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쌉니다 천리마마트'가 다소 독특한 전개와 인물들로 첫 문을 열었다. 뻔하지 않은 스토리가 재미를 유발하면서도 묘하게 현실성을 드러냈다.
tvN 새 금요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극본 김솔지·연출 백승룡)이 20일 첫 방송됐다.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DM그룹의 공식 유배지이자 재래 상권에도 밀리는 저품격 무사태평 천리마마트를 기사회생시키려는 엘리트 점장 문석구(이동휘)과 마트를 말아먹으려는 휴먼 불도저 사장인 정복동(김병철)이 만들어내는 사생결단 코믹 뺨타지 드라마다.
코믹함을 주된 분위기로 하는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김규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라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인기를 얻었던 웹툰을 어떻게 드라마로 구현해낼지가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였다.
기대 속에 시작한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최근 드라마에서 쉽게 보기 힘든 독특함으로 중무장했다. 시트콤이나 코믹 드라마가 사라져 가고 있는 풍조 속에서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신선함을 자극했다.
첫 장면부터 DM그룹 회장 김대마(이순재)가 등장해 '자동차에 털이 나는 왁스'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흥미를 끌었다. 이에 털 나는 왁스를 결사반대하며 직언을 일삼던 정복동이 해당 왁스가 다른 그룹에서 이미 출시돼 큰 인기를 얻자 본사인 DM그룹 내에서 유배지, 무덤으로 불리는 천리마마트로 좌천당했다. 이 과정을 그려내는 방식 역시 딱딱하거나 무겁게 표현하지 않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장면으로 그려져 유쾌함을 더했다.
인물들 역시 남다른 개성을 드러냈다. 문석구는 점장이라는 직함과 어울리지 않는 어딘가 나사 빠진 느낌의 어리숙한 분위기를 풍겼고, 사장 문복동은 로봇 같은 표정으로 마트에 지원한 구직자들을 파격적으로 고용하며 머리에 꽃 장식을 꼽는 등 독특한 행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문석구와 정복동, 그리고 천리마마트를 구성하는 인물들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묘하게 현실성을 놓치지 않았다. 문석구는 정복동에게 이력서도 없는 가난한 뮤지션, 실패한 가장, 조폭, 문명화되지 않은 빠야족 등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이유를 캐물었다.
문석구는 "나는 이 회사에 오기 위해서 잠도 안 자고 토익도 공부해가며 겨우 들어왔다. 그런데 어떻게 이력서도 없는 사람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의 대사는 현대를 살아가는 청춘들, 혹은 구직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법한 이야기였다. 취업난이 바닥을 치는 요즘, 가고 싶은 직장에 편안하게 취업하기란 하늘에 별따기기 때문. 또한 문석구뿐만 아니라 실패한 인물로 그려지는 지원자들 역시 어딘가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지만 아내에게는 그저 생활비도 못 내고 붙어먹는 거머리같은 뮤지션, 열심히 아등바등 살지만 도통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사는 가장, 그리고 사회의 주류에 섞이지 못하는 부족 빠야족까지. 이들은 극 중에서는 개인적인 인물로 그려졌으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어 가볍기만한 인물로 그려지지 않았다.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이처럼 현실성에 기반한 유쾌함을 선보였다. 맥락 없는 웃음이기보다는 우리 생활과 닮아 있어 묘하게 '웃픈' 밀착형 코미디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괄목할만하다.
또 김병철과 이동휘의 시너지 역시 극의 재미를 끌어올렸다. 과하게 꾸며내지 않는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몰입도를 더했다. 이외에도 이순재, 박호산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진들의 감초 역할도 빛을 발했다.
그러나 원시 부족의 춤과 같은 다소 난해한 장면이 길게 이어지는 것은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려 완급조절이 필요해 보였다. 아무리 재미있는 코미디 극이라고 해도 작위적인 연출이 빈번하게 등장할 경우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코미디 극의 부재 속에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작한 '쌉니다 천리마마트'가 앞으로도 현실을 녹여낸 뼈 있는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쌉니다 천리마마트', 공식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