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 판도라 상자 열었나? 불신에 빠진 K팝 [이슈&톡]
2019. 11.28(목)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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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일까. 블락비 박경의 짧은 글이 가요계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가요계는 며칠 째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시끄럽다. 지난 24일 박경이 SNS를 통해 "바이브, 임재현, 송하예, 전상근, 황인욱, 장덕철처럼 음원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글을 게재하면서다. 실명이 거론된 가수들은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누리꾼은 물론 박경의 동료, 선후배들이 이를 계기로 음원 사재기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가수 성시경은 음원 사재기가 음악의 본질적인 정체성까지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사재기를 하는) 해당 업체에서 직접 곡까지 관여한다"라며 "요즘에는 전주도 간주도 없어야 된다고 하더라. 가사를 바꿔도 되겠냐는 요청도 들어온다"고 지적했다.

블락비 출신 노민혁은 음원 사재기는 실제하는 문제라고 못 박았다. 그는 28일 자신의 SNS에 "요는 명예훼손이 아닌 사재기의 실체이다.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경쟁할수 없는 이 구조를 샅샅이 파헤치고 개혁시켜야 한다"고 적었다. 가요계 전체를 저격하는 글이다.

이어 노민혁은 "사재기로 돈을 벌 바엔 다른 길을 택한 나 역시 마음 한켠에 음악은 후회와 울분으로 남아있다. 왜 정당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건가! 포커스에 엇나가지 않는 수사가 이루어질수 있게 우린 계속 울분을 토해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음원 사재기 논란은 이미 수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이번 논란은 좀 더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양상이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재기와 구분이 모호하게 된 바이럴 마케팅 문화에 대해서도 저격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게 특징이다. 마케팅으로 포장된 음원 사재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디밴드 술탄 오브 더 디크코의 멤버 김간지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지난 26일 한 방송에서 사제기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브로커가 8:2로 수익을 나누자고 했다. 브로커가 8이다"라고 설명했다. 김간지에 따르면 브로커는 '소름 돋는 라이브'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음원을 노출시키며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고, 이로 인해 순위가 폭등하는 것처럼 꾸미자고 제안했다. 그는 "회사에서 먼저 자금을 투입한 다음에 가수들로부터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라고 설명했다. 브로커에 제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김간지의 말에 따르면 바이럴 마케팅은 음원 사재기를 합법화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해당 업체가 곡에 터치를 했다는 성시경의 폭로 역시 이 같은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음원 차트가 바꿔 놓은 가요계의 문화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박경이 언급한 가수들은 바이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이 마케팅을 통해 자연스럽게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 차트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재기가 아니라 마케팅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10~20대의 구매력이 중요한 음원사이트에 SNS을 창구로 하는 바이럴 마케팅은 요긴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마케팅으로 홍보 전략을 펼치는 가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바이럴 마케팅만으로 음원 차트 상위권 안에 수개월 간 랭크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 백대의 휴대폰과 컴퓨터 등 일명 '음원 공장'이 동원되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 무명의 가수가 아이돌 팬덤의 총공까지 제치는 건 힘들다는 게 그 논리다. 하지만 음원 공장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난 적이 없고, 박경이 언급한 가수들 혹은 무명 가수들의 차트 진입은 바이럴 마케팅의 성과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한 음원 사재기 논란. 대중의 의심은 눈두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샀다고 인정하는 가수는 없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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