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인간수업’은 청소년들의 성범죄를 주제로 다룬다는 점에서 기획 단계부터 논란의 중심 속 있던 작품이다. 하지만 ‘왜곡된 정보를 담지 않겠다’는 김진민 감독의 진심이 담긴 ‘인간수업’은 대중에게 공개됐고, 결국 그 진심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도 닿게 됐다.
2003년 MBC ‘죽도로 사랑해’를 시작으로 ‘결혼계약’,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였던 김진민 감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늘 지상파, 케이블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던 그가 넷플릭스에 처음으로 도전한 것. 올해 49세로 남들이 보기엔 조금 늦은 도전일 수도 있지만, 김진민 감독의 열정만큼은 다른 20대 감독 못지않았다.
김진민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극본 진한새·연출 김진민)을 통해 OTT(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에 진출했다. 김진민 감독은 넷플릭스에 대해 “한마디로 지상파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또 까다로웠다”는 김진민 감독은 “하지만 그만큼 퀄리티를 철저히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했고, 제작진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잘 맞는다면 서로에게 좋은 효과만 주는 것 같다. 다행히 개인적으론 잘 맞았고, 덕분에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런 넷플릭스만의 특성 덕분에 ‘인간수업’을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고. ‘인간수업’은 성매매를 알선하는 미성년자 지수(김동희)와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민희(정다빈)의 이야기를 다룬다. 민감한 주제를 주로 다룬 탓에 공개 전부터 여러 구설수에 휘말렸던 바, 연출자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김진민 감독은 “이런 소재를 드라마화할 수 있는 제작사는 넷플릭스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그렇다고 지상파가 뒤떨어진다는 건 아니다. 그저 다른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지상파는 이런 드라마를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상파에는 송출에 대한 책임이 있고, 적절한 선을 지키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유였다.
김 감독은 “만약 지상파에서 이런 작품을 송출했을 때, 시청자들이 이를 합당하게 볼 거라 생각지 않는다. 이른바 ‘표현의 왕국’이라는 미국도 지상파와 페이 VOD가 지향하는 성향이 다르기에, 한국도 별반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진민 감독은 드라마 한 시즌이 동시에 공개되는 넷플릭스만의 포맷에 대해서는 “한 번에 공개되니, 반응을 순차적으로 느낄 틈이 없었다. 오픈이 되면 모든 시청자들이 동시에 접속해 즐길 수 있었기에, 어떤 피드백도 받을 수 없었다. 그저 욕만 안 먹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아직 처음이라 넷플릭스에 대해 잘 파악하진 못했지만, 사전에 작업을 정교하게 마칠 수 있었던 건, 분명 좋고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간수업’을 통해 OTT라는 새로운 분야에 발을 디딘 김진민 감독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태였다. 일단 그에겐 미성년자의 성매매라는 주제를 적절하게 작품에 녹여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더불어 성매매를 알선하는 것이 주인공이기에 해당 범죄 행위가 미화되지도 않아야 했다. 이 때문에 겁이 나기도 했다고.
김진민 감독은 “넷플릭스가 ‘인간수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을 때, 기대도 됐지만 한편으로는 겁도 났다"며 “수위가 어느 정도 가능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더 높았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또 어떤 식으로 그려나갈지 걱정이 됐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을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처음 진한새 작가의 대본을 봤을 때 느낀 건, 성범죄가 절대로 드라마에서 미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왜곡된 시선을 부여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래서 성매매에 관련된 논문들, 책, 그리고 기사 등을 읽으며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을 세우려 했고, 형사 사건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조사가 진행되는지 찾아봤다. 이 외에도 틀린 정보를 전달치 않으려 계속해 고민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런 배움과 깨달음의 과정을 통해 김진민 감독은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만연하게 퍼져있다는 걸 알게 됐다. 김진민 감독은 “단순히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범죄의 범위가 더 넓고 다양하다는 걸 배우게 됐다.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인간수업’을 보는 시청자들이 자칫 조그마한 오해도 하지 않길 바라며 면밀히 노력한 김진민 감독이지만, ‘성매매’라는 주제가 주는 인식 때문에 소수의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김진민 감독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그저 시청자들이 한 가지 메시지만 마음속에 갖길 원했다. 김 감독은 “연출하면서 ‘이들이 돌아서거나, 멈출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신호등이 켜진 순간, 이를 무시하고 건너거나, 모른 채 건너다고 사고를 당하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을 중점으로 잡고 싶었다. 이들이 사랑받을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거나 처벌할 수도 없는 인물들이라 생각했다. 그저 아이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왜 잘 못됐는지에 중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답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정신과, 성매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하려는 김진민 감독의 진심은 결국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인간수업’은 선정성 짙은 주제에도 공개와 동시에 한국 넷플릭스 순위 5위에 올랐고, 지난 5일에는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진민 감독은 “머릿속으로는 ‘숫자에 불가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곤 있지만, 사실 부담이 된다. 앞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또 다른 오리지널 시리즈를 하게 된다면, 저 숫자가 계속 내 기준이 될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그렇기에 순위는 생각지 않고 임하려 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김진민 감독은 “’인간수업’을 통해 ‘당신들은 어른들의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건네고 싶었는데, 내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 또 드라마 속에도 잘 담긴 것 같다”면서 “그런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내가 의도한 바를 잘 이해해 주신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다. 부디 주변에 방황하는 이들이 있다면 드라마 속 어른들처럼 신호등을 켜줄 수 있는, 방향을 가르쳐줄 수 있는 어른이 돼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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