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비리 형사’ ‘폭력 형사’ 전문이었던 배우 지대한에게도 ‘착한 형사’ 기질이 있었다. OCN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극본 정소영 반기리 연출 민연홍, 이하 미씽)를 통해 데뷔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이 기질을 찾았다.

지대한이 ‘미씽’에서 맡은 역할은 실종전담반 형사 백일두다. 만년경장으로 경찰서장과 동기이고 반장 역시 그의 까마득한 후배다. 수사능력, 움직임이 둔한 면이 있지만 인내심과 오랜 현장경험으로 실종자들을 찾아 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정보원들의 덕을 톡톡히 보는 캐릭터다.

백일두가 가장 많이 합을 맞춘 두 사람은 장판석(허준호)와 신준호(하준)다.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는 장판석, 실종된 연인을 찾는 신준호를 위로하고 이들의 조력자로 활동하며, 어찌 보면 ‘미씽’에서 가장 한결같은 인물을 연기했다.

12일 티브이데일리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한 지대한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착한 형사 역할을 맡아서 동네방네 자랑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그는 “생긴 건 우락부락하지 않나. 그런데 시청자 분들이나 주변 분들이 착해 보인다는 말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라며 “비리 형사나 폭력 형사, 깡패 전문 배우로 살았는데 눈빛이 착해 보인다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 앞으로 착한 역할이 많이 들어올 것 같은 예감도 들고 설렜다”라는 소감을 덧붙였다.



앞서 설명했듯 백일두는 다양한 감정선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실종자의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눈물을 쏟다가도, 용의자나 범인을 찾으면 불같이 화를 내고 분노하는 따뜻하고 열정적인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지대한은 “대본에 특별히 표현된 게 없어서 어떻게 설정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평소 내가 잘하는 오버 연기를 할까도 했는데 작가님, 감독님과 미팅 때 얼굴이 세니 과격하게는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나도 그냥 힘을 빼고 연기를 해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봐도 우락부락한 얼굴이다. 그런데 힘을 빼니 우리 애들이 좋아하더라. 이번에 아내와 애들한테 ‘아빠 연기 중 제일 좋았다’는 소리를 들었다”라며 만족을 드러냈다.



물론 연기가 수월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30년 동안 주로 분출하는 역할만을 해왔던 그이기에 억누르는 연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범인을 취조할 때, 내 감정대로라면 두들겨 패고 엎어치기를 해대며 막 다루고 싶지만 백일두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분노를 억누르면서 범인을 상대하는 장면은 기존에 해보지 않은 거라서 어려웠던 것 같다”라고 했다.

실제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는 “나도 연기 활동을 하며, 50여 년을 살며 직접적으로 또 간접적으로 겪은 아픔들이 있지 않았겠나. 그런 것들이랑 매치를 해가며 힘을 뺐더니 많이 좋아해 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11일 12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미씽’은 많은 여운을 남겼다. 악인이 벌을 받았고, 관심을 모았던 재벌가 손자의 정체도 드러났다. 일부 주인공들은 간절히 찾던 실종 가족들의 소재를 확인, 새로운 삶을 살 동력을 얻기도 했다.

해피엔딩으로 잘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드라마의 배경이 된 실종자들의 마을 ‘두온마을’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나왔다.

지대한은 “처음부터 작가님이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쓰셨는지는 모르겠다. 감독님한테 시즌2에 가면 백일두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는데 진급을 시켜주겠다고 하더라. 들어갈 확률이 반반이긴 하지만 백일두가 반장 정도는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씽’으로 쓴 착한 이미지는 차기작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대한은 오는 14일 크랭크인을 앞둔 영화 ‘하우치’의 주연을 맡아 가슴 떨리는 순애보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중국말로 ‘맛있다’라는 뜻이다. 내가 첫사랑을 찾아가는 순애보의 주인공이 됐다. ‘미씽’에서 착한 역할을 하니 또 들어온다. 오십이 넘어까지 찌질한 인생을 살던 중년 아저씨가 고등학교 때 한 첫사랑을 찾아가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지대한의 배우 인생 30년 만에 멜로에 도전하게 됐다”라고 운을 뗀 그는 이 영화가 최민식 주연의 ‘파이란’을 닮았다며 “‘파이란’에 깡패 역할로 출연을 했다. 배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으로 항상 마음속에 있던 영화인데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를 하게 됐다. 최민식 선배의 연기를 보전할 수는 없겠지만, 반만이라도 따라가는 연기를 하고 싶다. 누가 안 된다면 정말 잘 해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하우치’가 올해를 마무리할 작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지대한은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배우 생활을 하겠지만, 나쁜 놈 역할을 많이 했으니 추후에는 나쁜 역 좋은 역 가리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또 그동안은 영화를 많이 했으니 안방 시청자들이 지대한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보실 수 있도록 드라마도 열심히 하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ONC '미씽: 그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