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진심(眞心)’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을 뜻한다. 말 그대로 숨기는 것 없이 내보인다는 뜻이다. 배우 이설은 진심으로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제나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고. 천천히 조금씩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이설은 늘 진심으로 작품을 대한다.

19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극본 노혜영·연출 민진기, 이하 ‘악마가’)에서 이설은 김이경 역을 맡아 연기했다.

‘악마가’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스타 작곡가 하립(정경호)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인생을 건 일생일대 게임을 펼치는 영혼 담보 코믹 판타지 극이다. 이 작품은 하립이 자신이 누렸던 성공이 한 소녀의 재능과 인생을 빼앗아 얻은 것임을 알게 되고 소녀와 자신, 그리고 주변의 삶을 회복시키며 삶의 정수를 깨닫는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 괴테의 고전 명작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적 설정 위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녹였다.

이설은 ‘악마가’에서 음악이라는 꿈을 품고 살아가지만 대중 앞에 설 수 없는 무명 싱어송라이터 김이경이라는 인물을 덧입었다. 김이경은 극 중 “뒤로 넘어지면 뒤통수가 깨지고, 앞으로 넘어지면 코가 깨지길 바란다”고 말하는 불행한 삶에 놓여있는 캐릭터다. 그러면서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고 하는 선한 성품을 가졌다.

누구보다 씁쓸한 인생을 사는 김이경을 이설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이설은 자신과 김이경은 다른 결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극 중 이경이는 1등급 영혼이에요. 다른 사람을 늘 배려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그런데 저는 이경이처럼 남이 먼저는 아닌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런 사람이 한 두 명 정도는 있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힘겨운 와중에도 내가 아닌 남을 생각하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이설은 주변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들을 보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김이경의 삶을 진득하게 조망하면서 인물에 조금씩 더 녹아들었다고. 김이경 캐릭터의 자기희생적인 면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극 후반에 하립이 아들 루카를 살리려고 이경한테 영혼 계약을 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이경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늘 주변 사람들이 불행하고 루카와 하립이 힘든 걸 보면서 이경이라면 악마와 영혼 거래를 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이경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극 중 인물을 분석하기보다 진심으로 이해했다는 것.

때론 ‘짠내’ 나기도 하고, 공감가기도 하는 청년들의 군상을 담아내면서 이설 역시 묘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김이경이 꿈을 향해 분투하는 모습에 대해 “하고 싶은 것을 마음에 품고 있고 이루기 위해서 노력했던 부분, 꿈을 이뤄가는 부분은 많이 공감이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이설이 연기하는 김이경은 현실성을 띄는 인물로 탄생했다.

또 이설은 김이경이 영혼을 팔아 ‘영혼 리스’가 된 김이경의 모습도 동시에 연기해야 했다. 열정적이고 배려 넘치던 인물에서 최소한의 감정도 남지 않아 차갑게 급변한 인물을 만들어낸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터. 이설 역시 적잖은 고민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영혼을 잃는다는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려웠어요. 주변에는 영혼을 잃어본 사람이 없고, 정의할 수 없는 것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극 중 먼저 영혼을 잃은 인물을 연기하는 선배님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작가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눈 후 영혼이 없다는 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설은 이렇듯 주변과의 호흡을 통해, 그리고 내면의 치열한 고민을 통해 김이경을 이해하고 표현하려 노력했다. ‘악마가’ 자체가 주는 의미에 대해서도 고찰했다. 이설은 ‘악마가’가 인간의 선한 의지, 자유의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하면서 “이경은 남을 생각하는 캐릭터에서 나를 조금 더 생각하는 인물로, 하립은 나를 생각하는 인물에서 남을 생각하는 인물로 서로를 성장시키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설은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표현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이설이 경험한 자기표현법은 바로 음악이었다. ‘악마가’는 싱어송라이터, 작곡가 등이 주된 인물로 나오는 만큼 음악이 중요 요소였다. 특히 김이경은 직접 곡을 쓰고 노래를 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이설 역시 9개월 간 기타 연주를 배우며 작품을 준비했다고. “기타를 배워본 적 없는데, 작품 때문에 기타를 배우면서 재미를 많이 느꼈다. 반면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게 어렵다고 많이 들었는데 정말 어렵더라”라며 “노래와 기타 연주를 잘 하고 싶어서 나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설은 “이경의 노래는 가수 손디아가 부른 건데,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제가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작품을 통해서 노래와 음악의 힘을 많이 느꼈다”며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음악을 통해 마음을 전달한다는 게 무엇인지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이설은 ‘악마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확장됐다고 말했다.

노래로 새로운 표현법을 배운 이설은 언제나 진심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노래 역시 진심을 담아 부를 때 느껴지는 바가 많은 것처럼, 연기 역시 마찬가지. 이설이 말하는 진심이란 무엇일까.

“늘 진심으로 하자고 생각해요. 기술적인 면보다 마음이 느껴지는 대로 연기를 하려고 합니다. 눈빛만으로도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진심이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이렇듯 이설이 말하는 진심은 굳이 꾸미지 않아도 통하는 것.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었다. 진심으로 이해하고, 표현하고 싶은 이설은 스스로를 ‘찹쌀떡’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겉은 하얗고 밋밋해 보이지만 한 입 물면 달달한 팥 맛이 느껴지는 다양한 색을 가진 배우라는 뜻. 이설이 앞으로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찰떡’ 같은 연기를 선보일지 이설의 새로운 맛이 궁금해진다.

[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링크매니지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