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미디어, 몰락이냐 부활이냐 [OTT시대]
2020. 01.02(목)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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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바야흐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대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본방사수는 옛 세대의 추억 사전에 등록해야 할 언어가 됐다. 무엇을 만들든 시청률이 나오던 레거시(정통) 미디어들은 OTT와 다채널이 공룡인 자신들의 다리 하나 조차 상처내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지상파 채널들(KBS, MBC, SBS)이 변화한 환경을 내다보지 못하고 도태된 사이 유튜브는 주류 미디어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레거시 미디어는 대기업 채널과 종편, OTT의 동시다발적 공격에 방향을 잃은 모양새다.

지난 해 기록한 지상파들의 적자가 이를 증명한다. 매년 6,000억원의 수신료를 받는 KBS는 2019년 상반기에만 4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고, MBC 역시 비슷한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간 지상파는 적자의 위기를 중간 광고의 부재 탓으로 돌렸다. 3사는 규제를 피해 프로그램 한 개를 1,2부로 쪼개 방영하고 그 사이 PMC(유사 중간광고)을 넣는 방식을 도입해 위기를 면하려 했지만 시청률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현재 인기 예능의 경우 3부까지 쪼개기 편성을 시도하고 있지만, 수백억 원의 적자를 채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급기야 최근 MBC는 30년 만에 월화드라마 잠정 폐지를 결정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수 십 억원의 돈을 벌어다 주던 평일 드라마가 적자를 내는 불효자로 전락한 것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채널이 다변화 되면서 지상파가 차지하는 시청률 파이가 줄어들었고, 경쟁 채널이 많아지면서 자사가 보유하던 PD 및 주요 인재들을 카카오, CJ ENM 등 대기업과 종편 채널에 빼앗긴 탓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와 인재난이 겹치면서 적자에 속도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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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거시 미디어의 위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됐지만 지상파는 이를 손 놓고만 있었다. 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CJ ENM이 2006년 tvN을 론칭하고, 2011년 종편 4사가 출범하면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지상파의 시청률이 급하락하고, 광고 시장이 급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지상파는 경쟁 채널들이 실험적 콘텐츠를 내놓으며 신뢰도를 빼앗길 때도 이들이 자신들의 정통성을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공영 방송사의 자존심인 뉴스 보도 역시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되면서 고정 시청층을 잃었다. 그 사이 tvN과 JTBC는 지상파를 압도하는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고, 광고 단가 역시 지상파 보다 높게 책정되고 있다.

문제는 위협적인 상황이 가시화 됐을 때도 레거시 미디어들이 기존의 콘텐츠를 답습하는 안일함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소위 막장 드라마 편성이 계속됐고, 일일드라마는 지금도 주먹구구식 스토리를 반복하고 있다. 작아진 밥그릇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리 없다. JTBC는 유튜브에도 눈을 돌려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론칭, ‘워크맨’ ‘와썹맨’ 등을 성공시키며 OTT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됐다. 종편 못지 않은 인프라와 노하우를 보유한 레거시 미디어들이 뉴미디어에 대한 적응을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 처럼 레거시 미디어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시장은 또 급변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못지 않은 산, 넷플릭스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디즈니, 애플까지 전쟁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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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세계 시장을 선두 중인 넷플릭스는 지난 몇 년간 한국 시장에 자본을 들여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작품은 ‘킹덤’이다. 인기 작가인 김은희 작가와 류승룡, 주지훈, 배두나 등 A급 배우들을 섭외해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킹덤2'에는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지현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타진되기도 했다. 정유미 주연의 ‘보건교사 안은영’ 역시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유재석의 ‘범인은 바로 너!’ 등 각계의 대표주자들이 일찌감치 넷플릭스 자체 제작 작품에 출연하며 뉴 미디어 시장에 편승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각 분야의 스타, 실력파들과 넷플릭스의 콜라보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에 입김이 많이 들어가고 규제가 많은 레거시 미디어와 달리 OTT는 제작 환경이 자유롭고, 제작비 회수율 또한 레거시 미디어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시장에 공룡 중의 공룡, 디즈니까지 뛰어든다. 지난해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라는 OTT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알렸다. 마블부터 스타워즈 시리즈 등 세계적인 콘텐츠를 장착한 디즈니플러스의 출현은 그 자체로 위협이다. 애플 역시 애플tv플러스 내세워 이 전쟁에 가담했지만 OTT 시장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로 양분화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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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자본을 가진 글로벌 대기업들이 콘텐츠 경쟁에 뛰어들면서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고래 싸움에 맡겨진 새우등이 됐다. 이 무차별적인 공략에 국내 방송사들은 자신들만의 OTT 서비스(웨이브, 티빙)를 선보이며 연합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영화와 드라마, 지상파를 제외한 국내의 모든 방송 콘텐츠를 보유한 넷플릭스의 다양한 무기에 비해 초라한 탓이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국내 OTT시장에 옥수수(SK), LG유플러스 등 토종 통신사들도 뛰어들었다. 카카오, 네이버 등 포털 역시 자체 제작 드라마와 예능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손 놓은 사이, 자본 기업들이 뉴 미디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지상파는 당장의 광고 수익을 채우기 위해 시청률에만 의존하며 도돌이표 콘텐츠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이 플랫폼 전쟁은 언젠가 막을 내리고, 승자는 곧 정해질 전망이다. 결국 답은 이 플랫폼에 실릴 콘텐츠에 있지만 레거시 미디어는 이 콘텐츠마저 부실하다. 미래가 어둡다는 뜻이다. 뉴미디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급선무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대기업에 젊은 인력을 빼앗기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온다. 대기업에 대항할 자본 확보 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위기를 넘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뉴미디어에 대응하겠다는 변혁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지상파,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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