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드라마의 승산은 캐릭터의 생명력에 달려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하나의 살아있는 존재, 즉 매력적인 존재로 설득될 때, 시청자들은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하기 시작하며 해당 세계에 편입할 의지를 자발적으로 갖는다. 이는 예능프로그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예로 ‘무한도전’을 이야기할 수 있다.
MBC ‘놀면 뭐하니?’까지 이어지는 ‘무한도전’, 김태호PD의 장기는 여전했다. 아니, 한층 더 유연해진 느낌인데, 물론 ‘유재석’이란 이미 검증된 캐릭터의 존재가 큰 몫을 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쩌면 구태의연했을지 모를 인물을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관계 속에 배치함으로써 숨겨진 혹은 잠재되어 있던 또 다른 새로운 모습과 장면을 끌어내어 또 다른 캐릭터를 부여했다는 점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유재석이 가수 ‘비’와 ‘이효리’와 함께 여름을 겨냥한 혼성 댄스그룹을 만드는 과정은 대중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당대 최고의 가수이자 댄서들의 만남을 성사시킨 때문만은 아니다. 활동한 시간이 쌓여 본연의 색이 뚜렷해질만큼 뚜렷해진 캐릭터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좌충우돌의 소란이 사람들의 흥미를 흠뻑 머금은 결과다.
그래도 셋 중에서 가장 새로운 캐릭터라 한다면 비다. 유재석이야 ‘놀면 뭐하니’의 주춧돌과 같은 핵심적 인물로 지속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 왔고 이효리는 그녀가 합류한다는 소식 만으로 어떤 상황이든, 어떤 장면이든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획득하게 만드는, 대중에게 있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본연의 매력으로 각인되어 있는 존재다.
두 사람에 비해 비의 캐릭터는 빈약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가 2017년도에 발표한 곡, ‘깡’이 한 여고생의 다소 웃음을 유발하는 커버댄스로 역주행하고 있긴 했지만, 단순한 화제성을 얻은 거지 ‘비’라는 인물 자체의 매력으로 환산될 만한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것이 계기가 되어 출연한 ‘놀면 뭐하니’에서 비는 ‘깡’이 얻고 있는 화제성의 포커스를 완벽하게 자신에게 돌림은 물론, ‘비’라는 캐릭터로 대중에게 다시 한 번 생명력을 부여받는데 성공한다.
솔직히 자신이 힘써 만든 곡이 웃음코드로 환원되는 일은 아티스트로서 충분히 기분이 상할 만하다. 그러나 비는 연예인이란 대중의 광대라는 맥락에서 얼마든지 자신을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응수함으로써, 그간 자신을 향해 있던, 한물 간 월드스타라는 대중의 시선을 역전시켰다. 그리고 입술을 꽉 깨무는 꾸러기 표정이라든가, 춤 출 때 습관적으로 보이는 민망한 포즈 등, 이전엔 놀림거리였다면 이제 대중에게 있어 ‘비’라는 하나의 흥미로운 캐릭터를 형성하는 요소로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매끄럽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대중의 놀림 혹은 조롱을 자연스레 수면 위로 끌어올려 당사자인 비와 대면하게 한, ‘놀면 뭐하니’의 한 술 더 뜬 전략이 있다. ‘놀면 뭐하니’ 제작진의 편집 구비구비마다 가득한 놀림과 비를 향한 유재석의 웃음 섞인 일갈 등은 대중으로 하여금 비를 친근하게 느끼게 했고 결론적으로 ‘놀면 뭐하니’의 세계에 지속적으로 편입하고 싶은 의지를 가지도록 만들었다.
‘놀면 뭐하니’의 세계가 비에게까지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하는데 성공하면서, 대중은 현재 새로이 등장한 그들의 캐릭터, ’유두래곤’과 ‘린다G’, ‘비룡’에게 완벽히 몰입 중이다. 그들이 무엇을 하든 호응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단 거다. 여기에 비나 이효리의 캐릭터가 지닌 왕년의 화려한 전력을 기반으로 한, ‘라떼는 말이야’(기성세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하는 표현) 감성까지 덧입혀졌으니, 앞으로의 재미는 배가 될지언정 덜해질 리 없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BC '놀면 뭐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