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심은우가 지닌 단단함 [인터뷰]
2020. 06.07(일) 18:46
부부의 세계 심은우
부부의 세계 심은우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작은 키와 여린 얼굴, 겉모습은 부드러움이 가득한 그이지만 속은 그러지 않았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마다 자신감과 확신이 넘쳤다. 심은우는 겉은 부드러우나 속은 강인하다는 '외유내강'이라는 사자성어가 무척이나 어울리는 배우였다.

심은우는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연출 모완일)에서 민현서 역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민현서는 연인 박인규(이학주)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하거나 강제로 마약성 약물을 투여받지만, 미련으로 인해 쉽사리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자칫하면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역할이나 심은우는 상대역 이학주와 섬세한 연기 호흡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고, 이에 힘입어 ‘부부의 세계’는 최고 시청률 28.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달성하며 종편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썼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것에 대해 심은우는 “만감이 교차했다”면서 “드라마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현서라는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아쉽고 슬퍼졌다. 현서로서 마지막 촬영 날보다 마지막 회를 보면서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진짜 마지막 회구나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심은우는 “출연진이나 제작진 중 누구 하나가 특출났다기보단, 감독님을 시작으로 스태프들, 배우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낸 시너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다”고 인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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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부부의 세계’의 큰 성공에도 개인적인 아쉬움은 존재했다. 박인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함과 동시에 민현서 역시 지선우(김희애)의 곁을 떠났고, 11회부터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 심은우는 “한 번 더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최종고를 보고 나선 생각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심은우는 “감독님과 작가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됐다. 마지막 회에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정리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부부의 세계’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생각해봐도 현서가 나오는 게 어울릴 거라 생각지 않았다.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내가 빠지는 게 맞았다”고 밝혔다.

심은우의 말처럼 그는 스스로의 만족보단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어떠한 희생도 감내할 수 있는 배우였다. 민현서를 더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한 그의 노력 역시 희생의 일부였다. 심은우는 “현서라는 인물을 더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살을 좀 뺐다. 항상 같은 시간에 밥을 먹거나 운동을 하는 등, 정해진 루틴대로 살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꼭두새벽부터 밤까지 촬영하는 날은 이를 지키기 어려워 유동적으로 조정하긴 했지만, 못 지킬 것 같으면 전날이나 다음날에 더 완벽히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도 철저히 민현서에 빙의해 완성도를 높였다. 그런 심은우가 가장 중점적으로 맞춘 건 연인 박인규와의 관계였다. 민현서는 박인규를 떠나려고 하지만 미련으로 인해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인물이기에 애증의 감정을 확실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심은우는 먼저 “현서가 인규에게 단호하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단순하게 맞는 게 두려워서 보다는, 인규와 처음 만나고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인규가 처음부터 현서에게 못된 남자는 아니었을 거라고 판단했다. 또 인규가 가지고 있던 남모를 상처 역시 알고 있었기에, 연민이 생기고, 또 인규를 괜찮은 남자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단호하게 말을 하지 못하고 끝까지 끌려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인규가 민현서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봤단다. 그는 “현서는 지금껏 인규에게 당해왔고, 또 참아왔던 친구다. 그래서 인규는 현서가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현서가 처음으로 단호하게 이별을 고하니 인규도 ‘이제 진짜 끝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런 이유 탓에 인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봤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더불어 심은우는 “아마 현서 역시 인규가 죽길 바라고 그런 말을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우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알게 됐고, 이렇게나 단호하게 이별에 대한 생각을 밝힐 수 있었을 거라 본다. 현서 자체가 사람을 잘 믿지 않으려 하는 친구인데, 이렇게까지 자신을 위해서 희생한 사람을 처음 만났기 때문에 선우에 대한 더 큰 믿음을 보였고, 생각을 바꾸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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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심은우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선 스스로를 희생할 줄도 아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아는 배우였다. 이미 배우로서의 덕목을 충분히 지닌 그이지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실 심은우라는 이름을 알린 건 ‘부부의 세계’가 처음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심은우는 2016년 방송된 SBS ‘원티드’로 데뷔해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춘 바 있지만, 이후 내세울 작품 하나 없이 4년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심은우는 이 시기를 회상하며 “’원티드’를 통해 대중들에게 나라는 존재를 알릴 수 있었고, 회사도 생기게 됐다. 감사하게도 오디션 역시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자꾸 떨어짐이 반복됐다. 이로 인해 ‘멘붕’이 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심은우는 “떨어지는 것에 대한 실망감도 물론 있었지만, 그것보단 이 역할이 나랑 잘 맞는지 안 맞는지 고민할 틈도 없이 그저 붙기 위해 잘 보이려고만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회의감을 느꼈던 것 같다. 배우라는 일을 오래 하고 싶은데, 계속 잘 보이려고만 애쓰면 그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선을 잠시나마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요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요가 강사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그이지만, 그렇다고 연기를 쉰 건 아니었다. 심은우는 쉬지 않고 오디션을 보며 스스로를 단련하고 연마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명의 4년은 심은우라는 배우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모완일 감독이 심은우를 민현서 역으로 캐스팅 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어딘가 약해 보이지만 무조건 약하지만은 않은, 속 안에 강인함이 있는 것 같은 외유내강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결국 심은우는 자신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

또 심은우는 단단해진 힘들었던 4년을 발판 삼아 앞으로의 10년을 고민할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됐다. “20대를 생각해봤을 때 대학교를 다닌 4년도 기억에 남지만, 20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한 해를 생각해보라면 올해를 꼽을 것 같다”는 심은우는 “생각지도 못한 20대 마지막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 때문에 30대가 기대가 된다. 어렸을 땐 얼굴과 어울리지 않은 목소리가 콤플렉스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장점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연기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부부의 세계’를 통해 시청자분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니, 실망시키지 않고 신중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싶어요. 좋은 작품과 좋은 역할로 대중에게 복귀하는 게 지금 가장 큰 목표예요.”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앤유앤에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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