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더 킹'이 결국 아쉬움만 남긴 채 종영했다. 끝까지 부족함이 보였던 연출과, 늘어놓은 떡밥들을 제대로 회수하지도 못한 극본은 그동안 '더 킹'을 믿고 보던 시청자들도 실망케 만들었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극본 김은숙·연출 백상훈, 이하 '더 킹')가 12일 밤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지난 4월 첫 방송된 '더 킹'은 기획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KBS2 '태양의 후예', tvN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방송계에선 이미 '흥행 보증수표'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김은숙 작가를 필두로, 한류스타 이민호, '도깨비'의 김고은 등이 주연으로 발탁된 만큼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미 '태양의 후예'에서 김은숙 작가와 한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백상훈 PD까지 합류해 그야말로 '드림팀'이 탄생하게 됐다.
그러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1회부터 '더 킹'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면서 하락세가 예고된 것.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 건 바로 연출이었다. 평행 세계를 다룬 만큼 각각의 세계의 색채와 특색을 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가운데, 이를 표현하지 못해 시청자들이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 끝까지 부족함만 가득했던 연출
영화나 드라마에서 평행 세계라는 주제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시청자들과 관객이 서사를 따라가면서 추리는 하되,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연출자들은 각각의 평행 세계 속 색감을 달리한다든지, 주인공들이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을 반대로 한다든지, 주인공은 변하지 않고 평행 세계만 바뀐다든지, 한 번 발을 디딘 평행 세계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든지 하는 등의 '설정'을 만들어 놓는다.
그러나 백상훈 감독은 그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는 여지없이 발생했다. 전개가 흘러감에 따라 시청자들은 수 십 번의 시공간 이동을 눈앞에서 마주해야 했고, 비슷하기만 한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의 모습을 느낌만으로 유추해야 했다. 주인공들의 생김새도 똑같다 보니 시청자들로선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같은 곳에 서 있는 대한제국 속 정태을(김고은)과 대한민국 속 강신재(김경남)를 오버랩하는 등의 불필요한 연출들의 등장은 혼란스러움을 가증시켰다.
불안정한 연출 속에서 시청자들이 두 평행 세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PPL이 등장하니 몰입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곤(이민호)이 대한민국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황실의 커피와 맛이 똑같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조은섭(우도환)이 정장에서 김치를 꺼내며 라면과 함께 먹는 모습 등은 현실성을 떨어트림과 동시에 궁극적으로 이들이 내뱉는 대사가 무얼 말하려는지 이해 조차 못하게 했다.
◆ 끝내 무너진 김은숙
이처럼 연출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음에도, '더 킹' 애청자들은 김은숙 작가를 굳게 믿고 있었다. 결국엔 김은숙 작가가 그만의 필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사두용미'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실제로 김은숙 작가는 11회부터 그동안 쌓아온 떡밥들을 풀어나가며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가장 중요한 후반부에 돌입하자 설정들이 차츰차츰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벌어진 틈들은 최종회에서 걷잡을 수 없게 됐다. 16회에서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은 이림(이정진)의 죽음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이림이 대한민국으로 넘어오지 못한 탓에, 이림은 평행세계 속 자신과, 자신이 죽인 황제 이호(권율)와 똑같이 생긴 인물을 죽이지 못했고, 이곤과 같은 얼굴을 한 이지훈(정현준) 역시 죽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이지훈의 아버지는 분명 1회에서 이림에 의해 살해당했다. "술에 취해 뺑소니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의 설명이 있었지만, 맥락상 이림에게 자신의 집을 알려준 뒤 사망한 것으로 나오기에 살해당한 것이 가깝다. 그러나 바뀐 대한민국에서도 이지훈의 아버지는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15회에 나온 "완성된 만파식적은 울지 않는다"는 이림의 말 역시 16회에선 달라졌다. 이곤은 역모의 밤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일부러 균열이 난 만파식적을 이용하고, 나머지 반은 대한민국에 놓고 온다. 그러나 막상 과거를 바꾸고 만파식적이 완성되고 나니 이곤은 자유롭게 시공간을 오가기 시작한다. 과거가 바뀌며 목에 난 상처도 없어졌지만 계속해 정태을을 기억한다는 이곤의 설정 역시 의문이 가득하다.
이 밖에 이곤과 구서령(정은채) 등 시공간을 오가며 균열을 일으킨 자들에게 세겨진 번개 모양의 표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갑자기 차원의 틈에서 시간이 흐르게 됐는지 등의 떡밥들은 회수되지도 못한채 마무리됐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더 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