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위기, 추락, 침체기. 위 단어들은 MBC 장수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끝난 뒤 그 중심에 있던 MC 유재석의 뒤에 꼬리표처럼 달렸다. 여론은 유재석이 예전보다 못하다고 평했고,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시청률 또한 저조했다. 그러나 유재석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고, 어느새 '역시 유재석'이라는 말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유재석은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트로트 도전 프로젝트 '뽕포유'에서 유산슬로 활약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유재석은 유산슬로 분해 '합정역 5번 출구' '사랑의 재개발' 등의 음원을 발매했고, 오는 22일 경기 고양시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1집 활동을 마무리하는 굿바이 콘서트를 개최한다.
유산슬은 1집 굿바이 콘서트를 3일 남긴 19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의 한 중식당에서 콘서트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진행을 맡은 방송인 박슬기는 "유산슬이 기자간담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유산슬이 입장할 때까지 조용한 분위기로 비밀을 유지해주시길 바란다"고 귀띔했다. 심지어 박슬기는 유산슬의 실시간 위치까지 브리핑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유산슬은 깜짝 놀란 얼굴로 기자간담회 장소에 도착했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유산슬은 애써 당황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많이 놀랐다. 다만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현실 그대로를 받아들여야겠다. 다들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유산슬은 "결혼 발표 이후 단독 기자간담회는 처음이다. 물론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다른 분들과 기자간담회를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온 건 생전 처음인 것 같다. 더불어 내가 중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할 줄 몰랐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산슬은 "오늘이 내가 데뷔한 지 99일째라고 하더라. 시키는 데로 움직이다 보니 데뷔한 지 며칠인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지났다. 웬만한 신인은 꿈도 못 꾸는 단독 콘서트이지만, 사실 꿈을 꿀 수도 없었다. 단독 콘서트를 한다는 것도 오늘 기자간담회처럼 갑자기 알게 됐다. 노래 두 곡 가지고 어떻게 단독 콘서트를 해야 할지 걱정되지만 이런 부분도 제작진이 알아서 잘 준비해줬을 거라 믿고 있고, 이왕 하는 김에 열심히 해 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유산슬은 프로그램 속 대표라고도 불리는 김태호 PD의 '깜짝 이벤트'에 많이 익숙해진 듯한 모습이었다. 유산슬은 "'놀면 뭐하니?'는 프로그램 콘셉트 자체가 제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게 벌어지고, 그 상황 속에서 제가 적응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그리는 것"이라며 "처음이라면 당황했겠지만 이런 상황이 매주 반복되다 보니 점점 적응돼가고 있다. 시청자들이 즐거워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다. 다만 김태호 PD도 언젠간 한 번 당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저를 굉장히 당황스럽게 한다. 나중에 단둘이 있을 때 한 번 이에 대해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설명했다.
유재석은 유산슬로 변신해 데뷔한 지 99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MBC '가요대상'에 신인상 부문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만큼 엄청난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유산슬은 "어떻게 하다 보니 트로트에 발을 디디게 됐다. 부족하지만 시청자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더할 나위 없이 감사드린다"면서 "신인상은 평생 단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인만큼 기대가 된다. 제가 자격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상을 받는 것 또한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상식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겸손히 답했다.
지금은 '유플래쉬' '뽕포유' 등 다양한 에피소드로 사랑을 받고 있는 '놀면 뭐하니?'이지만 사실 해당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놀면 뭐하니?'는 출연자가 다음 출연자를 선택하는 신선한 소재를 가진 릴레이 카메라로 포문을 열었지만, 평가에선 호불호가 갈렸다. 결국 4.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6회 만에 3%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유재석의 위기'에 대해 언급하며 프로그램의 존폐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유플래쉬'라는 새로운 콘셉트가 등장하며 반전됐다. 유재석은 '무한도전' 때의 모습처럼 새로운 도전에 임했고, 순수하게 드럼을 즐기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매료됐다. 결국 '놀면 뭐하니?'의 시청률은 '유플래쉬' 후반부에서 5%까지 치솟으며 유재석의 복귀를 알렸다.
이와 비슷한 행보를 걸은 프로그램은 하나 더 있다. 유재석이 출연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그 주인공이다. '유퀴즈'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토크쇼를 지향하다 보니 MC의 언변과 처세술이 특히나 중요하다. 더불어 시청자들을 궁금케 할 일반인들의 사연도 함께 해야 했다. 하지만 자극적인 콘텐츠에 이미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유퀴즈'의 잔잔한 에피소드에 지루함을 표했고, '유퀴즈'는 1회에서 2.3%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하락해 1% 중반대에 머무르며 종영했다.
그러나 '유퀴즈'는 시즌 2를 맞이하곤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시청률만큼은 2%에서 3%대의 시청률을 유지했지만, 화제성 면에서는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출연진과 그 속의 에피소드들은 변함이 없었지만, 시청자들은 점차 '유퀴즈' 속의 따뜻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잔잔한 에피소드 속에 빠져 들어갔다. 결국 시즌 2는 시청자들의 박수 속에 잠깐의 휴식을 선언하며 내년 따뜻한 시기에 돌아올 시즌 3를 예고했다.
유재석은 쏟아지는 사람들의 우려에도 계속해 도전을 해나갔고 결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유재석은 이런 도전이 '진심은 통할 날이 있을 거다'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이 갑자기 종영한 탓에 계획을 세울 겨룰 이 없었다. 그 탓에 '유재석의 위기'라는 말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론 매주, 매회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데뷔 30년 동안 진심은 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재석은 "'유퀴즈'가 그런 나의 진심이 잘 담긴 프로그램이다. '유퀴즈'도 처음엔 '이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결국엔 장르를 돌파하는 도전은 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행히 많은 시청자분들이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유퀴즈'와 '놀면 뭐하니?'를 사랑해주셨고, 계속된 도전 덕분에 지금은 이런 부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나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사랑만큼 유재석에겐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았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가족이었다. 유재석은 "과거 '무한도전'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기회를 한 번만 달라. 불평불만을 한다면 제게 벌을 내려주셔도 된다'라고 기도한 것 말이다. 그런데 벌써 내 나이가 내년이면 마흔아홉이다. 물론 일도 좋지만 때론 가족도 생각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이어 유재석은 "둘째가 돌이 지난지 얼마 안 됐고, 첫째가 벌써 초등학생인데,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들과 여행을 못 갔다. 가족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늘 미안한 마음이다. 오늘도 아내 경은이와 그 얘기를 했다. '언제까지 일 할 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래도 2월까지는 휴가를 꼭 가겠다'라고 약속했다. 이런 이유 탓에 요즘은 가족만 하면 내가 꼭 더 바쁘게 빠르게 달려야만 하는지 생각을 좀 많이 하게 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유재석은 "목표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최종 목표는 유산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많은 분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날 보고 힘이 났으면 좋겠다. 때로는 일상이 무료하고 지칠 때 이 노래가 에너지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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