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사과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0. 05.01(금)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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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살다가 한번쯤 실수 하나, 잘못 하나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여기서 중요한 맥락은 그에 대한 반응과 태도다. 책임을 진다는 것, 대가를 치르겠다는 것. 특히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가 대중의 눈에 띄며 사는 사람이라면 반성과 사죄의 모습은 한층 더 중요해지며,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을 때 단순히 과거의 한 순간이라 여겼던 시점이 현재의 삶의 발목을 물고 늘어질 위험이 높다.

MBC 예능프로그램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출연 중이던 커플, 이원일 셰프와 김유진 PD가 하차했다. 김유진 PD를 두고 제기된 학폭(학교 폭력) 의혹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논란이 커진 까닭이다. 자신을 해당 사건의 피해자로 설명한 이의 말에 따르면, 뉴질랜드 유학 시절 김유진 PD와 그녀의 친구들에게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으며, 이 기억으로 인해 그녀가 TV에 등장할 때마다 당시의 고통이 되살아난다고.

사태가 심상치 않자 이원일 셰프와 김유진 PD는 프로그램에서의 하차는 물론, 각각 사과문을 올렸는데 이게 또 논란을 증폭시키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 ‘사실을 떠나’와 ‘사실 여부를 떠나’, 두 사과문에 동일하게 포함된, 피해자라 추정되는 쪽이 내놓은 명확한 증거들에 비해 다소 불분명해 보이는,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람들로 하여금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면서, 소란부터 잠재우고 보자는 의도 아니겠냐며 불편한 기색을 표출하게 만든 것이다.

현재는 피해자라 주장하는 또 다른 이까지 나온 상황이라 이원일 셰프와 김유진 PD가 맞닥뜨린 상황은 당분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대중에게 사과하기에 앞서, 상처를 받고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전하는 일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대중의 공분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가라앉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전하는 진심을 알아 본 피해자들이 직접 진화 과정에 나서 준다면 가장 건강한 방향으로의 해결이겠다.

결국 대중의 분노가 주시하는 건 잘못의 유무가 아니라 잘못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모습이다. 마땅한 대가와 책임을 치렀고 치르고 있는 게 확인이 된다면 비난과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드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혹자는 반문한다. 왜 TV에 출연하는 이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거냐고,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실수이며, 특히 어린 시절의 잘못은 당시엔 멋모르고 행한 것으로 성인이 되어 이미 반성의 과정을 겪은 이들에겐 이 또한 가혹한 처사가 아니냐고.

틀린 지적은 아니다만. 우리는 TV에 출연하는 이들에게 유독 날선 기준을 적용한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까지 끄집어내어 이들이 과연 다수가 얼굴과 이름을 아는 사람이어도 되는지 점검한다. 왜냐면 그곳에서만이라도 정의가 한 눈 팔지 않기를 , 약자가 정의로운 해결을 얻기를,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고 피해를 입은 사람이 위로를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을 때가 태반이니까.

사건의 진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 왜곡이 일어나기 마련이라 사실 여부는 좀 파악해 볼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잘못을 한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 대중의 엄중한 심판대에 오를 자격을 갖추고 말았다는 걸 인지했다면, 여기서 필요한 건 그저 당시의 잘못을 처음이든 다시 한 번이든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 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면 그들이 현재 맞닥뜨리고 있을 상황은 좀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이렇듯 유명인이 되어 대중의 눈에 띄며 산다는 건 더 큰 도덕성을 요구받는 일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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