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누가 갑자기 뜰지 아무도 몰라요.“
최근 연예 관계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누구도 가수 양준일, 배우 김응수와 펭수의 열풍을 예상치 못했다. 이 신드롬의 바톤을 이을 주인공 역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유튜브를 필두로 SNS, 소셜이 지배한 세상에서 기존 스타 탄생의 공식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방송, 엔터사들의 주도 아래 배출된 스타들이 이제 네티즌의 손에서 양산되고 있다.
#곽철용 - ‘타짜’의 타이틀을 바꾸다
불과 1년 전까지 영화 ‘타짜’는 배우 조승우와 김혜수의 영화였다. 그런데 유튜브가 순식간에 이 꼬리표를 바꿔놨다. ‘타짜’는 이제 곽철용(김응수)의 영화다. 1020 세대가 주도한 이 열풍은 13년 전 ‘타자’를 극장에서 관람했던 3040 세대로 퍼지면서 “묻고 더블로 가”, “마포대교는 무너졌냐”라는 전국적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곽철용 스페샬’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은 현재 조회수 300만을 육박 중이다. 네티즌이 짜깁기한 영상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영향을 준 것이다. 곽철용 열풍은 김응수의 몸 값을 폭등시켰고, 그는 데뷔 이래 가장 많은 CF 러브콜을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김응수가 “어리둥절하고 어안이 벙벙하다”고 소감을 밝힐 정도로 예측할 수 없던 현상이다.
왜 3040이 아닌 1020 세대가 곽철용에게 먼저 반응한 것일까. 첫 시작은 심심풀이 소비였을 것이다. 곽철용 열풍은 ‘타자3’가 개봉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속편이 오리지널 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접한 젊은 네티즌들이 유튜브에서 ‘타자1’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아보다 곽철용이라는 숨겨진 캐릭터를 만났다. 3040 세대에게는 전형적인 남성상에 불과했지만, 젠더의 역할을 구분하는 건 낡은 것이라고 배운 1020 세대에게 순정 마초인 곽철용은 신선하고 새롭게 비춰졌을 것이다. 소셜 세계의 주축인 1020 세대의 특성이 반대 급부에서 반응을 일으켰다.
#양준일 - 소셜이 직접 픽하고 만든 스타
온라인 탑골공원의 지드래곤, 가수 양준일 열풍은 더욱 예상하기 힘들었기에 흥미롭다. “매일이 꿈 같다”는 그의 소감이 이를 말해준다. 양준일 신드롬을 단순히 레트로의 유행을 탄 행운으로 보기는 힘들다. 기존의 복고 열풍이 한 때 열광했던 것에 대한 향수, 그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반면 양준일은 30년 전 무명에 가까운 홀대를 받았던 가수였기 때문이다.
90년대 노스탤지어로 집결된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네티즌들은 HOT, 젝스키스, 핑클을 재소비하다 우연히 양준일이라는 비운의 천재가수를 ‘발견’했다. 시대를 앞서간 그의 음악과 퍼포먼스, 패션에 매료된 이들은 그가 출연한 음악방송을 재가공, 편집해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 영상들이 십시일반 모여 양준일 열풍을 만들어 냈다. 현재의 양준일을 탄생시킨 건 JTBC '슈가맨3‘가 아니라, 스타 양산에 뛰어든 네티즌의 생산력에 있는 것이다.
곽철용과 양준일이 말해주는 건 무엇일까. 소셜 이용자, 네티즌이 콘텐츠 생산자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기존의 문화 현상은 방송, 영화가 주도했다. 스타 역시 이들이 만들어 낸 연예인들로 한정됐다. 그러나 소셜의 세계에서 이 콘텐츠는 전혀 다른 것으로 재생산된다. 영상이 네티즌의 손에 선별되고 재편집, 가공돼 배포되면서 새로운 트렌드와 이슈가 만들어지고 스타 역시 이 안에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펭수 -듣도 보도 못한 스타의 탄생
이 과정에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스타가 탄생한다. 모두가 열광하는 펭수가 그렇다. EBS가 제2의 뽀로로, 초등학교 고학년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펭수는 2030 세대가 유튜브에서 ‘발견’하면서 새로운 평가를 받았다. 사람들은 펭수를 한정된 캐릭터로 소비하지 않고 독립된 인격을 지닌 한 명의 스타로 소비되길 원하고 있다. 펭수의 탈을 쓴 실제의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지 않고 펭수 그 자체에 열광한다.
대중이 기존의 스타, 연예인들에게 바라는 건 실제의 모습이었다. 이들의 사생활을 궁금해 하며 베일이 벗겨지길 바란다. 반면 펭수는 탄생부터 정체성까지 모든 것이 페이크지만, 실제의 모습이 알려지길 원치 않는다. 이 역시 유튜브, 소셜 네티즌들이 만든 새로운 스타상이다.
소셜과 이 세계를 구성하는 이들의 특성을 정의 짓는 건 불가능하다. 그만큼 복잡하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소셜과 이 세계의 주축인 네티즌들이 콘텐츠와 트렌드, 스타를 만들어내는 주도자가 됐다는 것이다. 기존의 공식을 파괴하는 생산자로 우뚝섰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