
어떤 말을 해도 변명으로 보이는 상황이더라도 홍진영은, 무작정 덮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해당 논란에 대해 최선을 다하여 정확하고 납득할 만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밝혀야 했다. 이는 그간 자신에게 사랑과 신뢰를 보내준 대중을 향한 예의인 동시에 학위를 얻기 위해 논문에 피고름을 쏟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배려다. 여기에 그녀가 10년간 쏟은 눈물과 땀은 별개의 이야기이며, 어울리지 않는 옷을 욕심냈으니 그것을 다시 돌려 받겠다고 일어나지 않을 표절 의혹이 괜히 일어난 것도 아니지 않나.
과거를 돌이켜보는 것, 진짜 반성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어떤 손해가 발생하던 이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비로소 제 힘을 발휘하여 틀어진 상황을 바로잡는 데 이른다. 대중은 모르는 것 같아도 상황을 바로잡기보다 무마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감정 위주의 반성은 다 알아본다. 홍진영이 게시한 입장을 표명한 글 혹은 사과문이, 학위의 반납 여부와 상관없이 여전히 표절 의혹을 종료시키지 못하는 이유이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