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내년이면 데뷔 50주년이 되는 배우 김수미는 특유의 악센트와 독보적인 '욕쟁이 할머니' 이미지를 갖고 있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대표 연예인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의 오랜 경력으로 빚어낸 노하우와 삶의 지혜 등을 통해 줄곧 주변 연예인들의 고민 상담을 해줬고, 이런 모습은 SBS플러스 예능프로그램 '밥을 먹고 다니냐'(이하 '밥먹다')까지 이어졌다. '밥먹다'에서 김수미는 국밥 한 그릇과 함께 출연진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인다.
특히 정신을 차리려 욕을 해달라는 손님들을 위해 시원한 욕 한 바가지를 날려주고,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선 누구보다 진심 어린 공감으로 대하는 김수미의 모습은 마치 우리의 어머니를 보는 듯해 가슴을 절로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김수미도 사람인만큼 그에게도 말 못 할 고민들이 있었을 터. 20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에서 그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25년 걸려 꺼낼 수 있었던 속앓이는 평소 '밥먹다'에서 남의 고민을 우선시했던 그의 모습과, 진심이 있었기에 시청자들의 심금을 더 크게 울렸다.
강남과 이상화 부부의 집에 초대된 김수미는 함께 식사를 준비하다 돌연 "너희 JTBC '부부의 세계' 보냐"며 "그 얘기가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 내 과거인 줄 알았다"고 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부부의 세계'는 불륜에 대해 다루는 드라마이기에, 일반적인 부부라면 공감하지 못할 소재였기 때문. 김수미는 "너희는 그러지 말아라. 사랑은 변하지 않지만, 사람은 변한다"고 운을 뗀 뒤, "아냐 됐다. 괜한 말을 꺼냈다"고 말을 멈춰 궁금증을 더 키웠다.
이후 김수미는 식사 자리에서 아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수미는 "상화가 오빠가 아닌 여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강남의 고민에, "나도 동의한다"며 "난 여보라는 호칭을 듣는 게 소원이었다. 지금도 남편은 날 '어이'나 '수미야'라고 부른다. 나도 남편을 처음엔 '자기야'라고 부르다 나중엔 '명호 아빠'로 부르게 됐다. 자연스럽게 아들 이름에 아빠를 붙여 부르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김수미는 "왠지 여보라고 부르기엔 쑥쓰러웠다"면서 "또 시어머니랑 함께 살다 보니 여보라고 부르기 더 힘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왜 젊었을 때 여보라고 안 불렀을까 후회가 된다. 여보라고 부르는 다른 부부들이 부러워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수미는 앞서 '부부의 세계'가 자신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결혼 전엔 남편이 그 누구보다 날 사랑해 주더니, 결혼하고 6개월은 전화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었다"고 고백해 충격을 선사했다.
김수미는 "26살 때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바로 임신을 하게 됐다. 임신해있는데 남편이 그러니 더 불안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알고 보니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과 클럽 등에 놀러 다녔던 것이었다"고 전했다.
김수미는 결혼을 무를 수도 있었고, 인생을 바꿀 수도 있었지만 자식을 위해서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김수미는 "그 시절 보통의 엄마처럼 결국 난 자식을 택했다. 아이부터 먼저 낳고 남편을 사람으로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10년이 지나서 조금은 나아졌지만, (남편이) 사람이 되는 데는 25년이 걸렸다. 이제서야 늙고 힘이 없어지니 사람 같다"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김수미는 남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남편의 본성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워낙 유복자여서 어긋나게 키워진 것도 있었다. 시어머니가 뱃속에 아이를 갖고 있을 때 남편을 잃어, 자식을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고 한다. 그래서 내게 매우 미안해하셨다"고 밝혔다.
'밥먹다'에서 남을 위로하고 공감하던 김수미의 숨겨진 속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마치 본인이 힘든 건 전혀 내색하지 않는 어머니처럼, 자신의 것은 뒤로 한채 누군가의 아픔을 먼저 달래는 김수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더 큰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김수미의 배려는 시청자들이 그에게서부터 짠함을 느끼는 동시에 그를 응원하는 이유가 됐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플러스 '밥먹다', SBS '동상이몽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