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논란’ 장동민의 혀와 칼 [스타공감]
2019. 07.13(토) 15:30
장동민 욕설논란 씬의 퀴즈 유병재 허경환 양세찬
장동민 욕설논란 씬의 퀴즈 유병재 허경환 양세찬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방송인에게 발언이란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업무도구다. 그의 속내를 비춰주는 거울인 것은 물론, 뭇 시청자들에게 특정 사안을 효과적으로 설명해주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개그맨 겸 방송인 장동민이 또 한 번 말(言) 구설에 휩싸였다. 이번엔 무려 공식석상에서 욕설을 난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XtvN 예능프로그램 ‘씬의 퀴즈’ 제작발표회에서 주요출연진인 장동민은 이준석 PD, 유병재, 허경환, 양세찬을 향해 흡사 고함을 지르는 듯한 도떼기시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장동민은 유병재에게 “이 XX가”라며 갑작스레 욕설을 던지는가 하면 급기야 PD 이준석에게도 친분을 남용한 무례를 서슴지 않았다. 그의 끊임없는 “XX” 호칭은 공식석상에 참석한 이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한순간에 제작보고회 분위기가 그들만의 B급 세상으로 변질된 것은 물론이다.

이 같은 장동민의 돌발적인 욕설 속뜻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방송 경력이 긴 베테랑으로서 일부러 의도한 콩트 상황극일까. 예능국에서 무자비한 악동 캐릭터 계보를 잇는 장동민은 자신의 특정 캐릭터성을 십분 활용하며 방송 소질을 증명해왔다. 그가 비교적 자유분방한 내적 업무 기준을 세우고 국내 예능 제작보고회에서 일종의 짓궂은 쇼맨십 이벤트를 벌였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씬의 퀴즈’의 취지와 특질이 중요해진다. 해당 예능은 미지의 게임 마스터 '씬'이 각각 다르게 제공해 주는 영상 정보를 서로 공유해 국내 대표격 예능인 6인이 하나의 답을 도출해 나가는 퀴즈 게임쇼다. 장동민이 섭외된 것은 그가 지난 2015년 방송된 두뇌형 게임 예능 ‘더 지니어스’의 우승자임을 감안한 처사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이 ‘19금’이나 ‘막말’, 독설 토크를 표방한 예능이었다면 장동민 특유의 도를 넘은 표현수위가 일종의 상황극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퀴즈쇼에서 그가 상스러운 육두문자를 예능코드로 활용할 근거는 없다.

수 년 전부터 장동민은 TV, 라디오, 인터넷 방송에 따른 숱한 뭇매를 맞았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을 은연 중 괄시한 일을 비롯해, 삼풍백화점 사건 생존자를 모욕한 발언 등이 당대 예민한 사회현안인만큼 문제시됐다. 특히 과거 유세윤, 유상무와 함께한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이들은 여성 비하를 번복해 심각한 논란을 낳았다. 일련의 발언들은 특정계층, 개중 약자를 향한 그의 미묘한 혐오정서를 엿보게 한다.

말은 그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창구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며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자신의 표현법을 최대한 여과시키곤 한다. 하물며 장동민은 널리 알리고자 하는 바를 음성이나 영상을 전파로 내보내는 방송계 종사자다.

장동민이 평소 어떤 가치관을 정립했느냐에 관해선 다른 결의 논의가 필요할 테지만, 최소한 그는 현역 직업방송인으로서의 발화 룰을 내재화할 의무가 있다. 마음 속 생각을 발설하는 대목에 있어 필수적인 자기 검열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이미 장동민의 과실에 여러 번 옐로우 카드를 들었다. 그를 향한 이 같은 지속적인 불쾌감은 자칫 레드카드(보이콧) 봇물로도 이어질 위기다. 조직적 목소리가 점차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현 한국사회에서, 오로지 입으로 먹고 사는 이 베테랑 방송인이 갖춰야 할 최후의 보루는 무엇일까. 말하자면 정도(正道)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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