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예측불가능한 현실 앞에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공연은 취소되고 극의 개봉은 미뤄졌으며 어떤 직종의 사람들은 난데없는 무급휴가를 받아야 했다. 설렘으로 준비한 결혼식장엔 사람이 없고 부모들은 맡길 곳 없는 아이들로 인해 곤란에 처했으며 해외여행은 당분간 꿈만 꾸게 생겼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던 상황이 우리 모두의 오늘을 덮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이 사람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주어진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은 점차 예민해지고 판단력은 흐려진다. 두려움은 인간의 모든 어두운 면을 불러 일으키는데, 증오와 혐오, 폭력적 행동 등이 그에 속한다. 즉, 과도한 흥분으로 보통의 이성적 사고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든 상태에 처한 것으로 한층 더 씁쓸해지는 대목은 이 두려움이 만들어낸 어긋남을 이용하여, 마치 틈새 시장이라도 찾은 듯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들여 고가에 판매하는 사람들이 대표적 예이리라. 새삼 인간이 지닌 도덕성이란 얼마나 얄팍한가 싶다가도, 한편으로 이 천박하고 비양심적인 행위가 또 상당히 경제적이라 이처럼 물질중심주의 시대에 걸맞은 유혹을 어느 누가 자신있게 거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특수한 상황 앞에 여지없이 드러난 인간 본연의 이기심이 우리로 하여금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느끼게 하고 만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본연의 성질이 강하다 해도 그를 극복하고 더 좋은 성질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것, 그리하여 타고난 이기심을 길러진 이타심으로 압도하기에 이르는 것, 모두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러한 잠재력을 인식한 어떤 이들은 끊임없이 성찰하고 또 노력하는데, 흥미롭게도 특수한 상황은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여실히 드러나는 바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전염병 감염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앞장서 달려가는 의료진과 봉사자 등, 두려움과 공포 대신에 이타심을 발휘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로 코로나19가 가져온 고통과 맞서싸우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 예다. 그리고 연이은 스타들의 기부 행렬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스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 요구할 수 있다만, 알다시피 이를 하지 않는다 해서 법에 저촉되거나 하진 않는다. 개인의 재산은 개인이 알아서 사용할 일이니까. 즉, 개인의 이기심으로 충분히 묵살 가능한, 도덕적 의무에 불과하단 이야기다.
그럼에도 많은 스타들이 공동체에 닥친 어려움에 함께 맞서기 위해 혹은 맞서는 이들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이 받은 사랑을 갚겠다는 기저로 여러 모양새로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이타심이 이기심을 압도한 사례로 포함될 만하다. 게다가 이들이 하는 모든 행위를 이슈로 만드는 이들의 영향력은, 무기력한 불안감이 퍼져 있는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되어 사람들이 다시금 힘을 합해 현재의 위기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 해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와중에 기부금의 액수를 보고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타심이 발현된 상황을 보고도 수치적 계산이 가능하다니. 이미 물질중심주의적인 사고에 사로잡혀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반응이다. 다시 말해 함께가 아닌 본인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염려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사고의 과정이란 의미다. 예측불가능한 현실, 특히 극한 위기의 상황은 인간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어쩌면 오늘 우리는 스스로의 진면목, 잠재력을 확인해볼 기회에 놓인 걸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이 잠재력이 위기를 극복하는 통로로서 작용할 테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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