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방법 몇부작’ 키워드가 내내 화제성을 끌어올린 가운데, ‘방법’ 마지막회 12회는 정지소의 아픈 세월을 클로즈업하며 브라운관에 공포 뒤에 숨어있는 비애(悲哀)의 본질을 가늠했다.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해악을 끼친 김신록, 성동일, 조민수 세 사람은 공멸했다.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이토록 독특한 드라마 데뷔작은 국내 최초 샤머니즘 세계를 섬세하게 크로키하며, 국내 드라마의 또 다른 장르적 소재 선별 가능성을 타진해냈다.
17일 밤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방법’(극본 연상호·연출 김용완) 최종회 12회에서는 임진희(엄지원), 이누가미 모시는 백소진(정지소), 귀불(귀신 붙은 불상)을 등 뒤에 둔 진종현(성동일) 간 유사성, 죽은 진경(조민수), 정성준(정문성), 이환(김민재), 김필성(김인권), 천주봉(이중옥), 김주환(최병모), 탁정훈(고규필), 석희(김신록), 민정인(박성일) 등을 둘러싼 미스터리 결말 상황이 공개됐다.
앞서 소진의 엄마 석희의 비밀이 드러났다. 석희는 딸에게 씌인 악귀를 쫓아내고 딸 소진을 살리기 위해, 악귀를 진종현 회장에게 덮어씌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이 모시는 신은 이누가미, 일명 개 귀신이었던 것이다.
이날 12회 오프닝에서 포레스트 상장일 굿판이 시작됐다. 진종현은 결국 몸을 옮기는데 성공했고 포레스트, 저주의 숲 사이트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이 방법당하기 시작했다.
이때 임진희는 백소진에게 “소진아, 날 방법해”라며 진종현을 없애기 위해 희생을 도모했다. 악귀가 방법하려는 대상을 소진이 먼저 방법하면 소진이 주도권을 쥐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임진희의 꿈 속 심연이 공개됐다. 어린 시절, 친구를 버릴 수밖에 없었고 잃었던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됐다. 진희가 방법한 김주환 부장의 사체가 나왔고 진희는 고통 속에서 괴로워했다.
임진희는 소진의 아픈 유년기도 봤다. 진희와 소진은 운명공동체였을까. 소진은 무당으로 사는 엄마를 지키기 위해 고투했고, 누군가를 저주한다는 이유로 모녀는 늘 괄시를 당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진을 바라보는 진희의 마음은 미어질 수밖에 없었다. 소진은 진희에게 “사람들은 왜 남을 그렇게 저주하냐”라며 누군가를 저주하는 마음이야말로 사람을 생지옥에 몰아넣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소진은 진희를 방법하는 대신, “이 악귀는 내가 영원히 잡고 있겠다”라며 자신이 진종현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말했다. 소진은 쓰러지고 말았다. 소진이 악귀를 잡고 있기를 택한 순간, 모든 사람들은 목숨을 구했다. 소진으로 인해 결계는 깨졌고 진종현 회장 몸에 불이 붙었고 그는 사망했다. 두 사람이 모시는 신 이누가미가 사라졌고 소진, 진종현은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
진희는 소진을 붙잡고 오열했다. 포레스트 상장은 취소됐고, 포레스트 진종현 범죄 혐의가 불거졌다. 결국 소진은 이누가미를 소멸시키면서 진종현과의 공멸을 택했다.
임진희, 정성준은 의식을 찾지 못하는 소진을 주기적으로 찾아갔다. 진희는 소진이 깨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소진은 악귀를 붙잡고 있다. 아마 계속 자기가 붙잡고 있으려고 할 거다”라며 육체적으로는 깨어나지 않으며 심연 속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는 소진의 진심을 가늠했다.
하지만 엔딩 장면에서 연상호 감독다운 반전 신이 연출됐다. 소진은 진희가 선물한 옷을 입고 어디론가 떠난 것으로 암시됐고, 이는 악귀가 세상에 다시 나왔으리라는 가능성으로 이어지며 브라운관의 서늘함을 자아냈다.
'방법'은 '부산행' '돼지의 왕' 등을 연출한 충무로 인재 연상호 감독 드라마 데뷔작으로 화제가 됐다. 앞서 좀비물을 비롯해 학교 폭력 등 사회 사안을 극중 플롯 속에 간담 서늘하게 녹여낸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과 솜씨는 '방법'을 통해서도 여과없이 드러났다. 특히 국내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샤머니즘, 주술, 몸이나 시공간을 옮겨다니는 떠도는 영혼, 귀신의 실체를 소재화한 그의 오랜 취재력, 연구정신이 돋보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배우 정지소는 서러운 운명을 타고난 외톨이 고등학생 역할로, 독특한 샤머니즘이 녹아난 스토리텔링의 비애 섞인 원톱으로 십분 열연했다. 엄지원, 성동일, 조민수 등 걸출한 연기자들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캐릭터 몫을 다해내며 시청자들의 극적 몰입도를 끌어올린 것은 물론이다.
이 같은 최초의 샤머니즘 플롯 공론화는 시청자들에게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뉘앙스와 느낌의 수작"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때로 늘어지는 신과 신 사이의 호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은 미진함들과 별개로 드라마는 다채로운 현세 너머의 세상과, 사람들의 마음 속에 도사리는 저주의 아픈 본질을 선명하게 물화시켰다는 점에서 웰메이드 장르드라마로 평가받을 만하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