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꿈에 도전하다 [인터뷰]
2020. 06.22(월) 11:50
사라진 시간, 정진영
사라진 시간, 정진영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정진영이 연기 인생 32년 만에 감독으로 변신했다. 물론 첫 연출인 탓에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지만, 정진영 감독의 표정만큼은 하고 싶은 걸 다 한 듯 후련해 보였다.

정진영 감독은 지난 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한 배우다. 무려 32년 동안 연기에 모든 걸 걸어온 것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그의 마음 한 편엔 감독이라는 꿈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만 오랫동안 연기만 바라보며 인생을 보내온 그이기에 돌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녔다.

정진영 감독은 “감독은 어려서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배우를 하면서 연출은 절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됐다. 연출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폐라고 생각했고, 망신 당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다”고 말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해야 하나 싶었다”는 정진영은 “초보자로서 망친 당하는 게 당연한 건데 뭘 이렇게 고민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 스스로가 예술가로 잘 살고 있나 싶었다. 어느 순간 안정적인 시스템 안에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의아함이 생겼다. 예술이라면 도전을 해야 하는 데, 그런 도전을 두려워하는 게 아이러니했다”고 설명했다..

연출자가 되겠다는 확신을 가진 정진영 감독은 독립 영화를 통해 천천히 연출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여정이 수월했던 아니었다. 독립 영화의 제작 환경이 풍요롭지 않은 만큼 배우는 과정 역시 다사다난했다고. 정진영 감독은 “독립 영화를 해야겠다 싶을 때 우연찮게 연이 닿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여배우를 캐스팅하고 열심히 촬영을 준비하는 데, 일주일 만에 작품이 엎어졌다. 제작사가 돈을 못 구했다고 하더라. 화도 많이 나고 허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이 안쓰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진영 감독은 “결국 본질은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돈이 없어도 연출자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쓰는 거구나라는 걸 느꼈다. 또 영화를 준비하려 비어 놓은 시간이 붕 떠버리게 되면서 시나리오를 쓸 시간이 생겨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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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진영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 연출작인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집필을 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데 재밌었다”며 첫 시나리오를 써 내려갈 당시를 회상한 정진영 감독은 “다만 어렵게 써 내려간 글을 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 의문을 자아냈다.

정진영 감독은 “나도 모르게 관습적인 부분이 많이 담겨 있었다. 스스로 남들과는 다른 취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전하게 쓰고 있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쓰지 말아야겠다 싶었고, 하고 싶은 대로 하자는 마음을 갖게 됐다. 이야기가 수시로 변하면서도 에너지가 흐려지지 않는 글을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굳은 다짐은 시나리오 집필에 속도를 붙였다. “왜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게 됐는진 나조차도 모르지만, 시놉시스는 한 달 만에 완성됐다”고. “완성본과 비교해도 큰 차이점은 없다”는 정 감독은 “시작과 끝, 그리고 중간의 주된 내용은 그대로다. 이 이야기는 굉장히 황당히 시작해서 황당히 끝나는데, 차분하게 이해를 시키고 소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열리고 갑자기 닫히는 구조로 그려내고 싶었다. 호불호가 갈리게 될 걸 예상했지만, 내 영화이니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시나리오가 차츰차츰 완성됨에 따라 주인공 형구의 모습도 시각화됐다. 정진영 감독은 “주인공 역으로 조진웅 배우를 생각하며 글을 써 내려갔다”고 고백했다. 정진영 감독은 “배우를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는 연출자의 말들이 상투적인 것인 줄 알았는데 나 역시 그랬다. 자연스럽게 조진웅의 행동과 말투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게 됐고, 시나리오가 완성되자마자 가장 먼저 조진웅에게 보여주게 됐다. 고민이 많이 됐지만, 안 주면 계속 생각날 것 같았다. 거절당할 거면 빨리 물어보고 거절당해야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조진웅이 할 확률이 5%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초고를 쓰자마자 보냈는데 너무 좋다고,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선배라서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냐고 다시 물었는데 시나리오가 좋다고, 고칠 것도 없다고 말해줬죠. 조진웅이 보여준 믿음이 내 도전 정신에 기름을 부었죠.”

이처럼 정진영 감독은 주인공인 조진웅 배우의 믿음과 자신의 열정 하나로 영화를 만들어냈다. 정진영은 “물론 아쉬움은 있지만, 거의 시나리오 대로 이야기를 담아 만족스럽다”며 “’사라진 시간은 미스터리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미스터리는 물음이 있으면 답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러지 않다. 그렇다고 슬픈 코미디라고 하기엔 웃음도 없다. 그렇기에 보시는 분들이 각자 다양하게 영화를 즐기시고, 마음껏 비판해 주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좋게 보신 분과 안 좋게 보신 분들의 의견을 모두 듣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도 평가를 받는 직업이지만, 연출자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이번엔 제 모든 게 들어 있어 발가 벗겨진 기분이네요.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을 위한 것이기에, 솔직하게 평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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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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