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해사한 청춘 [가요공감]
2020. 03.21(토) 14:11
장범준 실버판테온 흔들리는 꽃들속에서 놀면뭐하니 롤 사이트 악보 노래 노래방에서
장범준 실버판테온 흔들리는 꽃들속에서 놀면뭐하니 롤 사이트 악보 노래 노래방에서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세계의 계절이 얼어붙었다. 블루투스를 넘어 번화가 곳곳에서 사람들의 귓가를 간지럽히던 봄 메들리 ‘벚꽃엔딩’은 그만큼 더 손에 잡히지 않는, 애달픈 향수(nostelgia)와 낭만으로 다가선다. ‘벚꽃연금’ 수혜자 가수 장범준, 그가 여전히 엉뚱하고 천재적인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근황을 전해왔다.

바야흐로 2020년 봄, 개화, 전국 각지 벚꽃축제가 공식 취소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식시장이 폭락했고 자영업자들 손놀림도 얼어붙었다. 코로나19 청정지역 진해는 개화에 따라 군항제 취소를 공표하며 암암리에 몰리는 인파들에게 경계령을 띄웠다. 각종 행사, 축제, 콘서트, 공연, 무대, 문화계는 너나 할 것 없는 긴축재정 상태에 돌입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난세를 가로지르는 법일까. MBC 간판 PD 김태호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사회 전역을 사려 깊게 돌아봤다. 전작 ‘무한도전’ 가요제를 생각나게 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방구석 콘서트는 코로나19 탓에 잠시 셔터를 내린 각종 무대의 속살을 오픈하기로 했다. 이승환, 장범준, 지코, 뮤지컬 ‘맘마미아’, 혁오, 소리꾼 이자람, 밴드 잔나비, 배우 이정은 뮤지컬 ‘빨래’, 선우정아, 새소년, AOMG, 처진 달팽이, 유산슬, 송가인 등 내로라하는 국내 ‘핫’한 대중예술 아이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무엇보다 제작진은 이들의 공연 실황을 전 국민이 방구석에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각도로 구현해내며 콘텐츠 형식에 관한 또 하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별책부록과도 같은 섭외 비화야말로 ‘방구석 콘서트’를 예열하는 요소였다. 가령 ‘놀면 뭐하니’는 지난 14일 방송분을 통해 봄이 오면 생각나는 청춘 싱어송라이터, 봄마다 가요 차트를 석권하는 ‘벚꽃엔딩’ 저작권자 장범준을 예우했다. 그의 새로운 음악 단상과 일상은 젊은층 2030대 시청자들로 하여금 기분 좋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충분했다. 장범준은 굴지 대형소속사에 소속되거나 TV에 정기적으로 얼굴을 비추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원하는 시공간에서 발표하며 스스로 선택한 페스티벌이나 무대에 서고, 창작 소스나 취향에 기인한 ‘잇템’을 유튜브 속에서 콘텐츠화하며 자연스럽게 대중들과 소통해온 케이스다.

유튜브 내 장범준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검색량 파워를 빠르게 캐치한 ‘놀면 뭐하니’는 일찍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흔꽃샴) 무대를 선공개했다. 마치 콘서트 뒷좌석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멀리서만 촬영해야 하는 팬의 입장을 대변한 듯 카메라는 장범준을 롱테이크로 훑는다. 아울러 제작진은 ‘방구석 콘서트’ 취지를 살리고자 무대 뒷배경을 관객석으로 설정하며 장범준의 음악콘텐츠 파워를 극대화시켰다.

장범준과 ‘방구석 콘서트’의 이 같은 동반 화제성은 시너지로 발현됐다. 유튜브 알고리즘상 많은 이들이 ‘흔꽃샴’ 무대를 감상한 이후 장범준의 개인 채널에 방문했고 방송 효과에 힘입어 장범준 채널 구독자수 역시 수 만 명 이상 증가했다. 개중 아직 발매되지 않은 장범준 자작곡 ‘실버판테온’은 현재 약 270만 이상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했다.

‘실버판테온’은 숱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국내 대표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의 게임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곡이다. 가사에는 실버, 골드, 판테온 등 ‘롤’ 속 단계별 키워드가 기재됐고 반드시 이 게임의 정점에 오르고픈 장범준의 열망은 기승전결로 구성돼 있다. 가령 ‘실버를 넘어 골드를 지나 판테온으로 플레를 갈거야’라는 후렴구는 시티팝 스타일의 세련된 멜로디 라인에 힘 입어 ‘롤’을 알지 못하는 비이용자들로 하여금 게임을 향한 호기심마저 증폭시킨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혜성 같이 등장해 자신이 직접 작사하고 작곡한 노래를 불렀던 9년 전 한 대학생은, 어느덧 봄을 책임지는 압도적 가요계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정체된 경기 속에서 젊은이들의 특정 미래마저 불투명한 시절, 자신의 재능만으로 성공한 젊은 싱어송라이터가 기타 하나를 맨 채 사람들의 감수성을 천진난만하게 두드린다. 가장 좋아하면서 가장 잘 하는 일을 해내며 모두에게 오래도록 사랑 받을 수 있는 천운, 말 그대로 만물이 피어나는 봄 같은 인생. 장범준이라는 청춘(靑春)이 암담한 2020년의 반대급부에서, 몹시 낙관적인 롤 모델인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장범준 유튜브 캡처]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이기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